나는 원래 보폭을 넓게 해서 뛰는 편이었다. 사실 어려서부터 장거리 달리기를 할 일이 거의 없었다 보니, 보폭을 크게 뛰어도 힘들지 않았다. 게다가 성큼성큼 뛰는 게 더 힘 있고 역동적으로 보일 것이라는 생각에 어릴 적 단거리 달리기나 농구를 할 때는 성큼성큼 뛰었다. 하지만 성큼성큼 오래 뛰자니 동작이 커서 그런지 힘이 들었다. 간혹 일산호수공원을 달리면서 보폭을 넓게 큰 동작으로 뛰는 사람을 보면, 보는 나도 '금방 지치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달리는 자세를 바꿨다. 우선 보폭을 줄였다. 보폭을 넓게 뛰는 것과 좁혀서 뛰는 것, 어느 것이 더 장거리에 적합할까? 정확한 이론은 모르지만, 내 경험으로 보면 보폭을 줄여서 뛰는 게 힘이 덜 들고, 오래 뛰기 편했다. 왠지 속도도 더 빨라진 느낌이다.
상상을 해보자. 달릴 때 앞 발이 지면을 세게 박차면서 앞으로 나가는 추진력을 만든다. 하지만 보폭을 줄이면 한 걸음에 뛰는 거리는 줄어들지만 대신 지면을 박차는 횟수를 늘릴 수 있다. 즉, 한 번에 세게 지면을 차느냐 아니면 적은 힘으로 지면을 2번 차느냐 차이다. 넓은 보폭으로 한 걸음 달리는 시간에 보폭을 줄여 2~3 걸음으로 빠르게 달리면, 달린 거리는 비슷하지 않을까?
또한 동작이 크면 몸이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보폭이 좁을 때보다 길다. 그래봐야 1초도 차이 안 나겠지만, 그래도 보폭을 줄여 양 발이 공중에 떠있는 시간을 줄이고 지면을 한 번이라도 더 차는 것이 앞으로 나가는 추진력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실제로 보폭을 줄여 보니 오래 뛰는데 편하고 덜 지쳤다. 그 후로 보폭을 줄여서 달리고 있다. 보통 달리면 평균 케이던스가 178 spm가 나온다.
※ 케이던스는 달릴 때 분당 걸음수를 뜻한다. 단위는 SPM(Steps Per Mimute)이다.
보폭을 줄였더니 또 하나의 장점을 찾을 수 있었다. 보폭이 클 때는 무릎을 높이 들어서 뛰었기 때문에, 발이 땅에 닿으면서 무릎이나 발에 가해지는 충격이 컸다. 하지만 보폭을 줄이니 무릎을 걷는 정도에서 살짝 더 든 정로로 뛰기 때문에 무릎이나 발에 충격이 적어졌다. 달리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지만, 무릎에 무리가 온 적은 없다.
그리고 속도를 높이기에도 용이했다. 좀 더 발을 빨리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다음은 팔 동작이다. 예전에 달리기에 대한 에세이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팔 동작을 흔히 팔 치기라고 부른다. 팔 스윙을 강하게 하면, 자동적으로 속도가 빨라지는데, 이를 팔 치기라 부르며, 일종의 달리기의 반칙 기술처럼 소개했다. 속도를 더 내기 위해서는 하체에 더 힘을 주고 속도를 내야 하는데, 하체가 아닌 팔로 속도를 내는 것이 마치 달리기에 반칙 같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팔 동작 또는 팔 치기는 일종의 변속 기어다. 어느 정도 거리를 뛰다 보면, 몸이 이미 지쳐서 속도를 높이고자 하체에 더 힘을 주는 것 조차 힘들 때가 있다. 이럴 때 팔을 뒤로 세게 보내 팔 스윙을 빠르게 만들면 자동적으로 뛰는 속도가 빨라진다. 포인트는 팔꿈치를 뒤에서 고무줄로 당긴다는 느낌으로 팔꿈치를 최대한 뒤로 보내면 그 반동으로 팔이 앞으로 나가는 속도도 빨라지며, 하체에도 가속이 붙는다.
필라테스 수업을 들으면서 워밍업으로 롱박스를 앞에 두고 계단 오르듯 오르거나, 보수 위에서 천천히 뛸 때, 팔 스윙 동작이 작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었다. 그래서 달릴 때도 의식적으로 팔 스윙을 신경 쓰고 있다.
달리다가 속도가 떨어졌다고 느껴질 때, 일부러 팔 스윙을 특히 크고 빠르게 하는 편이다. 그래서 달리다가 좀 더 힘을 내고 싶을 때, "힘들 땐 팔스윙!"을 외친다.
보폭을 줄여 달리면 단점이 있다. 사진이 안 나온다. 막상 달리는 자세를 찍으니 사진으로 보면 걷는 것 같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는 일부러 동작을 크게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