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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Sep 11. 2021

엄마는 힘들다.

엄마의 역할과 상담사로서의 괴리감

 2019년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교사로서 오랜 시간 아이들을 만났고, 상담사로서 부모님들에게 교육과 양육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엄마의 역할을 잘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더 일찍 만나고 싶었던 아이를 늦은 나이에 만나게 되며 기뻤고, 아이와 함께할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엄마로서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돌 전의 아이는 제 뜻대로 성장해주었습니다. 생후 70일이 지나 통잠을 자기 시작했고 제때에 맞춰 신체발달, 인지발달이 이루어졌으며 혼자서도 잘 놀고 놀아주면 더 잘 노는 순한 아이였습니다.

 다만 잘 먹지 않아 식습관이 걱정되었지만 특별히 가리는 음식이 없었고, 식탁의자에도 30분 정도는 거뜬히 앉아 수저 사용에도 관심을 가졌기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돌 전의 아이는 교사 시절에도 만나본 적이 없고 상담 연령도 아니기 때문에 자료를 찾아보고 배워가며 양육했습니다. 노래도 자주 불러주고 책도 열심히 읽어주었으며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들려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방문 선생님께서 청각이 발달했다고 얘기해주며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역시 저는 양육자로서 잘 해내고 있구나, 어렵지 않구나 느끼며 엄마로서의 역할이 즐거웠습니다.

제가 파악한 저의 아이는

기질적으로 순한 아이입니다.

감각이 예민하며 특히 촉각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촉감놀이는 아이가 거부하지 않는 선에서 온몸으로 느끼기보다 손으로 느끼는 놀이로 준비해주었습니다.

낯가림을 빨리 시작해서 외부에 나가기 힘들어하였습니다. 저와의 안정된 애착에 초점을 두고 외부 자극을 서서히 늘려주었습니다.

조용하고 얌전한 편입니다.


 하지만 돌 즈음부터 모든 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돌 때부터 걷기 시작한 아이는 갑자기 활발해졌고 움직임이 지나치게 많아졌습니다. 집안 곳곳을 누비며 위험한 곳을 자유자재로 들어가고 올라갔으며, 아이의 위험한 움직임이 포착될 때마다 안전장치를 설치하기 바빴습니다.

 자기주장이 강해지기 시작하며 바깥 활동을 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드러눕기도 하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바깥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아이가 내 아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또 밥을 앉아서 먹는 것을 거부하고 식탁의자에서 내려오겠다고 소리를 질렀으며, 음식을 입에 물고 있거나 뱉기도 했습니다.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해서 매일 달래서 먹여야 했고 이제는 영상을 보여주지 않으면 앉아서 먹지 않습니다.

 이유식을 잘해야 씹기도 잘되고 편식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최대한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해서 이유식을 정성껏 만들어 먹였는데, 음식을 물고 있거나 싫어하는 반찬을 뱉을 때마다 내가 뭘 잘못했나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앉아서 음식을 먹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심할 때는 돌아다니는 아이를 따라다니며 먹여보기도 하고 영상매체를 보여주며 먹였는데, 아이를 키우기 전에 이런 방식으로 밥을 먹이는 엄마들을 '왜 그럴까?'라는 시선으로 바라봤던 제가 부끄럽고 그런 엄마들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와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적막해서 하루 종일 음악을 틀어주곤 했는데, 갑자기 예전 상담 때 한 어머니와 대화를 했던 내용이 생각나 마음이 쓰렸습니다.

 그 어머니의 아들은 산만하고 공격적이었으며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초등학교 저학년의 아이였습니다. 상담을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아이의 어린 시절 어머니의 양육태도에 대해서도 다루게 되었는데 그때 어머니께서 아이에게 하루 종일 음악을 들려주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음악을 틀어주는 시간도 있고 조용히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설명드리며 하루 종일 음악을 듣는 건 집중에 방해가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했던 제가 적막하다는 이유만으로 하루 종일 음악을 틀어주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이론과 실생활은 너무 다르구나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엄마가 되기 전과 엄마가 된 후의 상담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더 나은 방식대로 교육하지 않는 부모님들이 안타깝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면, 엄마가 된 후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이해하며 더 포용적인 마인드로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엄마로서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있어서 밥도 잘 못 먹이고, 영상매체도 보여주고, 아이가 화가 났을 때 잘 못 달래서 번쩍 들고 집으로 뛰어올 때도 있으며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을 미처 보지 못해 다치는 것을 마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더 맛있는 것을 먹이기 위해 메뉴를 고민하고, 영상매체를 짧은 시간 동안 보여주려 노력하며, 아이에게 최대한 언어로 설명하고 상호작용하며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려 노력합니다. 시간을 할애해서 아이와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며 행복한 추억을 쌓고 있습니다.  

 

 육아는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육아 멘토도 많은 사례와 이론을 기반으로 조언을 드리는 것이지 그 조언이 늘 정답이고 맞아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이론대로, 정답대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늘 부족함을 느끼며 아이를 키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부족함을 느끼는 가운데 더 노력하게 되고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게 되며 함께 성장하게 됩니다.

 저도 어제보다 내일이, 내일보다 모레가 더 나은 사람, 좋은 엄마가 되겠지요.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아이와, 엄마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지 말고 함께 힘내며 아이를 양육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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