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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Jan 10. 2023

우리 아이 책 읽기의 맹점

올바른 책 읽기

검사를 진행하다 보면 책을 많이 읽었는데도 언어가 약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은 대게 책을 읽지 않고 '봤다'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보았다기보다는 책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상상력을 키워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친구들을 검사하며 부모님께서 책을 읽어주시지 않았구나, 아이가 혼자 책을 읽어왔구나 라는 추측을 하며 그와 맞는 상담을 해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올해 5세가 된 37개월 저희 딸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책 읽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하루에 1시간 정도는 투자하여 적게는 5권 많게는 10권 이상을 거의 매일 읽어줍니다.

아직은 어리다고 생각하여 주로 제가 책을 읽어주는 방식을 택하였고 질문은 자주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맞출 수 있는 가벼운 질문이나 경험에 대해서만 이야기 나누었고 책을 많이 읽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날따라 갑자기 아이에게 책의 내용, 줄거리 등 심도 있는 질문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팥할아범이랑 토끼에게 무슨 일이 있었어?"라고 질문했습니다. 

아이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이때 1차 충격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질문을 바꿔서 "토끼가 뭘 했어?"라고 질문했습니다. 

대답은 '팥 할아범 밭에 팥을 훔쳤다'는 것인데, 훔쳤다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은 일주일 동안 매일 읽어준 책인데 '훔쳤다'는 말을 잘 모른다는 것인가...

이때 2차 충격이 왔습니다.

그래서 다시 질문했습니다. "팥 할아범이 뭘 하고 있었어?"

대답은 '팥 할아범은 팥 농사를 짓는다'는 것인데, 팥을 농사짓는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3차 충격을 받았습니다.


<팥 할아범과 토끼가족>이라는 책을 읽기 위해서는

1. '훔쳤다'는 표현의 의미를 알고 있어야 한다.

2.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3. 남의 것을 훔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팥 할아범이 왜 화가 나는지 알아야 합니다.)

4. 죽은 척을 한다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팥 할아범이 토끼를 잡기 위해 죽은 척하고 누워있는 내용이 나옵니다.)

제가 아이의 수준보다 어려운 책을 읽어주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1주일 동안 같은 책을 읽어주며 아이가 집중해서 들었기에 이런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같은 책을 1-2주 반복해서 읽어주는 것은 아이의 이해를 돕고 기억을 하라는 의미인데, 도대체 아이는 무엇을 봤던 걸까요?


제가 책을 많이 읽어준 게 다 잘못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대화와 책 읽기의 노력으로 아이의 현재 수용어휘 실력은 우수한 수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저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언어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읽어준다는 것을 정리해 보자면

1. 책에서 아이가 모를 수 있는 내용은 미리 사전지식으로 알려준다.

2. 아이가 모를만한 어휘는 예를 들어 설명해 준다.

3. 읽어준 후 책의 내용에 관한 적절한 질문을 하여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한다.

4. 책의 내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이 확인된 후 적절한 독후활동을 한다.


이렇게 읽지 않으면 아까운 책 읽기 시간이 허비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많이 읽었는데 언어가 약한 아이들은, 책을 읽어주지 않아서, 책을 혼자 읽어서가 아니라 '책을 제대로 읽지  혹은 읽어주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하시어 올바른 책 읽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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