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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Dec 27. 2022

미운 네 살 진입기

세돌이 지난 다는 것

저는 이제 37개월 진입한 4세 여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보통 미운 네 살이라고 말하지만 저희 아기는 미운 네 살이라고 할만한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호기심이 많아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고집이 세고 욕심이 있어서 지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제가 컨트롤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세돌이 지나자 '이것이 미운 네 살이구나!'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미운 네 살 티가 나지 않았던 건 늦은 생일이어서 그냥 3세였던 것이었고 세돌이 지나자 진정 4세가 된 것 같습니다.

세돌 생일이 지나고 그다음 주부터 아이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눈에는 심술이 가득했고 "싫어 싫어!"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가 요즘 양보를 하지 않는다며 외동이라 그런 건지 지적을 받았고 친한 친구와 싸웠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습니다.


아이의 변화를 살펴보면

1. 뭐든지 즐거워하는 아이(높은 참여도)-> 그만할래요, 싫어요라고 의사표현을 하는 아이

2. 친구가 뺏어가도 강하게 표현하지 않는 아이-> 친구가 가져가지 못하게 소리를 지르거나 손이 올라가는 아이

3. 어린이집에 즐겁게 가던 아이->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우는 아이

4. 학원 수업을 좋아하며 즐겁게 가던 아이-> 학원에 가지 않겠다고 우는 아이

5.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던 아이-> 끝까지 하겠다고 우기는 아이

6. 엄마가 훈육하면 "네."라고 말하던 아이-> 엄마가 훈육하며 언성이 높아지면 엄마를 때리는 아이

7. 엄마의 말을 듣지 않아 엄마가 얘기하기 힘들다고 말하며 방으로 들어가면 따라 들어와 애교 부리던 아이-> 엄마가 얘기하기 힘들다고 말하면 자기가 먼저 방에 문 닫고 들어가 나오지 않음


갑작스러운 아이의 변화로 저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특히 사회성이 좋은 편이라 친구들과 잘 지냈는데 양보도 안 하고 싸우기 시작한다니 친구들 사이에서 고립이 될까 무서웠고, 뭐든 싫다고 말하며 우는 아이가 정서적으로 불안한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도, 단체 활동을 할 때도 기분이 상하면 기분 상한 티를 그대로 내고 불참하여 실망스러웠고 자신의 기분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아이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아이와 부딪치는 일이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제 언성도 자주 높아졌고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제가 아끼던 물건을 침대 뒤편으로 넣은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아끼던 물건이라 아이가 만질 때부터 만지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였으나 아이는 신나게 그 물건을 가지고 놀았고 안방 침대로 가져갔던 모양입니다. 제가 그 물건을 찾자 아이는 침대 뒤편으로 그 물건을 넣었다고 말했고 그 순간 저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습니다.(침대 뒤편으로 넣으면 침대를 옮겨야 꺼낼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그걸 거기 왜 넣었는지 소리를 질렀고 얼굴은 붉으락 푸르락, 아이는 저에게 "죄송해요."라고 말하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으나 저는 계속 화를 냈습니다.

아마도 요즘 저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아이에게 실망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 사건이 더해지며 화가 폭발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에게 양보하지 않고 단체활동에서 자신의 화난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는 것, 돈을 내고 체험활동을 등록했는데 다 싫다고 말하며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 것 + 제 아끼던 물건을 침대 뒤로 넣은 것


화를 내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아이의 사과를 받아주며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날저녁 왜 내가 아이에게 화를 냈을까, 왜 그랬을까 자책하며 리모컨으로 tv 채널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육아와 관련된 한 프로에서 어떤 엄마를 보았습니다. 그 엄마는 아이가 따라다니며 사과를 하는데도 건성으로 알았다고 말하며 자기 할 일을 하였고 조언을 하기 위해 나온 육아전문가는 아이의 엄마에게 "화가 많이 나셨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그 모습이 저인 것 같아서, 사과를 하는 아이가 저의 아이인 것 같아서 한없이 미안해졌습니다. 

'그렇게까지 사과할 일이었을까?'

누구보다 양육을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고 객관적인 눈으로 잘 지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우리 아이의 미숙함을 이해해주지 못한 다른 사람 눈치 보는 못난 엄마였습니다.


한 뼘 성장하여 자신의 생각이 생기고 자기주장을 펼치는 아이를 이해해주지 못하고, 감정 컨트롤을 배워야 하는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대했던 제가 한심했습니다.

자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를 더 이해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으로 머리를 쓰다듬었지만, 저는 또 아이에게 화를 내고 실망하겠지요.

다들 이제 시작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이도 감정컨트롤을 배워가겠지만 저 또한 감정을 컨트롤하고 참고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화가 났을 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다면 아이도 그렇게 배우겠지요?

오늘도, 내일도 후회할 일이 생기겠지만 다시 한번 힘을 내봅니다.^^



더 많은 글을 보시려면 : 라엘엄마의 육아일기 (withla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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