웩슬러 지능검사 경험기
지난주 저희 딸이 드디어 웩슬러 지능검사를 받았습니다.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검사를 권하진 않지만 검사목적은 1. 영재원 입학과 2. 검사를 받는 학부모의 입장이 되어보고 싶어 검사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3세 5개월, 아직 어린 나이라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았으나 1. 언어적 지시수행이 가능하고 2. 부모와 분리 가능하며 3.1시간 이상 앉아서 집중이 가능하고 4. 나름 다양한 것들(교구활동 등)을 경험해 보았기에 해볼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제가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 쉬는 날로부터 한 달 전에 예약했는데 하필이면 아이가 검사하기 전주부터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괜찮아지겠지라고 여겼지만 생각보다 많이 아팠고 검사 당일까지도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컨디션 난조를 보였습니다.
검사를 취소할까 수백 번 고민했지만 시간을 다시 낼 순 없을 것 같고 영아 검사라 40분 정도면 끝날 수 있을 것 같아 검사를 강행했습니다.
검사에 들어가기 전 아이는 퀴즈 풀기 싫다고 하며 집에 가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순간적으로 어린아이에게 제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아픈 아이 집에서 쉬어야 하는데 먼 거리를 차 타고 오게 하고 문제까지 풀게 하다니 뭔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기관에 왔고 검사 선생님도 기다리고 계시기에 끝나고 아이가 좋아하는 마트에 가기로 하며 설득하고 검사실로 보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피가 마르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검사를 진행할 때 대기하시는 아동의 부모님들은 편안히 쉬시겠구나 생각했는데 부모입장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아는 건 제대로 말하고 있는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지시는 잘 따르고 있을지, 울면서 뛰쳐나오는 건 아닌지, 집중은 하고 있을지 등 여러모로 걱정이 되어 앉아있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검사실 문만 하염없이 쳐다보다가 도저히 안되어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음악을 듣고 다른 생각을 하며 안정시켰습니다.
40-50분 후 검사실 문이 열리고 아이가 나왔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는 환하게 웃고 있었고 잘 마무리 됐다는 선생님의 말에 한시름 놓았습니다.
아픈 가운데 끝까지 집중해 준 아이에게 고마워 결과가 어떨지는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안고는 고맙고 미안하다고, 끝나고 얼른 마트에 가자고 하였습니다. 아이도 뿌듯한지 검사 전보다는 기분이 더 좋아 보였습니다.
대망의 결과 상담시간,
전체 결과는 생각했던 만큼이었지만 소검사 점수는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말이 늦게 트여 언어치료까지 받았던 아이의 언어능력은 또래 대비 월등하게 높았고, 늘 잘한다고 생각해 왔던 시지각 능력은 생각에 미치지 못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오니 많은 칭찬에도 불구하고 결과 상담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는지 자꾸만 묻게 되고 아이가 집중하지 못했는지 태도가 어땠는지 묻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제가 느낀 것은,
생각과 다른 결과를 마주하게 된 부모님들의 마음이 이런 것이구나, 이럴 땐 어떤 설명을 더 해주면 좋았을까? 였습니다.
여태는 생각과 다르다는 부모님의 말에 그런가 보다 넘겼는데, 생각과 다르다는 것은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고 함께 논의해야 할 부분이 더 많다는 걸 의미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직 유아기의 검사 결과는 정확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가정에서의 모습도 중요하고, 평소 수행해 오던 태도도 중요한데 수치로 나온 결과로만 설명하기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지각이 약하게 나온 저희 아이의 결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과도 이유가 있기 때문에 면밀히 관찰하며 어떤 부분을 도와주어야 할지 살펴야겠지요.
(추측건대 언어능력이 좋은 저희 아이는 언어적 설명이나 청각자극이 빠졌을 때 주의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시각적 자극으로만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겠습니다.)
검사를 앞둔 부모님들께,
검사는 아이를 더 잘 키우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에 긴장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보다 낮은 영역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으시고 도움을 주세요. 가정에서 과제를 수행했을 때 잘한다면 외부적인 요인(검사에 대한 이해부족, 긴장, 불안, 주의력 저하 등) 일 수 있으니 검사자에게 확실히 질문하셔서 도와주어야 할 부분을 정확하게 찾으시길 바랍니다.
검사를 끝내며
아이는 제 생각보다 의젓하고 씩씩하며 지시를 잘 따를 수 있는 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프지만 해야 할 일을 끝낼 수 있었다는 것, 검사의 결과보다도 이 부분이 더 값진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더 많은 글을 보시려면 : 라엘엄마의 육아일기 (withla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