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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May 27. 2022

말이 늦은 아이를 키운다는 것

이제 30개월이 된 저희 아기는 말이 늦습니다.

내 아기가 말이 늦다니...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지능검사를 하며 교육적으로 조언을 해주고 있고, 교사 시절에도 양육에 대해 상담하고 지도했던 터라 아이의 발달이 늦은 건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신생아 때부터 책을 읽어주었고, 옹알이를 할 때 놓치지 않고 반응을 해주었으며 말 못 하는 아기에게 주절주절 말도 걸었습니다. 

하지만 두 돌이 될 때까지 엄마, 아빠 이외의 몇 개의 단어만 할 뿐 언어가 트이지 않았습니다.

언어가 트이지 않으니 괜스레 사람들에게 인지는 괜찮다, 사회성은 괜찮다 해명을 하고 있고, 엄마로서 제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설명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 돌 이후에는 말이 어느 정도 트여서 두 단어 붙이기가 가능했고, 단어도 늘어 27개월 무렵에는 100 단어 정도, 30개월에 진입한 지금은 몇백 단어는 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모방이 가능해서 따라는 말하지만 늘 하던 말만 하고 급하면 으땨으땨라는 말부터 먼저 나오며, 또래관계에서 필요한 문장들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기에 언어센터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언어가 느리면 인지도 느려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언어센터 방문을 고민한 건 두 돌 때부터였습니다.

유명한 언어치료 카페에 가입해서 저의 걱정을 털어놓기도 했고, 친구들에게 상담도 하고 남편과도 이런 상황에 대해 자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행히 두 돌 때부터 말이 조금 트여서 지켜보자는 의견으로 좁혀졌고 매일매일 아침에 일어나며 오늘은 문장으로 술술 말할까? 기대하며 관찰하였습니다.


하지만 저희 아기의 언어발달은 더뎠고 제가 주는 자극이 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교육을 전공했음에도 저는 아이의 느린 발달을 기다려주지 못했고 언어센터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유명한 병원에 전화해서 상담하니 기록에 남지 않는 게 좋겠다며 사설 센터를 갈 것을 권했습니다. 그래서 사설 센터 중에 소문이 괜찮은 곳으로 예약했고 발달 검사를 받았습니다.

표현 언어 검사 결과 7개월 지연, 수용 언어는 괜찮으니 검사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고 역할 놀이 중 필요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며 저에게 역할놀이를 자주 해주었는지 물어보셨습니다.  

나: "역할놀이라....... 역할 놀이를 집에서 해주는 사람들이 있나요?" 

치료사: "역할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이 필요한 언어를 익혀요. 역할 놀이를 할 때 아이가 눈도 마주치지 않네요. 성격도 급하고요. 이러면 언어를 배우기 더 힘들어요."

나: "눈이요? 눈 원래 잘 맞추는데...."


어디 가서 교육을 전공했다고 말하면 비웃을 정도로 이상한 해명만 내놓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역할놀이? 그걸 왜 안 해줬을까...

책만 읽어주고 대화를 하려 시도했지 다양한 상황 속에서 얘기를 하는 방법을 딱히 알려준 적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역할놀이를 안 해도 잘하는 아이들이 더 많지만 저희 아기는 특수한 상황이었기에 이런 부분을 놓치지 않고 신경 썼어야 했는데 놓쳤더라고요.

또 아기가 역할놀이를 하자고 한 적도 없어서 생각을 더 못했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날 저녁부터 역할놀이와 책 읽기를 부지런히 시켜주고 있습니다.

역할놀이 같은 것에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상황에 빠져들어 제가 하는 말을 따라 하며 재밌어하는 아이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자꾸 몰려옵니다.


내 아이의 늦은 발달 앞에서는 교사고, 전공자고, 전문 가고 다 필요 없는 것 같아요.

그냥 걱정이 많은, 아이에 대해 모르는, 교육에 대해 쌓아 왔던 철학은 사라지고 없는 저만 남았더라고요.


뼈 때리는 상담을 하고 온 후 나의 걱정을 내려놓기 위해, 나의 걱정을 아이에게 전가시키지 않기 위해 치료 결정을 내렸습니다. 

제 결정이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엄마로서 평정심을 찾기 위해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뭔가 노력하고 있다는 제 마음의 평화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의 느린 발달을 겪으며 제가 배운 것은 느린 발달의 아이를 키우는 또 다른 엄마들의 마음을 이해한 것입니다. 저와 마주하는 수많은 부모님들에게 뼈 때리는 충고를 하며 그들의 불안한 마음을 얼마나 헤아려 주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그 부모님들도 알고 있지만 내 아이의 일 앞에서 자꾸 이론을 잊어버리고, 해줘야 할 것을 잊어버리고,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을 하게 되는걸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 처해보니 제가 가져야 할 마음은 평정심인 것 같습니다. 말 잘하는 다른 아이들을 쳐다보지 말고 느리지만 부지런히 발달하고 있는 우리 아기만 바라보고 저의 노력을 다시 쏟아붓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육아를 잘한다는 건 없습니다. 편안하게 아이를 지켜보며 최선을 다한다면 그걸로 된 것입니다. 저도, 다른 부모님들도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글을 보시려면 : 라엘엄마의 육아일기 (withla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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