웩슬러 지능검사 적절한 시기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곳은 영재기관으로 웩슬러 지능 검사를 통해 적절한 수치가 되면 수업을 받을 수 있고, 그 수업을 받기 위해 검사를 의뢰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대략 8년 전 근무 초기에는 주변에서 잘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여러 번 고민 끝에 검사를 의뢰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면, 요즘은 웩슬러 지능검사 자체가 아이의 특성을 파악하는데 유용하다는 것으로 유명해져서 아이의 능력과 상관없이 검사를 의뢰하시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저도 지능검사가 아이의 능력을 발견하여 도와주고 지원해 주는데 합당한 검사라 생각하고 아이들이 한 번쯤은 받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이 검사 결과를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이도 어느 정도는 준비가 된 상황에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검사를 받기 전에 체크해야 될 부분을 적어보려 합니다.
1. 보호자와의 분리가 가능하고 불안한 상태가 아닌지 점검합니다.
취학 전 아이들, 특히 5-6세 정도의 아이들은 보호자와 분리가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검사자가 알아서 잘해주겠지 라는 믿음으로 검사를 의뢰하기엔 검사는 힘들고 어려운 과정입니다. 약 1시간 정도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많이 풀어야 하고, 답을 모르는 문제를 계속 마주해야 하며 높은 집중력을 요구합니다. 불안한 상황에서 시험을 본다면 검사자가 아무리 편안하게 어르고 달래도 아이의 정확한 능력을 보시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의 상황에서 변화가 있는지, 예를 들어 동생이 태어났거나 유치원을 옮긴 상황, 이사를 한 상황 등 이런 경우에도 어린아이들은 검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기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검사는 최대한 안정되고 편안한 상황에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2. 문제를 푼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연령이 어린 친구들은 간혹 '문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기도 합니다. 질문을 했을 때 선생님이 물어보는 것이 어떤 것이고, 그래서 어떤 대답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검사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규칙을 찾으라고 했을 때 규칙을 찾아야 하고, 분류를 하라고 했을 때 분류를 해야 하며, 외우라고 했을 때 외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규칙을 찾거나 분류를 해야 하는 그림을 보는 과제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고른다거나, 아무거나 그림을 고르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 친구들이 분류, 패턴 소검사 문항의 점수가 낮을 때, 낮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연령의 맞는 기본적인 것들을 경험해 본 상황에서 검사를 해 볼 것을 추천드립니다.
3. 1시간 정도의 참을성은 있어야 합니다.
검사는 대략 한 시간 정도, 문제를 계속 풀어야 하고 그 정도의 시간은 참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시간 동안 집중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아닙니다.
집중력은 검사상에서 측정이 되는 영역이라, 또래 비교해서 어느 정도의 집중력, 몰입도를 갖고 검사에 임했는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참고 견디어내는 부분은 다릅니다.
앉아서 문제를 푸는 걸 못 견디어 아무거나 고르거나 대충 하거나 그만하고 나가겠다고 하면 정확한 검사를 하기 어렵습니다.
부모님께서 보시기에 외부 수업을 가거나, 혹은 집에서 책을 읽히거나 운동을 하거나, 힘들지만 1시간 정도는 참고 끝까지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점검해 보세요.
4. 배우는 것에 어느 정도 욕심이 생겼을 때 검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스로 배움에 열정이 있는 아이, 뭔가 자꾸 탐구하려는 아이, 책을 끊임없이 읽으려고 하는 아이 등 세상을 알아가는 것에서 능동적인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수동적으로 타인에 의해 배워온 아이들은 검사에 대한 동기가 부족합니다.
실제 제가 검사를 한 6세 아이, 첫 검사에서는 동기 부족으로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7세가 되어 두 번째 검사를 했을 때 10점 이상 높게 나와 놀라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 검사 때 아이의 태도는 굉장히 적극적이었고 욕심도 있었습니다. 잘하고 싶어 했고 검사에 대한 동기가 매우 높았습니다. 상담 시 어머니께서 아이가 요즘 공부에 욕심이 생겼다며, 뭐든 잘하고 싶어 하고 1등 하고 싶어 하고 책도 많이 본다고 하셨습니다. 이 아이에게 의미 있는 검사는 두 번째 검사일 것이고, 이때 나온 강, 약점이 본인의 진짜 강, 약점일 것입니다.
대략 검사를 받기 전 준비되었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사실 학령기의 아이들은 대부분 괜찮습니다. 괜찮지 않아도 보아야 하는 부분들이 있기에 학령기의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검사를 하시는 게 좋고, 취학 전 유아 검사를 생각하신다면 제가 말씀드린 부분들을 고려하여서 너무 이른 것은 아닌지, 적절한 판단 하에 검사를 받아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더 많은 글을 보시려면 : 라엘엄마의 육아일기 (withla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