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능력과 가정환경의 상관관계
지능검사는 각 능력에 해당하는 수치가 드러나는 검사입니다.
대충 우리 아이가 이런 부분은 잘하고 이런 부분은 약하다는 것을 알고 와도, 검사를 끝낸 후 검사결과에 나온 수치를 보면 동공이 흔들리게 됩니다.
결과 상담을 하며 부모님들께서 가장 많이 말씀하시는 것은 "내가 못해줘서 그래요."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더 많이 책을 읽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더 많이 교육을 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등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가득 안고 검사실에서 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꼭 부모님께서 뭘 해주지 않아서 주의집중이 되지 않았을까요?
뭘 해주지 않아서 사고력이 약했을까요?
뭘 해주지 않아서 책을 읽지 않고 유치원 생활에도 관심이 없었을까요?
물론 지나치게 무관심하다면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 기관에 검사를 의뢰하고 검사결과를 들으며 제언을 메모하는 부모님들은 뭔가 해주지 않은 부모님이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사고력 학원에 다녀도 사고력이 향상되기 어렵고, 어떤 아이들은 해준 게 없어도 사고력이 높습니다.
또 "둘째라 해준 게 없는데 더 잘하네요. 신기해요." 이런 반응,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의 능력은 무궁무진합니다. 그 능력이 제대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가정의 환경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가정의 환경은 많은 교육을 시킨다는 의미보다는, 아이가 얼마나 편안하게 세상을 탐색하고 있고, 탐색하는 아이가 존중받으며, 가정에서도 안정된 상태인지를 뜻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하기 이전에 고려해야 할 것을 살펴보려 합니다.
1. 가정의 평화
인지가 발달되는데 가장 기본적인 건 기본적인 욕구의 충분한 해결입니다.
기본적인 욕구라 함은 생리적 욕구, 안전욕구, 사랑과 소속의 욕구 등을 얘기합니다.(*Maslow의 욕구이론 참고(Maslow의 욕구이론에는 이 외에도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습니다.))
가정이 평화롭지 않으면 아이들은 불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부모님이 싸우게 되면 아이들은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고 죄책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또한 싸우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고 비난하는 말투를 아이가 듣게 된다면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겠지요.
부모님이 비난하는 말투로 싸우다가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얘기하면 과연 공부가 될까요?
아니면 앞에선 싸우지 않지만 냉랭한 기운을 풍기며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하면 공부가 될까요?
아이의 인지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가정이 어떻게 평화로울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 먼저 필요할 것 같습니다.(저도 물론 반성합니다.ㅠㅠ)
2. 과도한 기대 및 참견
아이들은 주변에 대한 호기심으로 세상을 알아갑니다.
아이가 스스로 세상을 알기 전에 너무 많은 걸 알려주시는 것, 또는 아이의 관심사를 고려하지 않고 학습지를 풀거나 셈하기, 글자 익히기 등 학습 관련 활동을 시키는 것은 아이의 사고력을 저하시키게 됩니다.
스스로 생각의 구조를 만드는 방법을 경험해보지 않은 아이들은 어려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 쉽게 포기하게 됩니다. 또한 똑같은 문제는 풀 수 있지만 응용이 된 문제는 풀 수 없게 됩니다.
어린 유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다양한 문제를 마주하고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보는 것,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해보고 그 분야를 더 알기 위해 책을 더 찾아보고 공부한 경험, 이것이 사고력을 기르는 첫걸음입니다.
아이가 해결할 일이 없었던 건 아닌지, 자조능력을 존중하지 않은 건 아닌지 점검해 보세요.
3. 아이에 대한 파악
아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조금만 관찰하면 알 수 있습니다.
이때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어떻게 배치하여 접근할 수 있게 해 줄지, 싫어하는 걸 어떻게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싫어하는 것을 하루의 일과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경험해보게 하고, '하기 싫은 것도 해보니 별거 아니고 조금은 재밌네.'라는 느낌을 가져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아이가 좋아하는 것만 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만 많이 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4. 아이에 대한 믿음
아이가 실수를 해도, 친구들보다 느려도, 능력을 잘 발휘하지 못해도 실망하지 않고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세요.
아이들은 커가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못하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아이에게 다양한 잣대를 대며 비난하는 것보다 무조건적으로 믿어주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믿어준다는 것은 "너는 무조건 잘할 거야."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노력하는 네가 멋진 거야. 아직 어린 너는 못하는 게 당연한 거야. 노력하다 보면 잘하게 될 수도 있어."
이런 말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조건 잘할 거야라고 얘기하는 것은 잘하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하게 될 수 있으니, 아이의 노력을 믿고 그 노력은 어떠한 형식으로든 꽃을 피울 거라고 말해주세요.
얼마 전 강의를 듣다가 아이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순간 특별한 내용을 아니었으나 스스로 깨닫게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저야말로 아이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고 자율성을 저해하고 있는 부모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읽으면 "아하." 하실 내용이지만 한번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라며 이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함께 고민하며 더 좋은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글을 보시려면 : 라엘엄마의 육아일기 (withla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