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꾸이 Nov 17. 2019

- 여름>나 (×), 여름<나 (○) -

자유와 안정사이

나는 여름보다 크다. 이번 여름은 내게 있어 실로 특별했는데 처음으로 의무감보다는 내 본능을 따르며 하고 싶은 것을 최대화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최소화한 삶을 살기로 한 것이다. 

마음을 거스르며 한 선택들은 늘 상 가슴 한 구석에 귀찮고 너덜거리는 낡은 비늘을 단듯 한 느낌을 주곤 했는데 그것들이 없어지는 경험은 뭐랄까 자유로 가득한 느낌? 하지만 자유에는 불안이 따르는 법 자유와 안정은 서로 동거하기 힘든 서로 안 맞는 커플 같다. 

서로 매력적이지만 함께 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인가? 여름을 많이 타는 내게 있어 여름은 늘 잘 살아내고 보내져야만 하는 뭐 그런 얌전히 순응하고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 그런 제스처가 필요한 계절이었다. 

그저 얼른 지나가 버려라 하는 별로 달갑지 않고 내게 너무도 거대하게 느껴지는 자연의 웅장함. 그런 몹시도 크게 느껴졌던 여름이 작아졌다. 아니다. 내가 여름보다 더 커졌다. 커져버렸다. 

그 어떤 방해나 의무나 두려움 없이 구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고르고 해보고 선택하는 경험은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감정과 생각 그리고 특별한 인연들을 맞닿게 해주었고 동시에 나도 뜨겁게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여름이 주는 그 뜨거움과 지친 나른함과 무기력한 지겨움을 잊을 정도로 말이다. 마치 이 여름이 지금 이 순간 이 때에 내게 오기로 예정이나 되어 있던 것처럼 나는 그렇게 이 여름을 장악했다. 적어도 이번 여름만큼은 내가 이겼다. 나는 여름보다 크다.
 

이전 04화 2해와 5해 4,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