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권은 가고 주차장은 오라>
마음 주차장에 관하여-
사람들마다 모두 저마다의 마음 주차장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사방이 오픈된 광활한 바둑판같은 공영주차장을
누군가는 지하 어둠의 회오리를 층층이 내려가야만 하는 지하주차장을
또 누군가는 오래 주차하기도 부담스러운 그럼에도 대고 자하는 사람은 많기만 한 고가의 유료 사설 주차장을
그 밖에 태양도 바람도 비도 가장 가까이 맞을 수밖에 없는 옥상 주차장과
전자동식으로 마술처럼 뿅 하고 공중으로 사라지는 컨베이어 벨트식 전자동 주차장까지.
공영주차장 주차권 한 장을 겨우 받아 들고는 내가 이 수많은 것들 중에 하나임에 슬펐으며
숨 막히고 답답한 지하 주차장은 나의 밝음에 어둠의 음영을 드리우게 했고
고가의 유료 사설 주차장은 언제 빼야 할지 모를 불안한 마음에 늘 두근 세근 눈치를 보기 바빴고
컨베이어 벨트 주차장은 매력적이고 자동이라는 편리함을 주었지만 동시에 소중함보단 가벼움을 함께 주기에 충분했고
루프탑 주차장의 야경은 끝내줬지만 야외가 주는 거친 선물을 오롯이 받아내야 했다.
그마저도 없는 어느 날이면 위태롭게 길가에 갓길 주차장을 헤매다 딱지가 붙기 십상이었다.
위태로운 운전 솜씨로 겨우겨우 찾은 주차장은 만차라는 야속한 두 글자에 두 손은 운전대에 미끄럼을 탔다.
나는 이제 지상에 단 하나 나만을 위한 단 한대의 차량을 겨우 댈 수 있는 주차장의 주차권을 필요로 한다.
다른 차들과 경쟁할 필요도 소외될 필요도 어둠이 스며들까 걱정할 필요도 값비싼 주차비에 전전긍긍할 필요고 없이 주차권 따위 잊어버려도 될 주차장. 이왕이면 노란색으로 색칠된 예쁜 셔터가 달려있었으면 좋겠다. 그 어떤 어떤 눈보라와 비바람에도 나를 지킬 수 있도록.
P.s : 당신은 주차권을 가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