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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꾸이 Nov 17. 2019

-사랑한다는 말에 대해서-

사랑이라는 단어의 오역





꼭꼭 눌러서 쓴 정성스런 쪽지를 전화번호와 함께 HS에게 주었다. 기대에 찬 내 표정과 달리 HS는 이내 표정이 굳더니내가 써준 하트표시에 신경질적으로 볼펜을 사방으로 그어대었다. 사랑이 너무 싫다면서...나는 속으로 흠짓 당황했지만아무렇지 않은척 연기를 했다. 




그 다음번 만남에도 나는 5줄가량의 잛은 편지를 써주었는데 마지막 줄의 사랑해라는 말이 화근이었다. 읽는 내내 HS의해맑던 표정이 마지막 줄에서 일그러졌다. "나한테 사랑한다는 얘기 하지 말라고! 나는 이말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또하지마" 격앙되어 발을 구르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때부터 나는 마음속의 사랑해를 고마워로 또는 좋아해로 때로는 잘했어로 대체해서 불러줬다. 나에게 있어 소중했던단어가 누군가에게는 사랑해가 사랑해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간과했다. 내가 경솔했다. 사람은 참 자기중심적이다. HS에게 있어 사랑해라는 말은 누군가가 그렇게 말해 놓고는 무책임하게 떠나버렸던 아픈 생채기를 상기 시키는 매개체였을터-




HS와는 작별인사도 없이 갑자기 준비없이 헤어지게 되었는데 그때 갑자기 든 생각은 사랑해라는 말을 아끼길 잘했다는생각과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나는 며칠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어쩔줄 몰라 회피형 잠을 자곤했는데 늦은밤 잠결에 받은 HS의 전화. 




누군가에게 쫒기기라도 하듯이 토해내는 광기어린 고백."사랑해요 사랑해 내가 사랑한다고!" 마음에 알수없는 회오리가쳤지만 나는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HS를 달래주었다. 아니, 실은 어설프게 철들고 어설프게 착해서 더 나쁜 나를 달래 주었다. '고맙다고 하지마라 실은 니가 날 살렸다' 미안해 후회없이 더 잘해주지 못해서 사랑을 아끼지 남겨두지 말았어야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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