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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꾸이 Nov 17. 2019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일>

내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대학 때같이 살던 친구는 이유도 목적도 없이 내 이름을 부르곤 했다. 컴퓨터를 하다가도 냉장고를 열다가도 화장실을 가다가도. 매번 그러는 것을 알면서도 내 이름이 또렷하게 들어간 목소리를 들으면 고개를 돌려 “응 왜~”라고 자연 반사적으로 대답이 나가기 일쑤였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다급하게 친구의 눈빛을 찾으면 어수룩하고 바보처럼 웃어 보이며 “그냥”이라고 대답해 나를 허무하게 만들던 그런 친구였다. 그땐 나는 별 싱겁다고 생각하며 그저 심심한가보다 혹은 대답이 듣고 싶나 보다고 생각하고 말곤 했다. 조금 귀찮아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이후 한참의 세월이 흐른 지금 친구에게 결코 물어본 적이 없지만, 그때의 내 생각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건 아마 어느 날 그 친구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해서 하고 있는 모습을 자각하면서 부터인 것 같다.




누군가의 이름을 이유 없이 반복해서 부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가까운 이의 이름은 비록 단어나 말일지라도 그 사람을 대신하는 상징적인 강력한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볼을 만지고 머리를 쓰다듬는 것과 같은 스킨쉽을 말로 하면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닐까? 말로 하는 부드러운 일상의 터치.




자꾸만 이유 없이 특정인의 이름이 부르고 싶어지는 것은 그것이 그 순간의 외로움을 잠재우고 잠깐이나마 나에게 집중하는 얼굴을 마주하게 해주는 마법의 주문이니까. 나 좀 보아 달라고 나의 외로움과 불안 혹은 권태로움을 달래 달라고 소극적으로 외치는 행위다. 물론 그런 의도는 쏙 감추고 이름을 부르는 행위 뒤에 숨어서 표현하지만.




이름은 내 것이지만 평생 남에게 불리는 만큼 내가 내 이름을 부를 일을 거의 많지 않다. 나의 이름은 나를 찾고 불러주는 타인이 있어야만 그 쓸모를 확인하는 특이한 존재인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접하게 되는 나의 이름처럼 나 또한 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소중하게 불러주는 사람이고 싶다.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은 실은 이름 이상의 그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는 뜻도 되고 당신이 궁금하고 이제부터 당신을 알아가 보고 싶다는 인연의 출발선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때 네가 나를 갑자기 예경이라고만 부르지 않았어도 나는 너를 영영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일. 




자신도 모르게 진심이 드러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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