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사람의 소개 -
얼마전이다.
그날 안방의 티비는 혼자 떠들어대고 있었다.
아마도 왁자지껄하고 시시껄껄한 리얼 예능프로였을거다.
티비를 본척 만척
딴짓에 한참 빠져있던 그때
아주 평범한 소개가
매우 특별하게 귓가를 때렸다
네모난 상자속 그 남자는
자신과 함께사는 여인을
대여섯명의 사람들 앞에서
자랑스레 소개하고 있었다.
결혼한 남자가 자신과 결혼한 여자를 일컫는 말은 생각보다 많다.
안사람, 집사람, 와이프, 마누라, 배우자, 애기엄마, 부인, 아내,짝꿍, 동거인..
왠지 “제 집사람입니다”내지는
“제 와이프입니다”가 뻔한 정답처럼 느껴지는 그 와중에
그 많은 보기들을 뒤로하고
남자의 작은 입에서
예상밖의 소개가 나왔다.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노래며 영화며 방송에서
너무도 소비되서 익숙하고 퇴색해버린
지극히 식상한 ‘사랑하는’이라는 동사가
이토록 낯설고 묵직하게 들릴줄이야-
왜 그날
그 낯선 사람의 소개가
그토록 내마음에
문신같은 오랜 자욱을
남겼는지
모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