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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서 Jan 07. 2024

살던 일상을 계속하기

대단한 한 해를 계획하지 않는 것. 올해를 맞이하며 제일 잘한 일이다. 


2023년은 인생에서 가장 다사다난하고 힘든 해였다. 뭐 언제라고 안 그랬겠느냐만은, 이번엔 정말 그랬다. 너무 많은 변수들이 생기고 사라졌다. 그런데 그 점이 괴로웠던 이유는 너무 지레짐작으로 과도한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괜찮겠지, 잘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은 긍정적일 순 있겠으나 근거도 없이 덤비는 기분이다. 대책 없이 가정했던 것은 지난해를 지내면서 가장 많이 배신당했던 면이다. 


그래서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오기 전, 다들 다음 한 해 계획을 세울 때 나는 그냥 조용히 살던 일상을 지속했다. 2024년이나 2023년이나, 나는 달라진 게 없다. 나이가 바뀐다고 해봤자 늘 똑같은 어제와 오늘의 차이일 뿐인데. 시기에 따라 갑자기 많은 걸 하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점점 그게 파사삭 깨지는... 자기 파괴적 행위가 필요할까. 모르겠다. 굳이 목표하자면 올해에는 무엇보다 건강하고 싶고, 한 해 끝물 무렵 라면 많이 먹는 거 조절해야지 - 가 끝이었다.


그런 점이 맘에 든다. 삶이 너무 예상스럽지 않고 때에 따라 내 모습도 달라지다 보니 미리 내 외형을 정하고 그 틀에 맞추려는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게 느껴졌다. 나는 강박적인 면도 함께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 작년을 어떻게든 때에 맞게 열심히 살고 보니 그런 거 없어도 살 수 있겠다는 또 다른 믿음이... 생겼다. 의외로 잘하는 나를 신경 써줄 생각이다. 힘들면 도망도 다니고, 사랑하는 걸 더 사랑하면서 살 예정이다. 고작 그 정도의 다짐, 마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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