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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일 Nov 01. 2024

경찰버스가 ‘금·토·일’ 도심에 더 많은 이유?



                  

“팀장님! 잘 계시죠? 오랜만에 전화 드렸습니다”

 

“그래. 너도 잘 지내지? 거의 1년만 아니냐? 나도 벌써 기동대 온 지가 9개월이 됐다.”


“그러게요. 진짜 시간 빨리 지나갑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다음 달 토요일 결혼을 합니다. 축하해 주실 거죠”


“당연하지, 그런데 토요일이라 아직 확답은 못 하겠다. 무조건 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 진심으로 축하한다.”


“네, 팀장님. 저도 기동대 근무를 해 봤기 때문에 토요일 출동이 많은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너무 부담 같지 마세요. 말씀만도 너무 감사합니다”


지난달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했던 후배와의 통화였습니다, 그리고 한 달여가 지난 2주 전 그 후배는 결혼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미안하게도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주말에 대규모 집회가 있어 연차를 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경찰관으로 재직한 25년 가운데 20여 년은 내근인 행정 부서에서 근무했습니다. 말 그대로 내근 근무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을 말합니다.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 쉬는 근무 형태입니다. 전국의 경찰관들 가운데 50% 정도는 내근 근무를 하고 나머지 50%는 외근 근무를 합니다.


외근 근무는 형사와 교통을 비롯해 지구대와 파출소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외근 경찰관 가운데 그 인원이 가장 많습니다. 현재 제가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 기동대도 당연히 외근 근무입니다.


외근 부서에 근무할 때 대부분 4교대로 근무를 하게 됩니다. 그 말인즉 평일과 주말이 구분 없이 근무하게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경찰관 기동대도 그렇습니다. 보통은 4일 일하고 2일 휴무가 주어집니다. 그런데 경찰관 기동대는 그것도 불규칙합니다. 왜 그럴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집회, 시위가 주로 금요일과 주말에 많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대규모 집회일수록 주말에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말에는 연차를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기동대의 경우에는 군대처럼 그날의 출동 인원이 정해져 있어서 연차를 쓰기가 더욱이나 쉽지 않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또 오셨네요”


“네 안녕하세요. 저 오늘은 금방 갈 거라서 차를 너무 안쪽에 안 넣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언제 가시게요?”


“한 시간 정도 있다가 갈 것 같습니다. 다른 일정이 있어서요”


“네, 알겠습니다. 입구 쪽에 주차해 두겠습니다”


서울공항 가는쪽에 있는 단골 카페입니다. 이곳의 분위기가 좋습니다.


저는 휴무일 이틀 가운데 하루는 무조건 카페에 가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데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그 나름의 맛(?)이 있습니다. ‘남들 일할 때 나는 쉰다’라는 혼자만의 만족입니다.


항상 가는 카페는 대리주차를 해줍니다. 아마도 카페 사장님의 아버지인 듯합니다. 그런데 그분은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지금까지도 모릅니다. 백수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확실한 건 평일 오후에 가끔씩 책이나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오는 손님은 맞습니다.


경찰관들은 저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어디서든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걸 싫어합니다. 특히나 저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차량 내부에는 근무복 등을 절대로 두지 않습니다. 작은 실수만 해도 뭔가 조직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입니다.


평일에 쉬다 보니 가끔은 민망할 때도 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은데 처음 지구대 근무를 시작했을 때 주로 낮에 스포츠센터에서 운동했습니다. 외근을 하면서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주로 낮에는 여성이나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제가 가장 어렸습니다. ‘아직 취직을 못했거나 실업자’라고 생각할 것 같았습니다. 한번은 PT 상담을 했었는데 트레이너 코치와 대화 중에 “나중에 취직하시면 꼭 받아 보세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었습니다.




오늘(목) 당직이기 때문에 내일과 모레가 휴무입니다. 하지만 이번주도 모레인 토요일은 대규모 집회와 시위가 있습니다. 그래서 휴무가 취소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 평일에 하루 휴무가 주어질 듯합니다. 아쉽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가평 쪽으로 산책을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요즘 ‘생각하기 나름이다’라는 말을 자주 되새김질 합니다. 단순하게 ‘쉬는 날인데 왜 근무시켜’라고 생각한다면 토요일 근무하는 게 분명 더욱 짜증스럽고 하기 싫을 것입니다. 그런데 다음 주 평일에 ‘남들 일할 때 난 쉬지 뭐. 어쩌겠어. 지금 근무가 이런데’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덜 불편합니다.


‘어쩌겠어. 이렇게 된 거. 일단 오늘도 열심히 하자’라는 마음으로 경찰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그 마음으로 지금 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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