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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일 Nov 29. 2024

경찰버스의 17시간 로그 기록



            

        

[들어가는 말] 어느덧 ‘경찰버스에서 일어나는 일들’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한 지 15화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기동대 경찰관에 대한 반감이 크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기동대 경찰관들의 하루를 소개하면서 조금은 편하고 누군가와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응원과 격려 덕분에 10화까지만 쓰려던 처음 계획에서 벌써 15화를 맞았습니다. 오늘은 지난 11월 23일 토요일 경찰 버스의 하루 일상을 소개합니다.




“따르릉, 따르릉”


“띠띠띠…. 띠… 띠띠띠… 띠”


“기상…. 기상….”


“위~~~잉, 윙…. 윙”


“삐용, 삐용…”


저는 아침 잠이 많습니다. 직장생활 25년 차가 되었지만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듭니다. 2~30대에는 특히나 그랬습니다. 그때는 주로 서울경찰청과 경찰청에서 근무할 때였는데 매일 5시면 일어나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무슨 생각으로 버텼나?’ 싶습니다. 저는 지금 사용중인 휴대전화에 전에 쓰던 유심 없는 휴대전화 그리고 탁상용 알람 시계 2개를 매일 같이 이용해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유심 없는 휴대전화는 침대 주변 아무 데나 두고 있다가 그걸 찾으며 주로 잠이 깹니다.




[06:40] 기상


오늘은 다른 때보다 1시간 20분 늦게 일어났습니다. 보통 경찰관 기동대는 06:30분 경부터 06:50분경 사이 대부분 출동합니다. 그래서 사무실 도착을 6시 20분까지는 도착해야 합니다. 오늘같이 9시 출근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있습니다. 저는 오늘 같은 날이 정상적인 직장인 같고 좋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켜 두었던 알람을 찾아 모두 끕니다. 그리고 소파에 10분 정도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멍을 때립니다. 그리고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 집에서 5분 거리 스포츠 센터로 향합니다. 매일 하는 루틴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입니다. 사실 운동이 주된 목적이 아닙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사우나를 좋아했습니다. 제가 가는 스포츠 센터에는 목욕탕 시설이 너무 좋습니다. 일단 열탕과 냉탕이 엄청나게 큽니다. 사실 그것 때문에 10년 넘게 다니고 있습니다. 주로 출근 전이나 퇴근하고 이용합니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이만한 게 없습니다.


[08:30] 출근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차를 타고 사무실에 출근할 때는 음악을 크게 듣습니다. 차 안에서 너무 크게 볼륨을 높이는 것이 좋은 운전 습관은 아닙니다. 주변에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정도 외부의 교통상황이나 다른 운전자들의 경적을 잘 들을 수 있어야 안전합니다. 저는 음악을 크게 들으면서 텐션을 올리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충분히 기분이 좋은 상태를 유지하며 사무실에 왔습니다.


[09:20] 출동


출동 장소는 광화문입니다. 요즘 일주일에 한두 번은 이곳에서 근무를 나오고 있습니다. 광화문과 서울광장 그리고 남대문 주변까지 주말에는 시위가 항상 있습니다. 작년에도 경찰관 기동대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작년과 같은 시기에 올해가 훨씬 집회나 시위가 많아졌다고들 합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09:50] 도착


현장에 도착하면 그날 근무에 대한 지휘부 회의가 있습니다. 팀장급까지 참여하는 때도 있지만 주로 전달받습니다. 오늘은 고령의 노약자들이 많이 참여하는 시위입니다. 집회, 시위 현장에 기동대가 근무하는 이유는 불법한 행위를 차단하는 것도 있지만 주최 측에서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더 큰 이유입니다. 물론 일반 시민과의 마찰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노약자들이 현장에서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할 때 신속하게 119구급대를 통해 호송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합니다. 대부분 시위 현장은 교통 통제와 차량 정체가 심하기 때문입니다.


[10:20] 점심


굴국밥입니다. 보통 이 시간에 점심을 먹습니다. 저는 경찰관 기동대로 오기 전까지 매일 아침을 챙겨 먹고 출근했었습니다. 그런데 기동대로 발령 난 뒤에는 아침을 먹지 않습니다. 초반에는 아침을 먹고 출근했습니다. 그러나 점심을 너무 일찍 먹다 보니 식욕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예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합니다. 직장인들이 대부분 12시 점심을 먹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점심시간 집회, 시위 현장이 혼잡해 근무해야 하고 교대로 식사를 해서 일찍부터 점심을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11:20] 근무


근무가 일찍 시작되었습니다. 점심 식사가 끝나고 한두 시간은 버스 안에서 대기 시간이 있는데 오늘은 우리 팀 직원들이 제일 먼저 근무를 해야 합니다. 일주일 단위로 4개 팀이 순차적으로 교대하면서 순번을 정해서 근무합니다. 나름의 규칙과 합리적인 룰이 있습니다. 근무 장소는 건널목 주변과 인도에 배치되었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에게 행사장을 안내하기도 하고 반대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과의 마찰을 방지하는 게 주된 목적입니다.


[12:00] 대기(휴게)


봄부터 가을까지는 대부분 한 시간 정도 근무하고 교대를 합니다. 그런데 겨울철에는 날씨가 춥기 때문에 대부분 40분 정도 근무하고 교대합니다. 저는 추위에 약한 편인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경찰버스에서 대기하면서는 커피도 한잔 마시고 군것질도 합니다. 저희 팀에는 과자를 특히나 좋아하는 직원이 있습니다. 평소 과자를 잘 먹지 않았는데 요즘은 단 것이 생각나곤 합니다. 나이 때문이라는데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16:50] 저녁


벌써 저녁 식사 시간입니다. 40분 근무하고 한 시간 정도 경찰버스에서 대기하고를 반복하다 보면 금방 밥때가 됩니다. 저녁 메뉴는 중화요리입니다. 저는 중화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벌써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팀 직원 두세 명이 유독 좋아합니다. 그래서 자주 갑니다. 팀장인 저는 큰 권한이 없습니다. 사실입니다.


[18:50] 다른 시위 현장으로 이동


강남구에 있는 다른 장소로 이동합니다. 흔한 일입니다. 한곳에서 시위가 끝나거나 중간에도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근무하는 경우는 자주 있습니다. 그것을 기동대 경찰관들은 ‘또 팔려 간다’라고 말합니다. 좋은 뜻은 아닙니다. 그래도 오늘은 왠지 집 근처로 이동하는 거라 마음이 편합니다. 막연하게 일찍 퇴근할 것 같은 기대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희망 고문(?)입니다.


[19:25] 현장 도착


두 번째 출동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경찰버스 안에서 대기합니다. 멀리 갈 수 없습니다. 언제 근무에 투입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느 현장이나 마찬가지로 지휘부 회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팀원들과 공유합니다. 쉽지 않은 현장입니다. 시위자들의 생계와 관련되어 있고 이곳도 주간에 갔던 곳과 마찬가지로 고령의 노약자가 대부분입니다. 사실 이런 현장이 가장 힘듭니다.


[20:30] 근무


현장에서는 차량 통제와 불법 시위를 차단하는 업무입니다. 저녁이 되면서 바람도 불고 기온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산 바로 아래쪽이고 편도 5차선 도로 옆이라 더욱 춥게만 느껴집니다. 그렇게 근무와 경찰버스 대기를 반복합니다.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한쪽에서는 철야를 할지도 모른다며 벌써부터 밤샐 준비를 합니다.


[00:01] 업무 끝


드디어 근무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휴무라는 근무 일정이 나왔습니다. 오늘은 다른 때보다 늦게 나왔습니다. 보통은 전날 저녁 8시경에 내일 근무가 결정되는데 오늘은 훨씬 늦게 결정된 겁니다. 그래서 경찰관 기동대가 쉽지 않습니다. 어찌 됐든 기쁜 마음으로 사무실로 복귀합니다. 그리고 자기 전에 뭘 할지 고민합니다.    


[00:27] 사무실 도착(퇴근)


퇴근입니다. 어느 직장인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저도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오늘은 다른 때보다도 퇴근이 서너 시간은 늦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내일은 꿀 같은 휴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얼마 만에 일요일 휴식인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주말에 시위가 많아서 계속 근무했기 때문에 더욱이나 소중하게만 느껴집니다.


[01:07] 집 도착, 그러나….


진짜 하루가 끝났습니다. 퇴근하는 길에 집 앞 편의점에서 맥주 두 캔을 샀습니다. 가끔 집에서 하이볼을 만들어 먹곤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안주를 만들기가 너무 귀찮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TV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벌써부터 설렙니다. 그 달콤한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그리고 급하게 샤워하고 거실로 나와 휴대전화를 봤습니다. 사무실에서 문자 한 통이 와 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명일 근무가 수정되어 출근 예정입니다. 확정되면 재전파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문자가 왔습니다.


‘11시 출근입니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습니다.


지난 11. 23(토) 하루 일정을 휴대전화 메모장에 기록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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