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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향 Apr 25. 2024

[가파도]에 가보셨습니까?

(제주올레길 10-1코스, 그리고 사려니숲길까지)

 4월 24일 수요일 제주살이 24일 차. 학구열에 불타는 남편이 제주도 지도를 펼쳐놓고 설명했다. 제주도를 동서남북으로 나누어 숙소에서 거리가 먼 대정읍을 비롯하여 제주 서쪽에 위치한 한경면, 한림읍, 애월읍은 이번 기회에 아무래도 점을 못 찍을 것 같다. 그러니 다음 기회가 있으면 가기로 하고 [올레코스 10-1, 가파도]로 가자고 했다.  

  숙소 성산읍에서 2시간 달려 운진항에 도착하였다. 10시에 도착하였는데 벌써 주차장은 꽉 차서 헤매다가 찬스, 한 자리가 서 주차하고 보니 아뿔싸, 또 표 예매줄이 구불구불하였다. 미리 약하자니 굳이 가서 하자던 남편의 의견을 따랐더니 남편은 괜히 미안해했다. 나의 올레길인증 수첩과 경로우대 65세 이상 남편의 신분증을 참고하더니 아주 조금 할인을 해 주었다. 백수인 우리는 요런 할인 사항을 사용할 줄 안다.  몇천 원 할인 대상에 좋아해야 할 사안인지 슬퍼해야 할 안인지 모르겠다. 운진항에서 배 시동 걸고 출발한 지 딱 10분 지났는데  벌써 가파도에 도착했단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피부에 와닿는 온도가 서늘했다.


  리는 바로 가파도상동포구에 설치된 제주 올레 10-1코스시작점 인증스탬프를 찍었다.

오른쪽으로 시작되는 올레코스길을 걸었다. 가파도는 한국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섬 가운데 가장 낮은 섬이다. 현재 인구 200여 명이 상주하고 있으며 섬의 모양이 가오리를 닮아서 가파도라고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가장 남단의 섬, 마라도 명성에 가려 있었는데 제주올레코스로 지정되고 특히 청보리 축제가 4월 말까지 추진되는   홍보의 영향으로 정기선이 1시간 간격으로  운항되고 있으며 성수기에는 30분 간격으로 증편선도 운항하고 있어 교통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우선 먼발치에서 섬을 휘 둘러보니 시작점부터 저 너머 종점까지의 광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느리게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하도록 경사가 거의 없고 4.2킬로다.  그런데 배가 나가는 시간도 여객선사무실에서 미리 결정하기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추어야 했다. 이 사항이 이해가 안 되었으나 여객선 운항상 무슨 애로사항이 있겠지 하고 이해하려고 했다.


우리는 상동마을 할망당을 거쳐 보름바위라는 큰 왕돌을 지나 왼쪽으로 언덕을 오르니 푸른 청보리와 연보랏빛 갯무꽃이 어우러져 장관이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구분없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방팔방으로 뚫린 가파도 주변에는 멀리 산방산을 비롯하여 형제섬과 마라도가 지척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카페에 들러 구수한 보리미숫가루와 보리가루꽈배기로 입가심을 하고 왼쪽으로 걸으니 해안가 개엄주리코지에 어멍, 아방 바위가 나란히 서 있었다. 가파도에는 큰 바위 위에 올라가면 엄청난 파도가 밀려오기 때문에 삼간다는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가파리마을제단을 지나고 하동에 위치한 가파치안센터(파출소)에 도착해서 최종도착인증 스탬프를 찍었다. 가파포구를 한 바퀴 돌고 오니 아담하고 정겨운 가파초등학교가 나왔다. 1년에 1명씩 졸업생을 배출한다고 한다. 나는 학교만 나오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부디 이 학교 아이들 건강하게 자라서 큰 일꾼들이 되기롤 빌었다. 가파도 특산물인 보리로 미숫가루를 만들고 보리누룽지, 보리뻥튀기 등을 만드는 보리도정공장에 들러 보리미숫가루와 보리누룽지를 샀다. 우리는 둘 다 시골 입맛이라서 이런 것들을 좋아한다. 내려오는 상동마을길에 옛 우물터를 발견하였다.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물이다. 이 우물 따라 동네가 형성되었으리라.   동네길목마다 빈집을 개조하여 카페를 비롯하여 작은 공방을 만들어 놓고 소소한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다. 오전 11시 20분 배로 들어갔다가 오후 2시 50분 배로 나왔다. 뭔가 아쉬운 듯 자꾸 뒤돌아본 가파도였다.

    

다시 핸들을 [사려니 숲길]로 돌렸다. 어차피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있어서 유명한 곳이니 남은 시간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오후 5시까지는 숲에서 나와야 하는 규정이 있는데 주차장에  도착하니 4시 15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바로 걸었다. 옆에는 한라산 둘레길도 있었으나 우리는 사려니숲길이 목표다. 혹시라도 늦은 시간에 도착할까 봐 헉헉거리며 바삐 걸었다. 다양한 나무들이 멋지게 쑥쑥 자라 늘씬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는데 유독 육지의 잎이 좁은 조릿대와는 다르게 잎이 넓은 조릿대가 오솔길옆에서 내 눈길을 끌었는데 아무래도 따뜻한 기온의 영향이라고 추측했다. 코를 벌름거리며 마음껏 들이마시고 내뿜으며 휠링의 시간을 누린 것 같다. 남은 자투리 시간까지 제주를 느낀 오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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