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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언제나 여행이 너의 친구였으면 해.

by 세상과 마주하기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들을 보면 얼굴에서 광채가 난다.


어디에서 읽었더라.. 생각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너무나도 정확한 말이라 생각해서 핸드폰 노트에 적어 두었다.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한번 직접경험에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여행에 미쳐버리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대학시절 작은(!) 주말여행에 만족하지 못하고 큰 물에 한번 나를 빠뜨리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유럽배낭여행.

92년 시절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많은 대학생들이 너도 나도 여행을 떠났었다.


나도 가야지..

그런데 신체건강한 한국 남자들에게는 그럴 자유가 없었다.

국방의 의무 때문에 병무청에 가서 서류를 떼어야만 여권을 신청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서류를 위해서는 부모님의 동의서가 반드시 필요했고..


아버지, 여행 가고 싶습니다.

어디?

유럽에요..

안돼..

왜요?

부모도 한번 안 타본 비행기를 네가 감히~~~


뭐 이런 스토리(이 이야기는 다음에 한번 적어 볼까 한다.)에 좌절하고 3년간 부모님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300만 원으로 본과 2학년 때 간신히 허락을 받아 KLM 런던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30여 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 1달여를 여행 후유증(다시 떠나야 하는)에 시달렸었다.


그러고 나서 몇 년이 지나 내가 돈을 벌어 쓸 수 있는 때가 오고 나서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1년에 1번 떠나던 여행이 2번이 되고 어느 순간 분기별로 마음을 열어 주지 못하면 안 되는 사태가 발생하고야 말았다. 이런....


내가 지쳐갈 때 나에게 힘을 주는 것이 여행이다.


가까운 곳이건, 먼 곳이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음식이 주는 매력에 한껏 빠져들어 있다고

돌아오면 다시금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가득 차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에너지가 얼굴에도 보이지 않을까?

돌아오는 길에서 느끼는 집에 대한 설렘, 그리고 길에서 만난 것에 대한 아련함.. 그리고 추억.


이런 것들이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 딸아이와 한판(!) 싸우고 난 뒤 딸아이의 카톡에 이런 글을 적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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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빠가 여행을 좋아하고 너와 같이 다니는 이유는 네가 다음에 어른이 되어 삶이 힘들 때 너에게 새로운 힘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야..

(딸은 우리 집이 부자가 되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로 아빠가 수없이 많이 다니는 여행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2012년 11월 16일

2007 6 20 스위스 취리히에서 Fuji Finep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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