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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 설렘에 대하여

by 세상과 마주하기

항상 여행은 나에게 설렘을 준다.


처음에는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컸었기에 패키지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했었다. 말도 안 통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하지만 여행이 시작되고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그곳도 나와 같은 사람이 사는 곳이고 사람들의 생각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가 아주 어렸던 시절 몇 번의 여행을 제외하고는 이후의 모든 여행은 비행기 예약하고 숙박을 알아보고, 어디를 관광해야 할지 고민한다.


사실 패키지여행을 하고 나면 여행할 때는 편하지만 여행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어디를 여행했는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리고 거기까지 가는 길이 어떠했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버스에 실려 찍고 찍고 내리고 타고 뭐 이런 단순한 기억밖에 남지 않는다. 그리고 진실일지도 모르는 어쩌면 진실이 아닌 가이드의 현란한 말의 잔상도 남는다. 그러나 내가 계획한 여행은 비록 중요한 곳을 빠뜨려서 후회가 될지라도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 그려진다.




여행의 즐거움은 준비가 아닐까..

아니 어쩌면 여행의 거의 모두가 여행 가기 전, 비행기 타기 전까지의 설렘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여행 갈 곳이 어딘지 책을 사고 보고, 음식을 알아보고, 그래도 맛집이 어딜까 고민도 해 보고, 꼭 봐야 할 곳을 책과 인터넷, 그리고 그곳을 이미 갔다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그 순간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거다.


여행이 시작되고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면 설렘보다는 고단함과 긴장감이 더 엄습해 온다. 계획했던 스케줄에서 비가 온다는지 몸이 아프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처음 세웠던 계획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여행을 처음시작하던 그 옛날에는 계획했던 것을 취소하면 마치 숙제를 마치지 못한 학생처럼 안절부절못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몸이 피곤하면 피곤한대로 쉬어가고, 비가 와서 가야 할 길을 막으면 다른 곳을 간다. 발길 닿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여행을 한다. 어떤 이유로 그것을 보지 못하면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보기 때문이다. 계획에 없던 길을 걸고 있을 때 우연히 마주친 무언가에 강하게 끌림이 왔을 때의 그 즐거움이란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다.


나는 방랑자이다.

이 들석임이 있어 좋다. 들썩이지 못할 때는 가끔 하늘을 보며 비행기를 쳐다본다. 멀리 보이는 비행기만 보더라도, 아니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만 봐도 마치 내가 여행자가 된 느낌이다.


여행을 하면서 생긴 취미가 있다. 취미라고 하기에는 뭐 하지만 새로운 비행기를 타보는 것이다. 여행카페를 드나들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았다. 그중에서도 비행기를 좋아하는 고등학생의 글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벌써 몇 년이 지났으니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어 있지 않을까? 어쨌든 그의 글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비행기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타고 있는 B737-900, B747-400, B777-200/300, A 380, A 320 등의 비행기 기종을 외우고 있으면 마치 내가 그 비행기를 조종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하고 언제 가는 한번 비행기를 조종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기도 하다. 물론 이 나이에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비행 편을 예약할 때면 항상 기종을 확인하는 편이다. 비행기 기종에 따라 좌석의 배치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혹시나 외국에서라면 한 번도 타 보지 못한 새로운 비행기를 타 보는 행운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였더라... 밀라노학회 가는 연결 편이 뮌헨에서 바꾸어 탈 기회가 있었는데 루프트한자의 작은 비즈니스 여객기였다. 50여 명 정도 탈 수 있는.. 작은 비행기로 알프스를 넘을 때의 짜릿함이란..


2013.7.20 제주도행 비행기에서


DSCF0543.JPG 2007 6 24 스위스 St. Moritz. Fuji Finep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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