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너도 나 닮아서 맛난 음식을 즐겨 먹잖아.
그래서 맛집을 고를 때가 있잖아.
아빠의 맛집에 대한 생각은 좀 달라.
10년도 훨씬 전에 적어둔 글이지만 아빠의 음식에 대한 철학(!)을 적은 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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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하도 좋아하다 보니 맛집을 찾아다닌다.
뭐 그 덕분에 체중 줄어드는 일이 하늘에 별 따는 일과 다름없지만 말이다.
한 번은 맛집 블로그를 만들어 볼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맛있는 집이란 단순히 음식만 맛있다고 결정되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포기했다.
그리고 ‘맛있다 ‘라는 표현은 너무 주관적이어서 10명 중에 절반이라도 같은 생각을 가지기가 어렵다.
나 또한 다른 이들이 좋다고 하는 집을 가서 먹어보면 아닌 곳들도 많다.
결국은 내가 또는 내 가족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고르게 된다.
음식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은사님께서 종종 하시는 말씀이 있다.
이제는 내가 지인들과 만나면 종종 사용하는 말이 되어 버렸지만 말이다.
” 음식은 모름지기 누구랑 먹느냐가 맛있느냐, 맛없느냐를 결정하지. 기분 좋은 사람과 같이 먹으면 아무리 싸고 볼품없는 음식이지만 지나고 나면 기억되고, 불편한 이들과 먹게 되면 아무리 비싸고 좋은 음식점에서 먹어도 기억이 안나는 경우가 있지.
어때 오늘 음식맛이 좋지... ㅎㅎ”
사실이다.
3000원짜리 칼국수를 먹는다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진수성찬일 것이고,
돼지국밥에 소주 한 병이라고 할지라도 서로 마음이 통하는 이들과 함께라면 그 어떤 음식과도 견줄 수 없다.
가끔 비싼 음식에 우아한 식당에 초대받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날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는가에 따라 다음에 음식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냥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니 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그 진면목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 번은 맛집기사를 적는 기자와 맛집 블로그를 오랫동안 운영했다는 분이 내 옆에서 각자의 맛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들었다.
그런데 말이다.
맛집이라고 평하는 그 속에 재료, 음식점, 시설에 투입된 돈 뭐 이런 거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물론 비싼 재료에, 비싼 인테리어에, 비싼 시설이 있으면 당연히 맛있어야 하겠지만, 그 두 사람의 이야기 속에 사람은 없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했다.
사실 이것도 나의 주관이니 누구에게 이게 중요하다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사람과 사람사이에 음식이 놓이는 것이지, 음식과 음식사이에 사람이 놓이지는 않는데 말이다.
가끔 내가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아는 지인들이 전화가 온다.
어디 갈 건데 뭘 먹으면 될까? 참 난감하다.
대개 내가 맛있다고 하는 집들은 싸고 맛있는 집들이다.
1000원의 계란 만두, 4000원의 비빔국수, 7000원의 생선구이정식 뭐 이런...
이 정도의 가격에 이 정도의 맛이라면 좋다 뭐 이런 생각인데 누구를 초대하고 싶은데 시설 좋고 맛있는 집이 어디인지는 나도 잘 가지 않아서 모르니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은사님께 배운 것은 사람과 같이 나누는 시간에 대한 것인지 모르겠다.
차려진 음식은 넉넉하지 않지만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 그 넉넉함을 채워주는 그런 시간.....
모름지기 음식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아닐까~
2013년 7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