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와 가끔 먹는 것을 두고 싸운다.
아기 때는 아니었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매번 먹는 것 때문에 아이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아빠였던 것 같다.
오늘도 caprese salad 때문에 또 한판~~..
내일 시험 때문에 공부하는 아이와 moderate level(^^) 정도로 언쟁을 했다.
그리고 뒤늦게 알았다.
딸아이는 가장 맛있는 것을 가장 뒤에 먹는다는 사실을...
나는 가장 맛있는 것을 가장 먼저 먹는다..
사실 이것도 오늘 집사람이 말해 줘서 알았다.
음.. 내가 정말 그랬나?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다.
이런~~ 마흔이 넘어 나의 습관도 모르고 살고 있다니.
가만히 왜 그러나 생각해 보니 나는 '음식을 먹을 때 가장 맛있는 것은 요리하고 나와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가 가장 맛있을 거라는 생각'에 손이 먼저 가는 것 같다.
하지만 딸아이는 그렇지 않단다. 그래서 물어봤다.
‘ 딸, 너는 왜 맛있는 것을 가장 나중에 먹지?’
‘몰라’
‘아빠는 가장 맛있는 것을 먼저 먹지.. 음식이 만들어져 나왔을 때가 가장 맛있거든’
어쨌든 식습관의 차이로 인해 지금까지 나와 아이는 전투를 벌이고 있었던 거다.
서로 왜 화내는지도 모른 채 가슴 아파하고 있었던 거다.
내 생각에는 가장 나중에 남아 있는 것이 가장 맛없는 것이고, 그것 하나쯤 내가 먹는다고 어찌 될 일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아빠랑 나누어 먹자고 한입 쏙~~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가장 맛있는 것을, 그리고 마지막의 여운을 아빠에게 빼앗겼으니 얼마나 원통할고~~.
매번 싸우면서 내가 서운하고 화가 났던 것은 아이가 아빠에게 조차도 음식을 나눠먹지 않는 배려에 대한 것이었다.
아이가 혼자라서 그렇지 않나 해서 더 화가 났다. 내가 혼자인 아이를 버릇없이 키웠기 때문이라는 자책도 같이 포함해서...
이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부터는 아이에게 뭘 남겨둘 것인지 물어보아야겠다.
그것은 음식취향만큼은 나를 꼭 닮은, 그리고 나를 닮아갈 아이에 대한 나의 배려일 것 같다.
내가 아이에게 배려해 달라고 먼저 요구할 것이 아니라 왜 그런 행동이 나왔는지 내가 먼저 물어보는 것이 내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배려인 것 같다.
2014년 11월 13일
사실 10년이 훨씬 지난 그리고 아이가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 이것이 문제가 되곤 한다.
아직도 내 딸은 제일 맛있는 것을 제일 마지막에 먹고 있다.
어제도 아이가 애지중지하며 남겨놓은 과자를 내가 홀라당 먹는 불상사가 났다. (너무 맛있어서)
이제는 큰 언쟁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