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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안 Aug 17. 2021

내 영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미국 드라마

나의 영어 이야기

수능을 마치고 대학 입학까지 시간이 많았다. 어떤 친구는 돈을 벌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또 다른 친구들은 운전을 하기 위해서 운전면허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다들 나름대로 바쁘게 생활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공부했던 교과서와 문제집을 모두 정리했다. 책들 위에는 먼지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옛날 생각이 나서 책을 한번 펼쳐보면 앞 페이지는 필기가 빼곡하고 뒷 페이지는 새 책처럼 깨끗했다. 역시, 공부는 참 뒷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다.


토요일에 방영하는 토요 명화 극장 시리즈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오프닝 음악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주로 옛날 영화들이 자주 방영되었는데 이상하게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그 후로 인터넷에서 다양한 해외 영화를 찾아보던 중에 해외 드라마를 발견했다.


최애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


개인적으로 드라마를 즐겨 보지는 않았다. 시시콜콜한 사랑 타령 이야기에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헤어지고 하는 너무 전형적인 한국식 드라마에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나름대로 예상하는 다음 장면의 내용들이 하나도 일치하지 않았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드라마 작가가 메롱 하며 놀리는 느낌이었다.


"프리즌 브레이크" 2005년도에 방영된 미국 드라마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받은 그 신선한 충격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수감된 형을 구해내기 위해서 온 몸에 탈옥 지도를 문신으로 새기고 감옥으로 스스로 들어온 석호필. 매 장면 하나하나가 정말 박진감이 넘치고 스펙터클 했다. 잡힐 것 같으면서도 또 빠져나가고 이제는 잡히겠네 할 때도 교묘히 빠져나가는 장면들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한국어로 잘 번역된 한글 자막을 통해서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즌 1이 끝날 무렵, 왠지 모르게 배우들이 말하는 영어를 직접 듣고 이해하고 싶어 졌다. 한글 자막 기능을 취소해 보았다. 자막이 사라져 더 큰 화면으로 드라마를 즐길 수 있었지만 스토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답답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하던 찰나에 한영 통합 자막을 찾았다. 한국어와 영어가 함께 자막으로 나오는데 그 길이가 너무 길어서 화면의 반 이상을 차지해 버렸다.



처음에는 한국어만 보고 읽었다. 하지만 한국어 자막을 읽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영어도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즌 3까지 보고 나서 한글 자막 기능을 취소해서 다시 보았다. 영어 자막은 그대로 있었지만 기분이 새로웠다. 드라마 배우들의 영어 대사를 직접 듣고 이해하는 느낌이 그저 좋았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인물로 빙의되어 대사를 따라 하고 제스처를 따라 하며 영어로 연기를 하고 있었다.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드라마를 본 것이 절대 아니다. 이전까지 쉐도잉이라는 단어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저 재밌었다. 재밌어서 보고 또 보고를 반복했다. 어느새 인물들의 대사를 외우고 거울을 보면서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를 상상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이렇게 나의 해외 드라마 오타쿠 여정이 시작됐다. 1TB 하드 디스크 여러 개가 오직 해외 드라마들로만 꽉 차 있을 정도로 정말 많이 보았다. 최근에는 OTT 시장 덕분에 좋은 작품들을 쉽고 빠르게 볼 수 있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스스로 직접 작품을 찾고 자막도 찾는 일을 해야만 작품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같은 해외 드라마를 여러 번 반복해서 보면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해외 드라마는 보통 시즌제이기 때문에 동일한 작가가 전 시즌에 참가한다. 그들이 표현하는 장면이나 대사가 가끔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비슷한 촬영 구도 또는 동일한 영어 표현, 단어, 심지어 비속어도 볼 수 있다.


특정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것을 발견하고 따라 하면 자연스레 문화와 영어를 익힐 수 있다. 그저 다른 나라의 외국어로서의 영어가 아닌, 그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언어라는 조금은 다른 개념으로 영어를 익힐 수 있다. 이게 바로 해외에서 영어를 익히고 연습하는 방법이다.


한국어로 번역을 하지 않고 영어로 바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예를 들면, 친구와 만날 때 보통 우리는 "밥 먹었어?"라고 말하면서 인사를 한다. 그럼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었어? 과거형이니까 did you, 동사 먹다는 eat, 그래서 Did you eat?!"


맞다!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한국말을 번역하고 다시 영어로 작문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연습이 조금 더 필요하다. 연습만 충분히 하면 더 빠르고 잘할 수 있다! 프리토킹도 문제없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Have you eaten?"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어? 이거 현재 완료 배워야 되는 거 아니에요?" 10명 중에 8명의 학생들이 하는 질문이다. 하지만, 배우지 않아도 된다. 그냥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사용하는구나!"라고 이해하고, 다음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직접 말해보자! 직접 말해보는 순간, 그 기억은 정말 오래간다.



요즘에는 영어를 쉽고 빠르게 가리켜준다고, 그저 쉽고 빠르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양한 학습 환경과 도구들이 많아졌지만, 사실 외국어, 영어를 배우는 것은 절대 쉽지 않고 절대 빠르게 배우기 어렵다. 혹시, 나는 매일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는데 왜 이렇게 늘지 않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지금 잘하고 있다고. 지금처럼 매일매일 조금씩 꾸준하게만 하면 반드시 더 잘할 수 있다고!"


영어 공부 때문에 머리가 아플 때면 미국 드라마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엄청난 열정으로 노트를 펴서 노트 테이킹을 준비한다거나 두 귀를 이어폰으로 꽉 막고 쉐도잉을 준비하는 것은 잠시 멈추자. 그냥 힘 빼고, 작품만 재밌게 즐겨보자. 그렇게 매일매일 꾸준하게 영어 공부할 수 있는 재미를 찾는 것이 사실 제일 중요하다.


 

여러분의 최애 미국 드라마는 무엇인가요?


같은 작품의 해외 드라마를 본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면 너무 즐겁다. 일단 취향이 비슷하다는 왠지 모를 동질감이 생기고, 같은 장면에서 서로 다른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흥미롭다. 기회가 된다면 흥미로운 사람들과 함께 달콤한 버터 캐러멜 팝콘을 즐기면서 미국 드라마 마라톤을 달려보고 싶다.

  



Sometimes, the hardest way is the easiest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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