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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안 Sep 23. 2021

내 영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영어 시험

나의 영어 이야기

영어를 도대체 왜 잘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풀고 있던 영어 시험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공교육과 학원, 과외 사교육 속에서 정신없이 들었던 수없이 많은 영어 강의.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영어 공부 방법 트렌드도 많이 바뀌었다. 영자 신문 읽기, 팝송 외우기, 영어 원서 읽고 독후감 쓰기, 미국 드라마 쉐도잉 하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외국인과 영어 회화 하기. 다양한 영어 공부 방법들이 나타나고 사라지지만, 언제나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은 바로 영어 자격시험이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토익 영어, 토플 영어, 아이엘츠 영어 모두 다 똑같은 영어인데, 왜 굳이 따로따로 영어 시험공부를 해야만 하는 걸까?" 물론 각각의 시험 목적과 특징이 다르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모든 시험의 공통적인 목적은 결국 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것인데, 하나의 영어 능력을 여러 가지의 영어 자격시험 점수를 통해서 보여줘야 하는 것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이후에 영어 자격시험을 출제하는 것도 하나의 비즈니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궁극적으로 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모두 똑같지만, 영어 자격시험의 종류를 다양하게 만들어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해내는 것이다. 교육이라는 신성한 영역에 이익을 추구하는 비즈니스가 연관되었다는 사실에 실망은 했지만, 영어 자격시험을 그저 무시할 수는 없었다. 특히, 회사 취업할 때, 해외 유학 준비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영어 자격시험 점수이기 때문이다.


 

해외 팝송을 듣고, 해외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열정이 끓어오른다. 하지만, 막상 영어 시험을 공부할 때는 그런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똑같은 영어인데, 왜 영어 시험공부를 할 때는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덜 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영어 자격시험을 영어가 아닌, 그저 문제 풀고, 점수받는 시험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수능이 끝나고 접하는 가장 첫 번째 영어 자격시험은 대부분 토익 시험이다. 토익 시험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중점을 두고 일상생활 또는 국제업무 등에 필요한 실용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글로벌 평가 시험"이라고 미국 ETS 회사에서 말한다. 어느 누구도 토익 시험이 무엇을 위한 시험이고, 누구를 위한 시험인지 말해주지 않는다. 그저 토익 900점 이상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만 기억한다.


토익 시험을 3개월, 6개월,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면서 마침내 900점 이상의 결과를 받았다. 기분 좋게 토익 시험을 졸업했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그동안 공부했던 영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아니, 갑작스럽게 모든 것이 다 리셋된 기분이 들었다. 같이 일하는 외국인 직장 동료가 업무에 대해서 물어볼 때도, 해외 지사에서 보낸 이메일에 영어로 답장을 해야 할 때도 그저 막막했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토익 영어는 쓸모없는 것인가?"라고 생각하면서 새롭게 토익스피킹 또는 오픽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 영어 회화 학원에 등록했다. 그동안 공부했던 것은 모두 잊은 체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를 또다시 시작했다. 학원에서 주는 질문 템플릿을 통해서 미리 준비한 영어 답안을 열심히 외웠다. 수없이 연습하면서 외우고 또 외우면서, 결국 시험장에서 기계처럼 연습한 영어 답안을 토해내고 최고점을 받았다. 


토익 시험은 넘었고, 토익스피킹 또는 오픽 시험이라는 또 하나의 영어 산을 넘어 기분 좋게 회사로 돌아왔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현실에서는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던 영어 답안이 적용되는 곳이 없었다. 그렇게 이번에는 외국인 영어 회화 학원에 등록해서 영어 공부를 또 또다시 새롭게 시작했다. 하지만.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이 지난 뒤에 학원을 그만두었다. 그렇게 이번에도 영어 공부가 중단됐다.


위의 예시는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의 실제 이야기이다. 그들은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영어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 정말 다양한 시도를 했고,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지금도 영어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영어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영어 공부를 목적 없이, 올바른 방법을 이해하지 않고 계속 공부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이는 나도 다양한 영어 시험을 직접 경험하면서 수많은 실패를 통해서 깨달았다. 


토익 990점, 토익 스피킹 레벨 8, 오픽 AL,  텝스 1+ 등급, 토플 118점, 아이엘츠 9.0, 지알이 V164/Q168/5.0


토익, 토익스피킹, 오픽, 텝스, 지텔프, 토플, 아이엘츠, PTE, GRE, GMAT 거의 모든 영어 시험을 직접 경험했다. 실제로 토익, 토스, 오픽, 텝스, 토플, 아이엘츠, GRE는 직접 시험을 보았고, 지텔프, PTE, GMAT은 함께 공부했던 학생들을 위해서 공부했다. 결국 영어 능력 하나만으로 다양한 영어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영어 실력은 리셋되지 않고 지금은 다양한 경험 덕분에 훨씬 더 많이 늘었다. 


영어 시험공부도 엄연한 영어 공부이다. 시험공부를 할 때만이라도 시험 문제 하나를 맞히고 틀리는지에 집중하기보다는, 정답에 대한 이유와 그 개념에 대해서 공부해보자. 영어 시험을 공부할 때가 오히려 영어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문법, 단어에 대해서 더 오래, 더 자세히 배울 수 있다. 이때 제대로 배워나야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영어가 이후에도 리셋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꾸준하게 영어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다.


혹시 지금 영어 자격시험을 공부하고 있다면 기출문제, 족보, 후기, 템플릿 모두 활용해도 괜찮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금 공부하는 시험에 대한 목적과 특징에 대해서 먼저 충분히 이해하자. 그리고 문제 풀이보다는 영어를 공부하자. 영어 읽기 문제를 제대로 해석하고, 영어 듣기 문제를 제대로 듣고, 영어 쓰기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쓰고, 영어 말하기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말하고, 영어 문법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문법 문제를 풀어보자. 조금은 더 어렵고, 힘들고,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지금 영어를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앞으로의 영어 인생을 훨씬 더 편하게 만들어준다. 




Do it right rather than fast.

빨리하기보다는 제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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