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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안 Oct 21. 2021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해외 경험이 꼭 필요할까?

영어 이야기 EP6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해외 경험이 꼭 필요하다. 왜?


먼저, "영어를 잘한다"라는 것이 도대체 어느 수준의 영어 실력을 의미하는 것일까? 영어 원서 책을 막힘 없이 읽을 수 있는 수준, 해외 영화를 자막 없이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 영어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수준. 사실 각자가 생각하고 원하는 수준의 영어 실력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한 번쯤은 원어민과 막힘 없이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을 것이다.


만약 원어민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영어를 배우는 궁극적인 이유이자 목표라면, 해외 경험을 강력하게 추천하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영어 실력은 단순히 영어 원서를 읽고, 쉐도잉을 하고, 문법 공부를 한다고 느는 것이 아니다. 영어 독해 실력이 늘고, 리스닝 실력이 늘고, 영어 문법 천재가 되었다고 한들, 실제로 원어민을 만나서 영어로 말하려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머릿속이 하얘진다.


그동안 눈으로 읽고, 귀로 듣고, 손으로 쓰는 영어가 습관이 되어버린 나머지, 생각해서 말하는 영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대답을 기다리는 원어민을 보자면, 나도 모르게 등줄기에서 땀이 '또르륵' 흘러내린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영어 단어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말도 안 되는 단어와 문장들의 조합으로 얼렁뚱땅 그 상황을 넘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집에 와서 크게 후회한다.



1. 첫 번째 해외경험

호주 워킹홀리데이


두 번의 수능 실패를 경험하고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스스로 "미국 대학원 합격하기" 목표를 만들었다. 대학교 4년 동안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방학 동안에는 서울에 있는 학원에서 토플과 GRE 공부를 했다. 대학교 4년과 군대 2년 동안 영어 공부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수 백번, 수 천 번 찾아왔지만 다행히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대학교 4학년 마지막 겨울 방학에 꿈에만 그리던 미국 대학원 2곳에서 합격 메일을 받았다.


집안의 경제적인 어려움 덕분에 미국 대학원 1년을 휴학하고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나름 영어에 자신도 있었지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핸드폰 유심칩을 구매하는 그 짧은 영어 대화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새벽 시간이었지만 호주 여성분이 하는 말은 너무 빨라서 들리지도 않았다. 긴장을 해서 손바닥과 등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지만, 온갖 바디랭귀지를 활용해서 겨우 유심칩을 바꾸고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앞으로의 호주 생활이 걱정되었다. 사실 "괜히 왔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부딪혀보기로 했다. 다음날, 인쇄소에 가서 이력서를 정확하게 100장 출력했다. 그리고 퍼스 시티로 가서 모든 상점과 가게에 들어가서 인사를 하고 직접 이력서를 건네주었다. 처음에는 Hi, Nice to meet you. 영어 한 문장의 인사말도 건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2번째, 3번째 계속 시도하면서 점점 편해졌다. 마침내 지하에 있는 어느 한 레스토랑에서 이력서에 관심을 가지고 30분 정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영어를 말하면서 무슨 배짱으로 인터뷰를 보았는지, 참. 어처구니없지만, 나의 영어가 깨진 첫 번째 순간이었다.


영어 인생 그래프 - 영어가 깨진 3가지 순간


2. 두 번째 해외경험

미국 대학원


나의 영어가 깨진 두 번째 순간은 미국 대학원 생활이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수업을 듣고, 혼자 독서관이나 기숙사에서 공부하는 것이 익숙했다. 질문이 생기면 수업 중에 물어보는 것보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담당 교수님에게 물어보았다. 수업 중간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하나의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는 완전히 달랐다. 학생들은 수업 중에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손을 들고 질문했다. 끊이지 않는 질문에도 교수님은 모든 질문에 정성껏 답변하고, 오히려 "Do you understand?, Do you have more questions?"라고 친절하게 물어보셨다.


국내 대학교에서 혼자 묵묵히 공부했던 방법과 다르게 미국 대학원에서는 서로 질문과 대화를 끊임없이 했다. 수많은 미팅을 하면서 함께 공부와 연구를 하는데 적극적으로 영어를 말하지 않으면 언제나 끌려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실수를 할까 봐, 틀리면 바보 소리를 들을까 봐, 이해가 되지 않아도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다. 영어에 대한 무기력에 빠져있던 순간, 100명 정도의 학생들과 함께 듣는 수업에서 나도 모르게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사실 그렇게 궁금하지도 않았고, 딱히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냥 손을 들고 질문했다. 한 순간에 100명의 모든 학생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긴장돼서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크리스: What is the benefit of that Intel CPU architecture?

교수님: Well, that's a good question! There are many, but the most ~


인텔에서 CPU 설계 엔지니어로 30년 동안 근무했던 교수님께 물어보았다. 멍청한 질문으로 무시당할 줄 알았는데 정말 뜻밖에 답변을 들었다. "THAT'S A GOOD QUESTION!", 뭐라고? "좋은 질문이네요!"라는 교수님의 대답을 듣고 용기가 생겼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교수님의 답변이 끝나갈 때쯤, 곧바로 팔로우업 질문을 하면서 결국 다른 학생들의 질문과 참여로 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수업 중간에 열띤 토론회장이 펼쳐졌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교수님은 내가 생각했던 멍청한 질문에 오히려 더 큰 격려를 보내주셨고, 이는 그동안 미국 대학원에서 힘들게 겪고 있었던 영어 무기력에서 마침내 탈출할 수 있었던 큰 힘이 되었다.



3. 세 번째 해외경험

글로벌 프리워커


나의 영어가 깨진 마지막 세 번째 순간은 해외 취업이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정말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을 했다. 타일, 단열재, 청소, 레스토랑 웨이터, 키친 핸드, 요리사, 카페 바리스타, 파티시에, 호텔 하우스키핑, 모바일 수리, 세일즈, 디지털 마케터, 홈페이지 디자이너, 코딩 과외, 영어 과외, 영어 통번역, 크로스핏 코치, 스포츠 영양 코치. 그리고 미국 대학원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에는 반도체 회사 엔지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풀 스택 개발자, 콘텐츠 마케터, UI/UX 디자이너, 해외 주식 & 암호 화폐 애널리스트 일을 했다. 더 이상 이곳은 영어를 배우는 곳이 아니라, 영어로 싸우는 전쟁터이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매일매일을 새로운 고객들을 만나고, 피드백을 주고, 업무에 대한 평가를 받고, 월급을 받는다. 물론 영어 실력보다 업무에 대한 실력이 훨씬 더 중요하지만, 더 높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영어 실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해외 고객을 상대하는 업무라면 깔끔하고 멋진 외형적인 모습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업무와 관련된 용어/단어/표현을 올바르게 구사하는 능력, 질문에 대한 정확하고 신속한 답변을 줄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고객과 친분을 잘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인맥이라고도 불리는 네트워킹. 해외에서 일을 하면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해서 처음부터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적극적으로 다가가되, 진정성 있게 경청하고 이야기해 보자. 말을 너무 많이 할 필요도 없고, 너무 적게 할 필요도 없다. 만약 처음에 다가가는 것조차 어렵다면, Small Talk를 통해서 대화의 얼음을 깨트려 보자. Small Talk의 첫 번째 규칙은 절대 자기 자랑이 아니라, 상대방의 칭찬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특히, 더 작고, 디테일한 부분을 찾아서 크게 칭찬해 보자. 상대방이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질 것이다.



Small Talk Example


James: Katie, the popcorn you made is so good, How did you make it?

Katie: Thanks, it's so easy to make, actually.

Kevin: By the way, Katie. I love your beanie. Where did you get it?

Katie: Oh, Thanks! I bought this online, let me show you the website.


약간은 낯간지러울 정도의 대화일 수 있지만, 사실 이게 실제 원어민들의 대화이다. 특히, 처음 만난 사이라면 더 많은 칭찬과 더 많은 웃음으로 더욱 과장되어 보일 수 있지만, 그게 현실이다. 하지만, 막상 상대방에게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고, 상대방에게 호감이 생기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Small Talk를 통해서 차갑고 어색했던 분위기를 깨트리면, 비로소 더 깊고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다.


단순히 책이나 강의를 통해서 Small talk를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영어로 말할 수 있다고 원어민 친구들을 쉽게 사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직접 연습하면서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처음에는 정말 어렵다. 나 또한 사람들에게 입술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너무 긴장되고 어색했다. 하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상대방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들이 한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원어민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서 더 넓은 전 세계 네트워크를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방구석에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인 친구 John과 쉽게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다. 강남, 홍대, 이태원에서 열리는 외국인 커뮤니티에 찾아가서 다양한 외국인 친구들과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덕분에 영어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외국 문화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 국내에서 영어를 배우고 직접 활용하는 것이 점점 더 쉬워지는데, 굳이 해외 경험이 필요할까?


물론 국내에서도 영어 실력을 늘릴 수 있지만, 영어라는 외국어는 본래 언어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도 함께 배워야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영어로 의사소통만 하면 되지, 문화까지 배워야 할까? 영어를 활용하면 활용할수록, 영어에 대한 언어적인 측면뿐 만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의 이해도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혹시, 미국 드라마를 보다가 웃음 코드를 놓친 적이 있는가? 또는 외국인 동료나 상사에게 사용하는 영어 단어/표현에 대해서 지적당한 적이 있는가?


책과 인터넷을 통해서 아무리 찾아보고 공부해도 그 상황에서 직접 말하지 못하면 결국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물론 낯선 환경이 편하지 않고 때로는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되지만, 처음 보는 원어민이 내가 하는 영어를 이해하고 친절하게 답변까지 해주는 그 순간. 딱 한번 성공하는 그 순간에 스스로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하다. 그 한 번의 성공은 두 번째, 세 번째 성공을 만들고, 결국에는 영어에 대한 자신감 또한 폭발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상황이 나아지면, 반드시 한 번쯤은 해외 경험을 통해서 직접 경험해 보자. 앞으로의 영어 공부에 정말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Trust your gut, and don't believe anything or anyone until you experience it for yourself.

당신의 직감을 믿고, 스스로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아무도 믿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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