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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말고, 선호를 선호해

취향이 확고한 사람이 더 자주 행복하다

by 책꽃 BookFlower

* 선호(選好) : 여럿 가운데서 특별히 가려서 좋아함


“뭐 먹을래?”라는 질문에 항상 입버릇처럼 대답했다.

“난 아무거나 괜찮아."

그런데, 그때의 나는 정말 괜찮았던 걸까?



‘아무거나 괜찮아’라는 말의 진짜 의미 – 흘러가듯 살아온 시간들


내가 다니던 대학교 근처에는 ‘아무데나’라는 이름의 식당이 있었다. 심지어 그곳에는 ‘아무거나’라는 메뉴도 있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누군가 ‘아무 데나 가자’, ‘아무거나 괜찮아’라고 말할 때면 저절로 그 식당이 떠오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해왔기에, 식당 이름과 메뉴로까지 등장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의 나는 그 식당 이름처럼 살고 있었다. 남들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달려가던 그 시기에, 나는 특별한 목표도 없이 아무 데나 가서 아무거나 하며 흘러가듯 살았다. 그래서였는지, 결국엔 아무것도 내 뜻대로 된 것이 없었다. 삶을 대하는 나의 ‘선택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깨달은 건,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선택은 익혀야 하는 기술 – 중요한 순간에도 갈팡질팡했던 이유


선택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익혀야 하는 기술이라는 사실을 나는 꽤 늦게 깨달았다. 식당 메뉴처럼 가볍게 넘기던 작은 선택들이 결국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까지 이어졌다는 걸 실감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나는 내가 방향을 정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돌이켜보면 오히려 내가 한 선택들이 나를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중요한 순간에 스스로 잘 선택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마치 요리를 해본 적은 없지만 막상 하면 잘할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처럼, 근거 없는 자신감에 기대어 살아온 셈이었다.


작은 선택부터, 나를 기준으로 -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선택하는 연습부터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수록 선택의 순간은 더 자주, 더 무겁게 찾아왔다. 부모로서 아이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결정부터, 직장에서 더 큰 책임을 요구받는 선택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크고 작은 선택을 반복하며 인생은 결국 선택과 책임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결정을 망설였고, 중요한 순간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는 태도로 내 삶의 주도권을 놓아버리곤 했다. 그러다 팀장이 되고 나서야 선택의 무게와 책임을 온전히 실감하게 되었다. 선택은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길러야 하는 삶의 기술이었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고른 길은 결국 나를 어디에도 데려다주지 않는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이제는 사소한 결정이라도 내 감정과 기준을 먼저 살피며 선택하려고 노력한다.


작은 선택부터, 나를 기준으로 - ‘나는 무엇을 원하나’를 묻는 습관


요즘은 메뉴 하나를 고를 때도 내 기분과 기준에 따라 내가 원하는 걸 정확히 말하는 연습을 한다. 예전에는 나의 호불호를 드러내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우유부단함’을 ‘모나지 않고 선한 성격’이라 착각했던 것이다. 이제는 나의 호불호를 분명히 알지만, 동시에 배려하고 양보할 줄 아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내가 불편하게 느끼는 태도를 가진 사람과 함께 일하게 될 때, 그 무례함에는 단호하게 선을 긋되,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일의 목표에 집중하고 팀을 이끄는 방향을 고민한다. 또, 나는 밀가루나 당이 많은 음식을 피하려는 나만의 기준이 있지만,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불만을 말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최선의 메뉴와 방식을 선택하려 한다. 타인과의 조화를 이루되, 나의 원칙은 지키는 방식이다. 이제는 나만의 명확한 기준을 갖고도 배려할 수 있다는 걸 배워가고 있다.


진짜 나를 찾는 기록의 힘 – 좋아하는 것을 선명하게 만드는 일상 루틴


요즘 나는 만년필로 노트에 좋아하는 장면들과 마음을 환하게 만든 기억을 자주 적는다. 그렇게 기록을 쌓아갈수록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점점 더 선명해진다. 마음이 흐려질 때면 그 노트를 펼쳐 읽으며 나의 감정을 다잡기도 한다. 그렇게 기록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게 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지금의 나에게 독서와 달리기, 그리고 수많은 도전을 담은 이 모든 기록들이 가장 확실한 위로이자 선물이다.


선호를 드러내는 용기 - 선호를 선호하는 ‘프로 발견러’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처음엔 가장 인기 있는 신발을 골랐다. 어린 시절 가난해 메이커 제품을 못 신었기에, ‘나이키’는 우리 가족에겐 ‘가문의 영광’이었다. 지금은 내 발에 맞는 신발을 세심히 고른다. 최근에는 내가 달리는 모습을 찍어서 신발을 추천해 주는 ‘슈피팅’도 예약했다. 이 모든 것이 나를 아끼는 방법이자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일정도 마찬가지다. 업무나 약속보다 나를 위한 시간을 먼저 달력에 적는다. 그렇게 나는 매일 조금씩 더 나를 돌보는 사람이 되어간다. 매일 무덤덤한 일상 속에서도 설렘과 감탄을 찾아내는 자칭 ‘프로 발견러’가 되었다.


나를 기쁘게 하는 선택들 – 내 안의 기쁨을 기준으로 사는 삶


신기하게도, 나의 욕망과 선호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따르기 시작하자 삶은 한결 명료하고 단단해졌다. 타인의 시선을 덜 두려워하게 되었고, 거절과 도움의 경계도 분명해졌다. 도울 수 있을 때는 기꺼이 도와주고, 어려운 상황에서는 정중하게 거절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만족스러웠다.


더 이상 타인의 시선이나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내 안의 기쁨과 설렘을 따라 나만의 선호를 기꺼이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 작은 선택들이 쌓여 나를 돌보고, 나를 기쁘게 하며, 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한 걸음씩 성장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나 ‘내 안의 기쁨을 기준으로 사는 일’, 그것이 내가 선택한 ‘단 하나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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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BTS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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