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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는 무리야. 이번 생은 이런 나로.

나는 존재 자체로 나의 기쁨이다

by 책꽃 BookFlower


내 알고리즘 키워드는 ‘나다움’


요즘 내 알고리즘의 키워드는 ‘나다움’이다. 책에서도, 영상에서도, SNS에서도 온통 ‘나다움’ 이야기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야 진짜 너라고, 너다운 선택을 해야 한다고 한다. 나도 처음엔 그 말이 꽤 설레었다. 그래서 나답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어떤 말투가 진짜 내 것인지 하나하나 점검하며 애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다움을 찾으려 할수록 점점 더 불편해졌다. 그렇게 애써 찾은 나다움은 더 많이 꾸며져 있었고, 더 자주 피로해졌다.


Just the Way You Are


며칠 전, 어린 시절 좋아하던 빌리 조엘의 「Just the Way You Are」가 알고리즘을 타고 내게로 왔다. 가장 좋아했던 가사는 ‘I want you just the way you are’. 예전엔 사랑 고백처럼 들렸던 그 문장이, 이번엔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 말이 위로처럼 마음에 들어왔다. 나다움도, 그렇게 힘을 빼고 다가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운데도 자꾸 말하고 싶은 이유


어릴 적부터 나의 가장 큰 콤플렉스는 ‘발표력’이었다. 일대일 대화는 괜찮았지만, 사람 수가 조금만 늘어나도 급격히 작아졌다. 회사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였다. 회의 시간이나 상사의 질문에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자리에 돌아와 노트나 메모장을 열고 조용히 썼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쓴 글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것은 하나의 시뮬레이션이 되었다. 정중하지만 분명한 표현을 써보며 입에 붙이려 노력했다. 마치 외국어처럼, 당당한 말하기를 입에 붙이려는 훈련이었다.


말보다 글이 편했던 나는 꽤 오랫동안 말하기 연습을 해왔다. 퇴근 직전에 자료를 요구하던 팀장에게 ‘오늘은 선약이 있어 어려우니 내일 아침에 올려두겠다’고 말하는 것부터, 사무실에서 외모 평가를 하던 동료에게 ‘외모 이야기 불편하다’고 웃으며 말하는 것까지 연습하고 실천했다. 두려움은 여전했지만, 나의 신념은 더 분명해졌다. 나는 잘못된 것을 불편해하더라도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생각처럼 내 삶에서도 실천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살았다. 그런 나에게 독서, 글쓰기, 말하기는 내가 나를 표현하며 살아가기 위한 인생 필수 3종 세트다.


네모의 꿈, 진짜 네모 꿈 맞아?


최근 아이유의 「네모의 꿈」을 자주 듣다가 문득 생각했다. 왜 네모의 꿈이 둥글게 사는 것일까? 노래는 ‘그럴지도 모른다’고 말하지만, 나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건 다른 사람들이 바라는 꿈이지, 네모의 진짜 꿈은 아닐지도. 네모는 그냥 네모로, 모서리를 지키며 살아가고 싶었을 수도 있다.

나는 애정하는 만년필을 꺼내 필사노트에 노래 가사를 옮겨 적으며 이렇게 썼다.


정사각형, 직사각형, 사다리꼴, 마름모. 세상의 모든 네모들에게 고함.

: 꼭 둥글게 살지 않아도 돼. 우리, 생긴 모양 그대로 선 좀 긋고 살자.


‘나다움’ 과다 복용은 소화불량을 부른다


‘나다움’을 너무 많이 곱씹다 보면 소화불량이 되는 느낌이다. ‘남들처럼 살지 말자’는 다짐은 어느새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압박으로 바뀌어 있었다. 특히 SNS 속 ‘나다운 하루’ 같은 해시태그들. 빡빡한 모닝 루틴, 혼자 떠난 여행, 러닝 인증. 다 멋져 보였고, 나도 따라 해봤지만 어딘가 어색하고 자주 덜컹거렸다. 그건 그들의 나다움이지, 자연스러운 나다움은 아니었다.


반면, 무료할 법한 집에서의 조용한 하루가 더 좋았다. 좋아하는 책을 펼치고, 만년필로 문장을 따라 쓰는 시간.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특별해 보일 필요도 없는 그런 순간. 그때야말로 진짜 나다웠다. 좋은 문장을 읽고, 생각을 따라 쓰다 보면 마음이 저절로 몰랑해졌다.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몸과 마음이 딱 맞는 듯한 순간이었다.


무리는 무리야. 그냥 나로 충분해. 나를 자연스럽게 바라봐줘.


나는 이제 나다움을 굳이 증명하지 않으려 한다. 그보다는 어색하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나를 더 자주 들여다보고 싶다. 가장 나다웠던 날은 무언가를 이뤄낸 날이 아니라, 그냥 가만히 있어도 편안했던 날들이었으니까.


‘Don’t go changing, to try and please me.’ 빌리 조엘의 이 노래 가사처럼, 누군가를 기쁘게 하려고 변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오늘은 나 자신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남들과 같든 다르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편안한 나. 그 자연스러운 나를, 천천히 계속 만나고 싶다. 나는 존재 자체로 나의 기쁨이다.



특별하지 않아도,

매일의 평범함 안에
나답게 피어나는 순간이 있다.


눈부시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나만의 속도로

피어나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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