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치를 찾는 과정
서른의 시간에 내가 자주 흔들렸던 이유는 나에 대한 신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대에는 중간고사, 토익, 공모전, 공채 시험처럼 내가 가야 할 길을 안내해 주는 '사회적 관문'들이 있었다. 나는 그저 정해진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30대는 달랐다. 본격적인 직업인이 되고 나니 정해진 일정과 루트가 없었다. 이제는 내가 스스로 적당한 타이밍에 직무를 바꾸거나 회사를 옮겨야 했다. 혼자서 앞일을 결정하는 상황들이 늘어나면서 나의 우유부단한 본성이 드러났다. 무언가를 시작하려 할 때마다 머뭇거리고, 이 길이 맞는지 고민만 하다가 기회를 놓치기 일쑤였다.
나는 왜 이렇게 자신이 없었을까?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 질문에 답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30대는 이루지 못한 것들이 가득하다. 대학원도, 새로운 분야의 도전도 고민만 하다가 흘려보냈다. 망설이다 놓쳐버린 기회들 속에서, '내가 그때 좀 더 용기 있게 나아갔다면 지금 달라졌을까?'라는 생각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가진 것들에 집중하지 못한 채 아쉬움만 쌓아 갔다.
그리고 문득 서른의 끝에서 결심했다. 이렇게 흔들리는 마음으로 40대를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잃어버린 시간은 30대로 충분하다. 이제는 나를 지지해 줄 수 있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지탱해 줄 중심이 필요했다. 나무의 가지가 흔들려도 뿌리는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내게도 중심이 되어 줄 가치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나를 지켜줄 나의 가치는 무엇일까?
내게 중요한 가치를 찾는 과정은 단순히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나누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때그때의 관심사가 아니라, 진짜 나에게 필요한 것인가를 기준으로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20대와 30대는 나에게 도움이 될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해야 할 것 위주로 행동했지만, 이제는 내가 정말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맞춰 선택하고 싶다.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에서는 가치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가치란 길을 잃었을 때 방향을 알려주고, 힘든 시간을 목적의식으로 버티게 해 준다. 또한 어떤 삶이 되고 싶고, 무엇을 위해 살고 싶은지를 대변한다고 한다. 좋은 삶이란 가치에 부합하는 삶이고, 좋은 행동은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행동이다.'
가치를 찾는 질문들 중에 가장 인상이 깊었던 질문은 죽음과 관련한 것이었다. 나의 묘비명에 어떤 글이 적히길 원하는가? 내가 죽은 뒤에 가까운 이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해 주길 원하는가? 내가 그동안 중요하게 생각했던 시험, 취업, 성과는 이 질문 앞에서 덧없게 느껴졌다. 내가 하는 행동들 중에 나의 가치와 맞닿아 있던 것들이 있었는가를 고민하게 됐다.
이 질문들을 통해 나는 공감, 성장, 창의성, 자율성과 같은 몇 가지 중심 가치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행동으로 연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제는 중요한 선택 앞에서, 이 가치들을 바탕으로 결정하려 한다. 나의 행동들이 나의 중요 가치들과 맞닿을 때,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에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나는 아직도 나의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중이다. 또한 삶의 여정에서
가치들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변하더라도, 지금 내가 쌓아가는 가치 중심의 행동들이 나를 흔들림 없이 지지해 줄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