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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마음 Nov 13. 2024

행복을 놓을 용기

영원히 행복할 거라는 환상에서 벗어나기

언젠가부터 나는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생각에 머물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으면서도 익숙한 일과 조건에서 벗어나기가 두려웠다. 지금의 회사가 내가 이룬 최선의 결과물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굳이 이제 와서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데?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데 왜 굳이? "라는 질문이 어느샌가 나의 중심이 되어갔다. 


하지만 깨달은 것이 있다. 삶의 모든 것은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는 것이다.  건강한 몸을 한 번 관리했다고 해서 평생 건강한 게 아니듯이, 성공과 행복도 어느 한순간에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도 나는 성공이란 어느 지점에 도달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고 착각했고, 그곳에 닿으면 안정감을 계속 누릴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삶은 끊임없이 흐르고 변한다.


아서 브룩스의 '인생의 오후를 즐기는 최소한의 지혜'라는 책에서 '항상성'이라는 개념을 접했다. 우리 뇌는 본래 어떤 자극이든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순간의 성취나 흥분감은 생길 수 있지만, 결국 우리는  일상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번의 큰 성공이나 행복을 얻었다고 해서 영원히 그 상태에 머물 수 있다는 기대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어린 시절부터 성공이란 어떤 기준을 넘으면 얻을 수 있는 것이라 믿어왔다. 시험에서 1등을 하고, 자격증을 따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러나 어느 한 지점에서 완성되는 행복이나 안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깨달았다. 오히려 순간을 붙잡으려는 시도가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내가 추구하던 '성공'이나 '행복'은 결국 짧게 반짝일 뿐이다. 마치 꾸준히 운동을 해서 쌓은 근육도 잠깐 방심하면 금세 줄어드는 것처럼, 삶의 성취도 그렇게 일시적이다. 무언가를 쟁취해서 행복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부질없다. 오히려 쟁취한 것들을 지키려는 집착을 내려놓으니, 소소한 일상의 작은 시도들을 해보려는 용기가 생겼다. 글쓰기를 시작하거나, 그동안 미뤄왔던 철학책들을 읽고 내 생각을 공유하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것은 흐르고 변화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의 윤슬이 떠올랐다. 그 윤슬을 떠다가 병에 담는다고 해서 그 반짝임이 영원히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순간을 그대로 두고 흘러가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제는 행복한 순간을 붙잡으려 애쓰는 대신,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로 일상의 평상심 속에서 나를 지키며 살고 싶다. 결국 바닷물은 흘러가고, 내 삶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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