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에 대한 태도
나의 30대는 마치 깜깜한 밤길을 걷는 것 같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한 걸음씩 나가면서도, 내가 어디쯤 왔는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20대에는 대학 생활, 해외 경험, 첫 직장처럼 하나의 이정표를 지나면 바로 다음 목표가 보였고, 그 방향을 보며 달려갈 수 있었다. 하지만 30대에 들어서니 이제는 이정표도 없고, 내가 걷는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인지 알기 어려웠다.
때때로 내가 걸어온 길이 맞는 길인지 자꾸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아까 그 길로 빠졌어야 하나, 새로운 길을 시도해야 했나 싶다가도 ‘일단 이 길을 계속 걷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삶으로 이어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그저 내가 여태까지 걸어온 길을 걸었다. 하지만 이렇게 막연히 걷기만 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방향을 고민하면서도, 나는 ‘언젠가’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지, " "언젠가는 원하는 곳에 살게 되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언젠가’라는 말이 오히려 나를 안심시키기만 하는 핑계로 느껴졌다. 지금 이 길을 걷는 것이 '언젠가' 가질 결과를 위한 과정이라고 여기며, 지금 걷는 길이 나의 삶과 정말 연결되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현재를 외면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여태 걸어온 길이 아까워서 계속 걷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걷는 것이 나에게 진정 의미가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30대가 불확실성 속에 주저하는 시간이었다면, 그 이후의 삶도 이렇게 흘러가게 되는 걸까?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는 의지'가 인간을 견디게 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태도가 그를 지탱해 주는 이유가 되었다고 한다. 그의 철학에 따르면 삶의 의미는 단순한 행복이나 성취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가 삶에 부여하는 태도와 책임감에서 나온다.
여태 내가 느낀 30대의 불확실성이 나를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에게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돌아보게 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중요한 가치를 찾아 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나에게 의미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성취를 위한 계획이 아니라, 그날 내게 중요한 가치를 중심으로 하루를 쌓아 가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 생각을 하게 된 이후로 하루를 계획할 때도 내가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행하는 일에 더 집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불확실성은 우리 모두가 피할 수 없는 삶의 조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확실성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중심이 될 때, 길의 끝이 보이지 않아도 나의 가치를 붙들고 걸어갈 수 있다. 지금의 나는 그것이 불확실성 속에서 나의 삶을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30대를 마무리하며 조금씩 깨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