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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tormom Aug 19. 2022

일의 세계에서 엄마라는 열등성

성과지향 자본주의가 부여한

우리가 속해있는 사회의 문화, 언어, 제도, 관습, 통념 등은 한 개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혹은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무시되는 돌봄의 가치


우리 사회는 일 중심적이고 성과지향적이다. 우리는 너무도 당연히 직장 일을 가정을 돌보는 일보다 사회적으로 더 가치 있고 중요한 것처럼 인식한다. 

하지만 가족 돌봄은 돈벌이 못지않게 의미 있고 중요한 활동이 아닌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도록 돌보는 것이 얼마나 중대하고 무거운 사명인가? 학원비 벌어주는 것보다 좋은 부모-자녀 관계를 유지하고 정서적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할지 모르겠다. 

건강한 가정을 꾸리고 경영함으로써 우리가 누리는 심리적 안정과 행복도 적지 않다. 많은 교육, 또는 심리 전문가들이 부모역할을 강조하고 실제 부모들은 그 중요성을 체감한다. 좋은 부모가 되기란 참으로 어렵다. 하지만 노동시장에서 그 무게는 과소평가된다. 노동시장에서 보육교사, 육아도우미, 간병인 등 돌봄노동 종사자들의 사회적 지위와 급여 수준이 이를 반영한다. 출산,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은 다음 세대를 낳고 기르는 또 다른 형태의 의미 있는 일로 이해되기보다는, 인적자원이 낭비되는 현상으로만 여겨져 왔다. 비혼주의, 딩크족이 증가하는 것도 이런 관념과 무관하지 않다. 


남성의 역할로 여겨져 왔던 경제활동에 여성이 동참하게 된 만큼
여성이 전담해오던 가정에서의 역할도 남성과 공유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남성의 역할로 여겨져 왔던 '바깥일'에 여성이 동참하기 시작했으면, 여성이 전담해오던 '집안일'도 남성과 공유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를 지원할 사회적 돌봄 인프라의 구축도, 부부간의 맞돌봄 문화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육아는 여전히 엄마인 여성들이 우선적으로 관여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우리 사회의 지나친 입시경쟁은 자녀가 장성할 때까지 주로 엄마인 여성들이 '자녀교육'이라는 카테고리에 더욱 과몰입하도록 부추긴다.


엄마라는 한계를 '극복'하라고 외치는 사회

성과지향적인 greedy workplace에서 열등한 경력경로,
마미 트랙(mommy track)


똑같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지만 어머니 역할을 병행하는 아내의 갈등은 남편에 비해 훨씬 더 심하다. 출산 후 경력을 유지해도 가능하다면 근무시간과 강도를 줄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경력이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 상황에서, 보다 진취적으로 학습, 도전하며 경력을 ‘개발’하기란 쉽지 않다. 이렇게 부모역할 수행을 위해 주로 어머니인 여성이 선택하게 되는 더 느리고 완만한 경력경로를 마미 트랙(mommy track)이라 부른다. 성과주의적 일터 환경에서 마미트랙은 열등한 경력경로이다. 

 

가족돌봄의 사명을 병행하고 있는 수고에 대해 당당할 수 없다. 조용히 자리를 지킬 수 밖없다.

직장에서 '집이 우선인 애엄마'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더 노력해서 여성들에 대한 고정관념과 유리천장, 유리벽을 깨야 한다. 엄마가 되어 일터로 돌아가면 예전과 같은 열정과 역량을 회복하기 위해 더욱 애써야 한다. 새롭게 추가된 가정에서의 역할과 의무는 내가 알아서 '극복'해야 하는 부담이고 한계로 여겨질 뿐이다.

그 누구도 출산 후에 복직한 엄마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지 않는다. 엄마가 되어 일터로 돌아온 여성이 일에 대한 새로운 태도나 마음가짐, 전에 없든 역량을 갖출 것에 대한 기대보다는 그간의 공백으로 인해 잃었을 역량을 채우는데에만 집중한다. 일-가정 병행이 또 다른 삶의 방식과 성장의 동력으로서 존중받기보다는 여성의 승진과 사회적 성공을 방해하는 장애요인으로만 비치는 것이다. 


결국, 엄마가 된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을 어렵게 하는 원인은 성과를 추구하는 자본주의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일가정양립을 위해 전형적으로 타게 되는 느리고 완만한 경력 경로에 대한 열등성은 그런 자본주의적 가치 기준에 따라 부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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