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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tormom Aug 19. 2022

정말, 계속, 혼자 살면 행복할까?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있다. 혼자 살기에 대한 만족도가 5년 전에 비해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보도되었다(2022.5.10 MBC 뉴스데스크). 객관적인 만족도의 수치가 올라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자발적으로' 혼자 살기로 선택하는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살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훨씬 더 호의적이다.

 

혼자서 자신이 직접 취향에 맞게 꾸민 공간에서, 어떤 간섭도 없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쩌다가 전세대의 로망이 되었을까?
세대별로 어떤 동기와 욕구들이 표출된 것인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젊은 20, 30대들은... 무한 입시경쟁 속에서 자신의 잠재력과 고유성은 무시된 채 획일적인 교육을 받고 자랐다. 다양한 전공과 학교들은 서열화되어 있을 뿐이고 최대한 좋은 등수로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고 희망고문받으며 자라온 세대이다. '나만의 것'에 대한 목마름이 충분히 생길만하다. 
40,50대들 중의  1인 가구 비중은 다른 세대에 비해 적은데 그 안에서도, 본의 아니게 혼자 살게 된 사람들의 비율이 좀 더 높을 것 같다. 다행히도 사회적 시선이 예전만큼 적대적이지 않아 그럭저럭 만족스럽게 삶을 꾸리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미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경우, 맞벌이와 맞돌봄으로 일과 가정 간의 갈등이 가장 심각한 세대가 40, 50대이다. 가족을 위해 커리어를 희생당했다는 억울함이 크다. 그들에게 혼자 사는 것은, 현실과 반대되는 삶의 방식에 대한 동경이다.
60대 이상의 노인들 중 1인 가구는 다수가 배우자와 사별하여 어쩔 수 없이 혼자 남겨진 경우들 일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건강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 삶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졸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것을 생각해보자. 그야말로 남녀 간의 차별이 당연시되었던 세대, 성별 때문에 남성에게는 가장의 무게가, 여성에게는 희생적 돌봄이 강요되었던 세대이다. 그나마 남성들은 사회적 인정이나 월급이라는 보상이 있었지만 여성에게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보상이 없었다. 한평생 자아실현의 꿈을 접어두고 남편 뒷바라지에 시댁, 친정 어른들 돌봄과 자녀 돌봄을 위해 살아오신 분들이 '졸혼'을 외치실 만도 하다.
정리해보면, 세대마다 혼자 살기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래서 자발적인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모두가 혼자 살기를 선망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게 정말 사회의 안녕과 건강에 긍정적일까? 정말 혼자 계속 사는 것이 행복할까?

일시적인 혼자 살기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이다. 일정 기간 동안에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 가족에 의해 영향받거나 원치 않는 돌봄 노동에 소진되지 않고, 온전히 자기주도적이고 주체적으로 일상을 보내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혼자 살기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삶의 방식이 되는 것이 정말 개인의 행복에 기여할까? 

한국이라는 특수한 사회에서 이제 막 자발적 1인 가구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 만족도와 사회적 효용이 어떨지는 20년 후, 50년 후를 살펴보는 종단연구들이 나오기 전까지는 확언할 수 없다.


실제로는 합리적인 결정에 따라 자발적으로 혼자 살기를 선택한 사람의 비율도 늘었지만(주로 청년층에서), 어쩔 수 없이, 어쩌다 보니, 혼자 살게 된 사람의 비율도 증가했다.

학업과 직장에 맞춰 독립을 해야 했거나 경력을 쫓으며 열심히 살다가 혼기를 놓치기도 한다.
중장년과 노년층에서는 혼자 살기나 졸혼을 막연히 동경하기도 하지만 그게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긴 어렵고, 고령화로 인해 점점 혼자 남겨지게 되는 경우는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복합적이고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불황과 저성장 시대는 장기화되었고
개인주의를 지향하는 문화, 다양성에 포용적인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 모든 변수들이 '1인 가구'가 많아지는 사회를 만든 것이다.

과거에는 굳이 드러내지 않았던, 아니 알리기 껄끄러워했던 '혼자 살기'를 이제는 드러내고 공개해도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렇게 삶의 방식의 다양성이 수용된다는 점은 좋은 변화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여러 삶의 방식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 반작용으로 가족의 가치가 희석되는 문제가 발생하거나 가족을 거부하는 사회가 되지는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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