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통해 배우는 시간

브리즈번 박물관과 미술관 체험기

by 눗씨

'아이가 직접 핸드 드라이어를 만들어 볼 수 있다면?' '아이가 직접 도둑 감지 벨을 만들 수 있다면?'

직렬식, 병렬식 등 어려운 용어 대신 전원 공급 장치를 연결하기 위해 어떻게 전기 회로를 만드는지, 어떤 원리로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이 작동되는지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며 알 수 있었던 곳이 브리즈번에 있다.

(과학 공부에 대한) 사심 가득한 엄마와 체험을 좋아하는 신남매의 취향을 모두 충족한 퀸즐랜드 박물관안, <Spark Lab>과학관이다. 박물관은 무료지만 과학관은 유료여서, 인터넷으로 미리 첫 타임으로 예매를 한 후 입장했다. 보통 첫 타임을 예매하면 다음 타임에는 나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곳은 나가는 건 자유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많아 졌다. 신남매는 이 과학관 안에서만 4시간을 알차게 놀았다. 호기심 많은 아이라면 이곳은 '천국'이다!


신남매가 가장 열정적으로 많은 시간을 공들인 활동은 '공이 굴러가는 길 만들기'였다. 그냥 단순히 넓은 자석판에 공이 굴러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아이들의 머릿속에선 생각 덩어리가 팝콘처럼 팡팡 터졌던 것 같다. 만든 길에 공이 굴러가다가 막히면 다른 모양, 다른 방법, 다른 재료로 만들어 보고, 공이 굴러가다 길이 막히는 실패를 통해서, 다시 생각하고 도전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생각보다 실패할 경험이 많지 않고, 그만큼 실패를 굉장히 두려워한다. 특히 첫째 아이는 무언가 조금만 잘못돼도 나라 잃은 슬픔에 젖는다. 그리고 수학경시대회 같은 곳에 나가면 성실한 둘째보다 설렁설렁 준비해도 의외로 성적이 좋아서 거만해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수학경시대회 결과가 나올때 속으로 '시험 결과가 한번 잘 안나와봤으면...' 바라기도 했다. 실패의 경험을 통한 성장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이 활동은 놀이를 통해 실패의 경험을 가볍게 느껴볼 수 있다. 길이 막히면 '다시 하면되지!'라고 생각하고, 짜증내거나 낙담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매끄럽고 멋있게 공의 길을 만들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하고 시도해 볼 수 있기때문이다. 이 활동을 할 때 신남매가 집중하고, 즐기고 있는 게 느껴져서 나도 기분이 좋았고, 특히 종우의 표정이 살아있어서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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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과학의 원리를 허투로 얻을 수 없었다. 직접 몸으로 움직여보고 체험해 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과학이라고 해서 딱! 과학만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통을 패드로 쳐서 소리를 내는 활동은 음악과 과학이 접목된 활동이다. 종우는 소리와 음이 나오는 원리를 금세 깨우치고, ‘고양이 춤’과 ‘작은별’을 연주하니 직원이 와서 너무 잘한다고 칭찬하며“이 아이 피아노 배웠어?”라고 물어봤다. “피아노 배운 아이들은 이렇게 음감이 있어”라고 얘길 하고, 연주가 끝나자, 박수쳐 주었다.

이때는 종우도 자신의 칭찬인 줄 알아듣고 기분이 좋아서 직원에게 “Thank you” 큰소리로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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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면 빠질 수 없는 화학 실험도 아이들 참여를 유도하며 재미있게 진행됐다. 색이 섞이는 원리를 보여주고, 세제 종류마다 들어있는 화학 성분이 달라서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줬다. 아이들도 함께 섞을 수 있게 해주고, 아이들 질문과 대답을 일일이 답변해주며 생각을 존중해 주는 모습이 좋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시간에 쫒겨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신남매보다 어린 아이들도 당차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모습을 보며 이곳 아이들의 학교 수업이 궁금해졌다.

20240115_130156.jpg 화학실험

- 종우의 일기 -

“과학관에는 체험할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신기했다. 나와 동생은 구슬이 굴러가는 길 만들기를 하며 많은 길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그곳에서 4시간이나 놀았다. 재미있게 많은 것을 했다.”


호주의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은 우리나라처럼 공부 목적, 전시 목적이 아닌듯하다. 쉬는 공간, 노는 공간, 문화 공간이었다. 무료인 곳도 허투루 해둔 곳이 없었고, 돈을 내는 곳도 돈이 아깝지 않게 알찼다.

퀸즐랜드 미술관도 무료였다. 미술관은 그냥 쓱 보고 나오면 되겠지 싶었는데, 직원이 안내해준 곳으로 무심결에 간 곳에 아이들 체험 거리가 있었다. 내가 색칠한 사슴을 스캔하면 주인공이 되어 한편의 동화가 되는 활동이었는데, 여기서도 엄마의 사심은 채워졌다. 동화가 영어로 나오니, 자연스레 영어공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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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내용을 이해했는지 물어봤는데 동화 내용을 술술 이야기하는 걸 보고, 지금까지 영어학원에 쏟아부은 돈이 아깝지 않았다.

또 다른 장소에선 만들기도 할 수 있고, 그리기도 있었는데 종우는 만들기, 그리기를 싫어한다. 연서가 만들기를 할 동안 종우가 걱정됐는데, 스스로 자신의 취향을 찾아갔다. 퍼즐로 길 만들기 활동이었다. 과학관의 '공 굴러가는 길'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다. 연서도 어느새 다가와 합류했는데, 아이들 성격이 그 길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종우는 옆으로 기울어도, 자신만의 길을 만들었고, 연서는 삐뚫어지지 않게 반듯한 길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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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그림보는 것도 의외로 좋아해서 수다가 끊이질 않았다. 그림으로 호주의 역사, 생활을 추측해보기도 하고, 동물을 좋아해서 그림속에 동물만 나와도 돌고래 소리를 냈다. 만들기 작품은 재료를 무척 궁금해 했지만 우리 서로 아는바가 없어서 서로 추측만 하기 바빴다. 한국에서 미술관 구경 따윈 전혀 해보지 않았던 우리는 호주에서 문화인(?)에 한발자국 다가선 것 같았다.


20240117_111418.jpg 재료 추측에 적극적인 종우

미술관이어서 그런지 화장실 세면대도 독특했는데, 손 씻는 곳이 그냥 평평했다. 처음엔 물이 넘칠것만 같아서 '물을 틀어도 되나?' 잠시 고민하다 슬그머니 틀었는데, 바닥이 기울어져서 넘칠 걱정은 안해도 됐다. K아줌마는 청소하기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면 공항 화장실에서도 손씻는 곳이 신기했다. 가운데에선 물이 나오고 양옆으로 손을 대면 핸드 드라이어가 나온다. 손 씻고 바로 손을 말릴 수 있게 되어있었다. 호주는 창의력이 뛰어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40117_114129.jpg 퀸즐랜드 미술관의 세면대



- 연서의 일기 -

“퀸즐랜드 미술관에서 무지개 사슴을 색칠했다.나는 무지개 사슴 대신 불쌍한 사슴을 만들었다.

그다음 어떤 기기에 스캔하자 내 사슴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사슴이 사람을 구해줬는데, 돈에 눈이 멀어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이야기였다. 사슴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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