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호주 여행을 계획할때부터 우리의 여행은 관광지 투어가 아닌 현지인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이었다. 넉넉한 가정들처럼 쉽게 해외에 갈 수 없고 돈을 모아야 갈 수 있었기에 영어권 나라에 간 김에 그들의 언어, 그들의 문화 등을 최대한 많이 체험하고 싶었다. 특히 신남매에게 호주 친구들과 직접 부딪혀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찾아본 것 중에 도서관에서 하는 '서커스' 활동이 눈에 띄었다. '도서관에서 서커스???'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예약을 했다. 한국에선 쉽게 접할 수 없고, 영어에 대한 부담도 많이 없고, 몸으로 놀다보면 호주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퀸즐랜드 도서관 서커스 체험가는 날.
서커스 체험을 하려면 퀸즐랜드 도서관 ‘스탠리 플레이스’라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도서관이 너~~~무 크다.
도서관 건물만 3개인데, 우리가 찾는 그곳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구글맵에도 이상하게 나오는 ‘스탠리 플레이스’. 표지판도 중간에 사라져버린 ‘스탠리 플레이스’.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다들 모르고, 심지어 도서관 카페 언니는 길 건너 저~~~쪽이란다.
아이 둘을 데리고 오직 사람들의 말에 의지해서 이쪽으로 갔다, 저쪽으로 가며 바람에 나뒹구는 낙엽처럼 떠돌았다. 그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이름은 티파니인데, 그냥 ‘티티’라고 부르란다. 이곳 도서관에서 일한다는‘티티 천사’는 아이들하고 헤매는 나를 보고 “도와줄까?” 물어봐서 서커스 체험 티켓을 보여주었다. “여기를 가야 하는데 스탠리 플레이스를 못 찾겠어”라고 했더니 자길 따라오라고 한다. '와~ 이 도서관 건물이 정말 특이하다. 우리가 찾는 곳은 '동굴'같은 곳에 숨어있었다. 그렇게 '티티천사' 덕분에 겨우 시간안에 서커스 체험을 갈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가서 아이 이름 적고, 부모 사인과 연락처를 적고, 안내 사항을 들었다. 아이들이 입장하는데, 신남매는 들어갈 땐 쭈뼛대며 못 들어가더니 조금씩 적응해갔다. 내가 원하던 대로 한국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현지인들 사이에 아시아 이방인 두 명이 귀를 쫑긋세우고 서 있었다. 바로, 우리 신남매다. 또 같이 팀으로 하는 활동도 있어서 대만족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엄마의 큰 실수가 있었다. 아이들 물을 챙겼어야 하는데 미처 생각을 못 했다.
중간, 중간 물 마시는 시간이 있었는데, 엄마가 물을 안 챙겨서 신남매는 '침'을 삼켜야 했다.
(또르르...) 정말 미안했다.
이 더운 나라에서 운동하러 가며 왜 물 챙길 생각을 못했는지. 계속 자책했다. 더워도 너무 더운 호주의 여름은 어디를 가나 항상 물 챙기기 습관이 필요한 걸 깨닫고 그 이후로는 항상 가방에 물통을 넣어다녔다.
이곳 아이들은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복장부터 체조선수인 듯 포스가 있었고, 태권도를 6년 이상한 우리 신남매의 다리찢기가 우스울 정도로 쫙쫙 유연함이 남달랐다.
신남매는 기특하게 잘 못 해도, 잘 못 알아들어도 항상 맨 앞줄에 서서 주의 깊게 듣고 고개 끄덕이며 '알아들었다.' 작게 표현해주었다. 이런 성실한 신남매의 자세가 나는 너무 사랑스럽다. 눈에 띄게 자신을 나타내진 않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조용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것. 그런 신남매가 항상 자랑스럽다.
그런데 연서가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지, 구르기를 계속 실패했다. 선생님은 하루 수업에 아이를 포기할 수도 있었을텐데, 연서만 특훈을 해주었다. 그결과 연서는 구르기에 성공했고, 한국에 와서도 가끔 해보며 이제 너무 잘한다고 좋아했다. 이 서커스를 배운 후, 가장 눈에 띄는 성과가 '연서의 구르기'였다.
처음엔 영어로 설명하니 아이들이 어리둥절, 다른 아이들 하는 걸 보며 따라하기 바빴고 많이 헤맸다. 종우는 처음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고 아주 난감해했다. 그런데 끝날 땐 너무 재밌었다고 종일 서커스 이야기를 꽃피웠다. 요즘도 신남매는 함께 팀을 했던 친구가 했던 말, 어떤 동작이 어려웠는데 어떻게 하면 쉽게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때 배운 텀블링을 지금도 계속 연습하고 있다.
- 연서의 일기 -
“ 서커스를 배우러 갔다. 가장 마음에 드는 기술은 앞구르기였다. 집에서도 몇 번 해봤지만, 매일 머리가 아파서 못했는데, 머리 안 아프게 하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