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 시청은 놀이터?!

브리즈번 시청의 시계탑 투어

by 눗씨

브리즈번에서 나름 유명한 것은 ‘시청 시계탑 투어’다. 무료지만 한 타임에 7명밖에 들어갈 수 없어서 예약이 필수다. 한국에서는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좋아하는 우리는 방문 이틀 전에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했다.

시청이 브리즈번에서 핫한 '퀸스트리트'에 있어서 버스를 타고 시청으로 갔다. 비가 오는데 웨딩사진 찍는 커플이 있었다. 동네 시청에서 웨딩사진이라니... 그 모습이 자연스럽고 뭔가 리스펙했다.

시계탑 투어를 위해 시청에 들어가자, 흥겨운 노랫소리가 났다. 시청이 아닌, 교회에 들어온 것 같았다. 아이들 손을 잡고 노랫소리를 따라 이끌리듯 어느 홀로 들어갔다. 브리즈번 시청에선 매주 화요일 무료 음악회를 하는데, 운 좋게, 의도치않게 신남매와 이 음악회에 초대(?)된 것이다. 홀에 들어가자 내 눈을 의심했다. ‘와~ 이곳이 정말 시청 맞나?’브리즈번 시민과 관광객들이 모여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놀고 있었다. 심지어 열심히 뛰어다니며 ‘일어나 춤을 추라고’ 바람 잡는 사람들은 시청 직원이었다.

우리도 따라 일어나 박수치며 “Let it Go”를 외쳤다. 나 포함 신남매는 고요를 좋아하는, 흥이라고는 1도 없는 선비인 줄 알았는데, 손바닥이 아프도록 손뼉치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곳에 기안84가 왔다면 이 공간을 그의 것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마음같아선 나도 끼가 좀 있어서 '코리안 크레이지걸'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나의 뻣뻣한 몸이 '크레이지걸'이 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브리즈번 현지인들과 흥을 나눈것만으로도 충분히 함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과 관광객을 위해 통크게 시청을 내어준 것부터 대단하고, 누구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즐기고, 갓난아기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어울리는 호주의 문화가 정말 좋았다.

우리는 한바탕 신나게 음악 파티(?)를 한 후, 박물관과 시계탑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시계탑 투어는 전시장 들어가는 입구 옆, '잠겨있는 문'부터 시작된다. 시간에 맞춰 그곳에 가면, 가이드 아저씨가 입으로 '뚜뚜뚜뚜뚜뚜' 등장 배경음악을 깔아준다. 이름 확인 후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주는데, 고대 유물이 간직되어 있는 금지구역에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고, 뭔가 짜릿했다. 하지만 사실 인터넷으로 예약만 하면 누구나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허가구역이다.

가이드는 옛날 무성 영화에 나올법한 엘리베이터에 우릴 태웠다. 수동으로 열쇠를 꽂고 바를 내리자,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데 생각보다 빨랐다. 이 시계탑은 1920년에 짓기 시작해서 1930년에 완공됐다고 한다. 약 100년 정도 된 시계탑. 그리고 이 엘리베이터도 그 정도의 세월을 견딘것이다. 나이가 먹으면 먹을 수록 세월을 견딘것들을 사랑하게 된다. 한국의 오래된 전통 기와집, 비바람에 꺾이지 않고 살아남은 소나무, 어르신들의 쪼글쪼글해진 손조차 애정이 담긴다. 우리도 옛것을 잘 보존하면 멋진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고 무분별한 발전보다 옛것을 잘 보존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맨 꼭대기에 올라가자, 가이드가 “Welcome to my office.”라고 했다. 유일하게 가장 정확하게 알아들은 영어였고, 확실히 알아들어서 그런지, 분위기 때문인지, 정말 멋있게 들렸다.

대충 알아들은 것들은 기둥에 관한 설명과 밖에 성당이 ‘진저브레드’라는 별명이 있다는 것이다. 15분 동안 모든걸 알려주겠다는 마음으로 가이드가 끊임없이 이야기하는데, 모두 흡수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처음 영어 듣기 평가로 시작해서 점점 머리가 띵해지며 영혼이 빠지는 경험을 했다. 가이드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은 주지않았다.

이 시계탑에 오르면 좌, 우, 위, 아래. 모두 살펴보아야 한다. 시계탑에서 브리즈번 시내를 사방으로 볼 수 있고, 위로는 종도 있기때문이다. 큰 종은 1시간에 한 번, 작은 종은 15분에 한 번씩 울린다고 설명해줬다. 우리는 15분에 한 번 울리는 종을 듣고 내려오다 중간에 시계의 여러 면을 봤다.

아저씨 설명 해독하느라, 풍경과 시계탑 구경하느라 머릿속과 눈이 너무 바빴다. ‘아...영어 공부 좀 열심히 할 걸.’뼈저리게 후회해도 이미 호주다. 신남매도 설명은 잘 못알아 들었지만 다행히 신비로운 엘리베이터가 진귀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 연서의 일기 -

“엄청나게 오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그냥 멈춰버릴까 봐 걱정됐다. 우리는 무사히 올라갔고, 무슨 말인지 거의 못 알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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