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방송이 안 나오면 어떡해?

호주 버스 정복기!

by 눗씨

우리 여행의 모토는 '최대한 현지인들처럼!'이다. 그래서 처음 호주에 올때부터 편리한 우버 대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브리즈번 & 골드코스트에서 사용가능한 교통카드인 Go-card를 발급받았다. 호주에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어른 하나, 아이 둘이요"라고 할 수 없다. 즉, 탑승자 모두 교통카드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처음으로 버스를 타려는 찰나 연서가 지갑을 열어보더니 버스카드가 없다고 했다. 충전 후 한번도 써보지 못한 연서의 교통카드가 없어져버린 것이다. 불안이 많은 종우의 표정이 점점 험악해지고 있어서 발빠르게 "우버타자!"라고 얘길했다. 그렇게 우리의 첫번째 버스타기는 실패했다. 연서의 교통카드를 다시 발급받은 후, 또 다시 버스타기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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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이지만 호주의 버스는 정말 만만치 않았다. 우리나라처럼 친절하게 정거장 안내방송이 나올 줄 알았지만, 타고 난 후에 알았다. 안내방송 따위는 해주질 않는다는 걸. 나는 갑자기 긴장됐다. 주위를 마구 돌아보며 이곳이 어디쯤인지 가늠해보려고 했지만, 처음 와본 낯선 땅덩어리에서 알 리 만무했다.

그때, 내 뒤에 앉은 호주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멋쩍은 표정으로 아주머니에게 “방송을 안 해줘서 너무 어려워요!”라고 호소(?)했다. 아주머니는 어디 가냐고 물어보더니 “두 정거장만 내리면 되고, 다리 건너 다음인데, 나도 거기서 내린다.”라고 얘기해주었다. 속으로 안도했다. ‘아, 이 친절한 천사 아주머니를 따라 내려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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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서 아주머니를 따라 내리니 눈물 나게 친절한 천사 아주머니는 저쪽으로 가면 시청, 저쪽으로 가면 쇼핑을 할 수 있다고 얘길 해줬다. 숙소에 있는 한국 전통 선물을 안 가지고 나온 게 후회됐다. 물질적인 감사인사는 못하고, 말에 진심을 담아 감사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어려웠던 처음을 경험한 후 버스에서 구글맵을 켜면 버스 노선따라 길이 보인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제 우리에겐 호주에서 버스타기가 '누워서 떡먹기'가 됐다. 그리고 버스를 탈 때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는 심정으로 꼭 기사님에게 우리의 목적지를 미리 물어보고 탔다. 호주의 버스 기사님들은 공무원이라고 한다. 내가 만난 기사님들은 모두 친절했고, 타고 내릴 때 항상 “감사합니다.” 또는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고 인사해 준다. 또 버스에서 안내방송이 안 나와도 친절한 버스 기사님은 우리가 탈 때 목적지를 물어봤기때문에 우리가 내려야 할 때 기사님의 육성으로 방송을 해주셨다. 성시경보다 감미로운 기사님의 목소리와 친절한 호주인들 덕분에 우리는 길을 잃은 적이 없었고, 호주에서 호주인처럼 대중교통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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