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교통수단, 페리

브리즈번을 더욱 낭만있게 즐기는 법!

by 눗씨


브리즈번은 낭만의 도시다. 브리즈번 강을 따라 새들과 조깅하고, 산책하는 사람들. 물놀이하는 아이들. 하늘에 박쥐가 날아다니는 걸 바라보며 먹는 길거리 아이스크림. 무엇하나 우리 마음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중에서 우리가 가장 사랑한 것은 브리즈번의 교통수단인 '페리'였다. 평소 브리즈번에서 우리는 버스와 페리를 주로 타고 다녔는데, 신남매는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페리를 특히 좋아해서 우리의 목적지에 페리 정류장이 있는지를 먼저 체크했다.

브리즈번의 페리는 ‘시티켓’과 ‘시티호퍼’가 있다. ‘시티켓’은 유료에 멀리까지 가고, ‘시티호퍼’는 무료에 시내만 돈다. ‘시티호퍼’는 빨간 깃발에 ‘City hopper’라고 쓰여있어서 헷갈릴 걱정이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안내원분이 딱봐도 관광객이면 어디에 가는지 물어봐주고 어느쪽에서 타면 되는지 알려주었다. 우리에게 호주는 '친절의 나라'다. 호주 현지인들은 이 무료 페리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고 한다. 배를타고 탁 트인 하늘을 감상하며 강바람 시원하게 출근을 한다니... 게다가 무료라서 마음에 부담도 없다. 이것이 바로, 낭만 호주! 그 자체였다. 신남매와 우리는 교통수단이라기 보단 신나는 놀이기구 또는 뱃놀이를 하는 기분으로 페리를 타고 다녔다. 우리 숙소에서 가까운 ‘사우스뱅크’에서 타면, ‘리버사이드’에 있는 서점도 갈 수 있고, '브리즈번 대학교'에도 가고, 뉴팜 공원, 보타닉가든에도 갈 수 있었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바람과 함께 브리즈번의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서 최고의 교통수단이자 우리들만의 요트(?)였다. 신남매가 함께 있지 않았다면 나홀로 방랑 시인 김삿갓이 되어 이 페리에서 영감을 얻어 글을 썼을지도 모를 일이다. 현실은 아이들 장단 맞주고, 사진찍어주며 풍경 감상하는 게 전부였지만 그것 또한 나에겐 과분하고 행복한 사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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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에서 페리를 타고 다니다 보면 신발을 안 신고 다니는 아이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걱정 많은 엄마인 나는, 발 다칠까 봐 신경이 쓰였는데, 그들의 엄마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맨발의 아이들을 만나면 항상 바닥을 주시했다. 다행히 바닥에 유리가 있거나 쓰레기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페리에 타면 신남매는 이곳에서만 하는 역할놀이에 열중했다. 우리도 외국인들을 흥미롭게 보고 있었는데, 그들도 신남매 노는 모습을 꽤 흥미롭게 지켜(?) 보고 있었다. 외국인 친구 사귀기에 끊임없이 집착하는 나는 '더 오래 있으면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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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친구를 만난 경우도 있었다. 뉴팜 공원은 꽤 멀리 있어서 유료 페리를 타고 갔는데, 그곳에서 만난 아저씨는 우리와 친구가 됐다. 어디에서 왔냐고 해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모자를 벗으며 고개를 숙이고 한국인의 예법을 따라하며 “안녕하세요.” 한다. 발음도 너무 좋았다. “내 이름은 민선인데, 발음이 어려우니 그냥 ‘써니’라고 불러.”라고 했는데, 한국어 욕심이 가득한 호주 아저씨는 나의 어려운 이름인 ‘민선’을 정확하게 발음해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본 경험이 있던 나로선 정말 탐나는 학생이었다. 한국어 욕심 가득한 호주 아저씨는 연서에게 페리에서 '중심 잡고 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낯가리는 연서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호주 아저씨와 낯가림 없이 중심잡기 대결을 하며 즐거워했다. 호주에서 지내면서 사람들과 '격'이 없는 게 좋았다. 나이가 적든 많든 뭔가 통하면 우린 친구가 됐다. 그리고 대부분의 호주인들은 아이들에게 관대해서 나의 여행메이트, 신남매 덕분에 꼽사리로 껴있던 나까지 친절을 받는 행운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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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숙소에서 보이는 하늘이 예쁘면 구름 구경을 나와서 아이들이 가자는 곳으로 무작정 걸었다. 놀이터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놀기도 하고, 어두워지면 무료 페리를 타고 야경 구경을 하기도 했다. 깜깜해서 미끄러운 길을 못보고 그대로 '꽈당'넘어지는 바람에 흰 바지가 '똥싼' 바지처럼 돼도 내 엉덩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브리즈번의 야경은 나의 창피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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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는 사람이 많아서 페리에서 야경 구경하기 만만치 않은데, 브리즈번은 여유로워서 마음껏 눈과 마음에 가득 담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도시보다 시골이 좋다. 여유로운 마음이 좋고, 자연이 좋다. 그래서 브리즈번은 우리에게 너무도 잘 맞는 곳이었다. 어딜가나 브리즈번의 여유와 따뜻함이 우리 마음에 행복을 가득 가득 넣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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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남매의 호주일기2 - 골드코스트 & 시드니 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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