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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눗씨 Oct 02. 2024

호주 친구들과 피구가 하고 싶었을 뿐인데

시드니에서 살아남기


드디어 호주의 마지막 여행지, 시드니에 입성한 우리는 시골에서 갓 상경한 사람들처럼 두 눈이 커졌다.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식당도 많아서 신남매는 "엄마, 김포에 있다가 서울 온 것 같아."라며 시골사는 티를 팍팍냈다. 이 복잡한 도시에서 호주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었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시드니 대학교'에서 실시하는 방학 특강 '멀티 스포츠' 수업을 신청했다.

 

    

멀티스포츠 수업은 아침 9시 시작이었다. 구글맵을 검색해보니 30분이면 간다고 나와, 여유 있게 8시에 출발했다. 하지만 복잡한 시드니 답게 기차역 찾는 것부터 만만치 않았다. 간신히 찾은 기차역에서도 복잡하긴 매한가지. 색색깔의 게이트가 너무 많았다. 여자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평소에도 안 들리던 영어가 더 안 들린다. 내가 설명을 못 알아들으니 불안해진 종우는 우버를 타자고 난리다.

하지만 난, 포기를 모르는 K-아줌마다. 맞은편에 남자 직원이 있어 다시 물어봤다. 이번에는 알아듣고, 남자 직원이 알려준 곳에서 기차를 타며 뒤돌아봤다. 그분은 우리가 맞게 타는지 지켜보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자, 그 기차가 맞다고 신호를 보냈다. 너무 안심되고, 감사한 마음에 손으로 ‘OK’ 표시하며, “Thank you”를 외쳤다.      

우리는 무사히 시드니 대학교 가는 기차에 올랐고, 이로써 호주에서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버스 – 페리 -트램 – 비행기 – 기차까지 모두 섭렵했다. 이건 뭐 대중교통 정복기도 아니고, 나도 모르게 대중교통 도장 깨기를 하고 있었다. 뭔가 큰 일을 해낸 것 같았다. 이제 어느 나라를 가던지 대중교통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을 것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호주의 기차는 2층으로 되어 있고, 쾌적했다. 사람이 거의 없어서 여기저기 살펴보고 싶었지만, 기차역 찾는데 진이 빠져서 가만히 앉아 고개만 두리번거렸다.         

시드니 대학교에 가기위해 레드펀(Redfern)역에 내렸다. 그런데...또 구글맵이 길을 잘 못 잡았다. 목적지까지는 10분이 걸린다는데, 15분 정도 남은 상황. 시간에 강박이 있는 나는 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들도 잘 알지 못했다.  그때 아이디 카드를 목에 건 남자분을 발견했다.

‘우리를 구해줄 천사, 저분이다! 저분은 길을 알겠다!’ 직감이 왔다.

역시 아이디 카드를 목에 건 천사는 시드니 대학교 어느 건물 가는지 물어보더니 상세히 알려줬다.

눈썰미 좋은 연서가 아이디 카드에 ‘시드니 대학교’라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호주분들의 도움으로 시간 안에 시드니대학교 스포츠 센터에 도착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인솔해서 강당으로 들어갔다.  신남매도 선생님을 따라 쫄래쫄래 따라갔다.

그렇게 호주에 와서 24시간 붙어있던 신남매와 처음으로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아이들을 들여보내고 나는 수업 시작 전까지 앉아서 지켜봤다. 9시 정각에 시작인데,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시작하지 않았다. 시간 맞춰 오려고 고생한 게 억울했다. 그리고 호주 친구들은 다 어디 가고 한국 아이들이 너무 많았다. 앉아있는데 온통 한국말만 들려서 여기가 호주인지, 한국인지 분간이 안 갔다. 나는 하루만 신청했는데, 3일, 5일 클래스로 신청한 한국 엄마들은 또 모임이 만들어져서 반 모임을 했다.      

신남매는 엄마와 떨어져 강당에 들어가서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공 가지고 자유롭게 노는 아이들 틈에서 다소곳하게 앉아있었다. 나는 속으로 ‘제발 일어나서 좀 움직여 보시오.’하고 주문을 걸었다.

한국 아이들은 한국 아이들끼리 뭉쳐 놀고, 외국 아이들은 또 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놀았다.

원래 수업 예정이었던 시간에서 25분이 지난 후, 아이들은 나이대별로 나뉘었고, 팀별로 다른 공간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신남매는 같은 반으로 배정됐다. 이때부터 엄마는 활동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나는 아이들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다시 스포츠 센터로 가서 픽업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피구가 우리나라 피구와 조금 달랐지만 재미있었고, 피구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체육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선생님 말씀을 못 알아 들어서 한국 아이 중에 영어를 잘하는 아이가 대표로 통역을 해줬다고 한다.

나는 좌절했다. 호주 아이들과 어울리기 미션은 이렇게 호주에서 만들어진 한국인 그룹 생성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심지어 활동 후 대학교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는데, 함께 스포츠 활동을 한 한국 아이와 엄마가 와서 같은 동네에 산다며 인사를 했다. 김포 시골 동네 사람까지 만날 정도면 한 달 살기 하는 한국 아이들은 한 번씩 이곳을 거쳐 가는 듯했다.  다음에는‘시드니대학교 멀티스포츠는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종우의 일기 -

“시드니 대학에 멀티스포츠를 하러 갔다.

그런데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이곳이 한국인지 호주인지 몰랐다.

그래도 영어만 듣다 한국어가 들려서 편했다.”


'멀티 스포츠' 수업을 마친 후 신남매와 시드니 대학교 탐방에 나섰다. 세계에서 아름다운 대학 캠퍼스 상위 10위에 올랐고, 해리포터 호그와트 느낌의 대학교로 유명한 곳이다.

인스타에 유명한 포토스팟에서 사진을 남겨야 했기에 힘들어하는 신남매를 그곳에 앉혔다. 왜 포토스팟인지 찍고 나서 알게 됐다. 느낌 제대로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사로 잡은 곳은 포토 스팟이 아닌 시드니 대학교 도서관이었다. 뷰 맛집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었다. 공부중인 학생 옆에 슬그머니 앉아 대학 캠퍼스를 바라보았다. 마음이 간질 간질했다. 도서관엔 캡슐 수면실도 있었다. 시간만 있다면 저 캡슐에 들어가 책을 읽고 싶었다. 신남매와 나는 지금까지 외국으로 대학을 갈 수 있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호주에서 브리즈번 대학교와 시드니 대학교를 방문 한 후, 좀 더 넓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브리즈번 대학교가 마음에 들었던 종우는 본인이 브리즈번 대학교에 가면 엄마가 함께 와줄건지 물어봤다. 나는 "엄마가 가서 김치볶음밥 만들어 줄게."라고 해줬다. 한국에 돌아온 어느날,  연서는 쓰레기새와 함께 시드니 대학교를 누비는 꿈을 꿨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한국에 돌아온 신남매는 호주 대학교에 가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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