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 가면 항상 그 지역의 서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처음엔 엄마가 원하는 서점 탐방이었지만 고양이가 있는 서점, 달고나 향기가 나던 귤굽는 중고 서점, 특이한 문구류가 가득한 서점 등을 찾아 데리고 다니니 어느새 아이들도 지역의 서점을 찾기 시작했다. 나라마다 도시마다 책 안에 숨쉬고 있는 그 지역의 숨결들이 있다. 우리 여행의 여정 중 서점의 분위기 또한 그 지역 여행의 하나다.
브리즈번에서도 두 군데의 서점을 찾아갔다. 하나는체인점인 <DYMOCKS> 서점이고, 하나는 해리포터 느낌의 책방인 <Archives Fine Books>였다. 중고서점인 <Archivers Fine Books>는 빼곡한 책들에 마룻바닥이 걸을 때마다 '삐그덕'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따라 걷다보면 호그와트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연서도 이곳에 반해버렸는데, 한국에선 아직 번역되지 않은 데이비드 윌리엄스의 책이많아서 두 번이나 찾아갔다. 지금 우리 집 책장 데이비드 윌리엄스 섹션에 당당히 이곳에서 산 원서가 자리잡고 있다.
시드니에서 찾아간 서점은 <Elizabeth’s Bookshop>이다. 1973년에 문을 연, 이곳은 한국에서부터 무척 가고 싶었던 곳으로 시드니 대학교 근처를 거닐다 보면 나오는 유명한 서점이다. 외관부터 내부까지차분한 분위기의 진녹색이 기품을 더했다. 호주의 역사, 예술, 문화, 전기, 여행, 법률, 철학, 요리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가득해 철퍼덕 앉아서 하루종일 책을 읽고 싶은 곳이었다. 또한중고 서점이긴 하지만 신간도 있고, 고서적과 초판본, 빈티지 잡지도 있다.유명한 곳인지 외국인들이 자주 들어와 사진을 찍고, 책을 사갔다. 브리즈번에서 갔던 서점보다 아담해서 책 찾기도 더 수월했는데, 이 아담한 서점에 총 40만권이 넘는 책이 있다고 한다. 호주는 책 한권에 삼만 원 정도의 가격이었는데 내가 이곳에 산다면 후덜덜한 책값때문에 신권은 사읽지도 못하고 중고 서점만 애용해야 할 것 같았다.
이 서점은 ‘BLIND DATE WITH A BOOK’이 유명하다고 한다. ‘책과의 소개팅’을 한다고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책 커버를 가린 채 간략한 키워드만 써두고, 내용과 제목을 모른 채 포장지에 쓰여있는 정보만으로 책을 사는 이벤트용 책이다.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았다. 영어를 잘하면 사고 싶었지만 아직 나의 영어울렁증을 극복하지 못해 사지 못했다.
하지만 이 서점에서 책 한권은 한국에 입양해가고 싶었다. 그래서 어지러운 영어를 고심해서 해독한 후, 여행 관련 내 책, 종우 마블 잡지 하나를 샀다. 종우는 호주 여행 내내 마블 잡지를 꺼내 읽었다. 그리고 나의 책은 한국에 돌아와 내 책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들 사이에 끼워져 있다. 우리의 책방 투어는 긴 여정의 힐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책방에서 산 책들을 보며 그 책방의 향기를 다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때의 행복했던 기억으로 또 힘을내서 지치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 같다. 언제 다시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호주에서 데려온 책들로 호주 책방을 다시 추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