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드니의 상징, 오페라 하우스에 입성했다. 아름다운 시드니항에 그 유명한 조개껍질 모양의 오페라 하우스를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 행복이 온 몸으로 퍼져갔다. 우리는 시드니까지 와서 그냥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사진만 찍는 것에 만족할 수 없었다. 이곳에서 호주인들과 함께 직접 공연을 보고 느끼고 싶었다. 아이들과 함께 봐야해서 작품 선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는 없었지만, 아이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통해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케(ORPHEUS & EURTDICE)’ 내용을 알고 있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공연장에 가기 위해 입구를 찾았다. '이 거대한 조개껍질 입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사람들이 모두 앉아있어 계단인지 의자인지 모를 계단 위를 끝까지 올라가보고, 잠겨있는 문마다 확인 후, 또 밑으로 내려와 들어갈만한 곳은 모두 기웃거린 후에 동굴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의 입구를 발견했다.
오페라 하우스에 들어갈 때는 꽤나 엄격했다. 공항처럼 가방 검사대를 통과해야 했고, 경비가 삼엄했다. 안으로 들어와선 자꾸 천장을 보게 됐다. '우리가 조개껍질 밑으로 들어가 있는 거군!'생각하며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오페라를 보기 위해 대기실(?)로 들어가니, 어르신들이 95% 정도였다. 한국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가장 어린 관객은 신남매였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을 본다고 연서는 평소 안 입는 치마를 입었고, 종우도 셔츠를 입었다. 어르신들도 멋 부리고 온 건 마찬가지였다. 우아하게 앉아 와인이나 차를 마시며 기다리는 모습이 멋있었다. 백발의 어르신들은 꼭 영화배우 같았다. 나도 저렇게 멋있게 늙고 싶었다.
오페라를 기다리는 곳에는 야외 테라스가 있다. 그곳에서 시드니항구를 감상할 수 있는데, 풍경이 너무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우리 셋이 셀카를 찍으려고 낑낑대고 있으니, 백발의 우아하고 멋진 할머니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나는 정말 영화배우를 만난듯, 할머니의 모습과 친절함에 반해버렸다. 심지어 사진도 예쁘게 찍어주시고, 인자한 미소로 좋은 시간되라고 해주셔서 더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드디어 입장 시간이 되었고, 내 티켓에 쓰여있는 Door 번호를 확인해서 그 문으로 들어갔다. 넓은 좌석이 어느새 가득 찼다. 우리가 보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오페라 개혁가'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글루크가 중창과 합창 역할을 키우고 발레 비중을 확대한 작품이다. 오페라가 이탈리아어로 되어있어서 영어 자막이 떴고, 등장인물들의 이름 역시 '오르페우스'에서 '오르페오'로, '에우리디케'에서 '에우리디체'라는 이탈리아식 이름으로 바뀌었다. 우리가 많이 들었던 그리스 신화, 갑작스럽게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잊지 못해 지하세계로 찾으러 간 오르페우스가 '지상에 도착하기 전까지 절대로 뒤돌아보지 말라'는 신의 경고를 어기고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바로 그 이야기이다. 그런데 글루크는 마지막 엔딩을 해피엔딩으로 각색했다. 공연이 우아한 서커스 느낌이었고 밧줄 하나에 매달리고, 날고(?), 떨어지면서 또 노래도 하고 밑에서는 합창단과 관현악과 지휘자가 각자의 역할을 했다. 오페라를 처음 접했는데 좀 충격이었다. 마치 예술의 집합체 같은 느낌이었다. 신남매도 노래만 나오는 오페라였으면 좀 지루했을 것 같은데 배우들의 '우아한 서커스' 덕분에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마지막에 배우가 빨간 페인트로 'The triumph of love'를 쓰는데 소름이 돋았다.
브리즈번에서 '원래 그곳에 살았던 것처럼' 영화 관람을 했고, 골드코스트에서는 천막에서 하는 서커스를 보았다. 그리고 시드니에서 오페라 공연을 경험했다. 브리즈번이나 골드코스트에서 충분이 호주 문화를 경험했다고 생각했는데, 오페라를 보고 난 후 영화 관람은 호주 문화의 '발톱의 때'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몽골에서 2년간 살면서 발레 공연을 종종 봤는데, 그 공연을 볼때와는 다른, 뭔가 웅장한 느낌이 가슴에 꽉 차는 기분이었다.) 우린 예술을 즐기기 위해 온 진정한 호주인들과 함께였고, 진한 호주 문화를 느꼈다. 그리고 시드니에서 오페라 공연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아 다행이었다. 아직도 우리가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본 공연을 생각하면 황홀하고, 꿈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