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코스트에서 시드니로 가는 여정
화창한 날씨와 놀거리 풍부한, 신남매가 가장 좋아한 도시, 골드코스트의 짧은 일정을 끝냈다. 우리의 마지막 여정은 시드니였다. 골드코스트에서 시드니로 가기위해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방법과 비행기를 타는 방법 등이 있다. 버스나 지하철은 기본 12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시간 아까운 걸 강박적으로 싫어하는 나는 무조건 비행기로 가야겠다 생각했다. 비행기로 가려면 또 어떤 비행기를 타고 가야할지? 선택해야 했다. 대부분 많이 이용하는 호주 비행기는 세 개 정도가 있는 듯하다. 콴타스, 젯스타, 버진 오스트레일리아. 그 중에 가격이 저렴한 젯스타를 주로 이용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연과 캔슬이 무분별하다는 후기가 많았다. 그래서 호주의 국적기인 콴타스를 선택했다. 젯스타보다 가격이 십 만원 정도 비쌌다. 하지만 콴타스는 '무사고 항공사'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는 항공사였기에 돈을 더 주고라도 '안전'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담한 골드코스트 공항으로 갔다. 혹시나 사람이 많을까봐 외국 나갈때와 같이 3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너무 한산하고 여유로워서 당황스러웠다. 공항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에서 사용했던 교통카드인 Go-Card에 남은 금액을 환불받는 일이었다. 우리는 ‘whsmith’ 매장에 가서 총 64.65불 (한국 돈 약 5만 8천 원)을 환불받았다. 기념으로 Go-Card를 가지고 갈까 생각했는데, 환불받길 잘한 것 같다. 왠지 꽁돈(*표준어 공돈)이 생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공항 구경에 나섰는데, 이곳 가게에서 신남매가좋아하는 <윔피키드>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은 그림도 재미있게 그려져 있기때문에 (슬프게도 영어로 된 내용은 읽어볼 생각은 안하고) 책을 펼쳐보고 자신들이 아는 재미있는 그림을 찾아 보여주며 즐거워했다. 그렇게 볼 것 없지만 찾으면(?) 볼거리가 있는 공항에서 골드코스트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티켓팅을 위해 콴타스 데스크로 갔다. 골드코스트 공항에도 키오스크가 있지만 미취학 아동이 있으면 무용지물이다. 무조건 데스크로 직진해서 표 발급받고, 짐을 부쳐야 했다. 나는 자국 비행기만 타다, 외국 항공사를 타려니 조금 두려웠다. 먼저 당황한 건 비행기표에 탑승 게이트 번호가 없었다. 전광판 살펴볼 생각도 못 하고, 당황해서 비행기표만 계속 뚫어지게 봤다. 결국 못 찾아서 앞에 있던 경찰관에게 표를 보여주며 어디서 비행기를 타야 하는지 물어봤다. 경찰관은 전광판을 보고 게이트 번호를 확인해 주었다. 게이트 쪽에서도 불안해서 옆에 앉아있던 여자분에게 또다시 확인했다. 그렇게 이중으로 확인을 받고 나서야 조금 안심이 됐다.
드디어 시드니행 비행기를 타러 가는데, 이럴수가! 지금까지 두려웠던 마음이 싹 가시고, '비행기 타고 가길 정말 잘했다.' 생각했다. 영화에서 보던, 바로 그 장면이 눈 앞에 펼쳐졌다. 활주로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비행기를 향해 활주로를 걸어가는 느낌이 말도 못 할 정도로 짜릿했다. 게다가 앞에서 손잡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가는 사이좋은 신남매의 모습이 정말 예뻤다. 기회를 놓칠세라 뒤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기며 따라갔다.
조금 아쉬운 것은 날이 흐려서 예쁜 호주 하늘이 먹구름에 모두 가려졌다는 것이었다. 하늘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잊지못할 경험이었다. 살짝 장난끼가 발생해서 신남매에게 "나 잡아 봐라~"하고 길을 이탈해 옆으로 막 뛰어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안전상의 문제로 이 장난은 접어두기로 했다. 대통령 같은 사람들이 목적지에 도착하면 이런 활주로에서 손을 흔들며 내리는 모습이 떠올라, 시드니에 도착 후, 이런 활주로에서 손을 흔들며 내리고 싶었다. 과연 시드니 공항에서 나에 꿈은 이루어 질 수 있을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콴타스 비행기는 앞문도 열리고, 뒷문도 열려서 앞자리 사람들은 앞문으로, 뒷자리 사람들은 뒷문으로 탔다. 뒷문으로 타는 사람들에게 혼자 슬며시 손을 흔들어 보았다.
콴타스는 그 명성답게 지연없이 제 시간에 출발했다. 비행기 안은 쾌적하고, 자리도 대한항공만큼 넉넉해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출발전에 틀어주는 모니터의 안내방송 영상을 너무 잘 만들어서 출발 전, 지루하지 않게 집중해서 봤다. 한달이나 두달살기하며 한 곳에 머무르는 것도 좋은데, 이렇게 여러 지역을 옮겨다니는 것도 참 매력있는 것 같다. 우리는 또 다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처럼 설렘과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기내 간식으로 빵과 음료를 줬는데 빵도 꿀맛이었다. 아이들은 ‘콴타스’를 찬양하며 둘이 공룡 인형으로 신나게 놀면서 두근두근 시드니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