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웅전 #20
타닥타닥, 조용한 방 안에 게임 패드 소리만 가득했다.
"Game Over."
화면에 뜬 글자를 보며 짧게 한숨이 나왔다. 재미는 있었지만, 손이 느려져서 그런지 게임이 점점 어렵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겼든 졌든 마지막은 늘 이렇게 끝났다.
다시 시작 버튼을 누르려는데 전화가 울렸다.
“뭐 해?”
친구였다. 편한 목소리였다. 나도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냥, 게임 좀.”
“또? 요즘 계속 하더라. 재미있어?”
순간 말이 막혔다.
“음... 그냥. 익숙해서 하는 거 같아.”
친구는 잠시 말이 없었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 예전에 음악 이야기할 때는 목소리가 되게 밝았잖아. 기타 배우고 싶다 했었지.”
나는 멈칫하며 기억을 더듬었다.
“응. 기타 한번 해보고 싶긴 했어.”
“그럼 해봐. 너 그 얘기할 때 표정 진짜 좋았어.”
말은 쉽게 들렸지만,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근데... 지금 시작해도 되나 싶기도 하고. 잘할 자신도 없고.”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잘하려고 하지 마. 취미는 그냥 좋아서 하는 거지. 쓸모 있는 게 아니라 즐거운 게 먼저야. 너, 뭐든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좀 있잖아.”
맞는 말이었다. 친구는 예전부터 그렇게 내 마음을 슬쩍 짚어주는 데 능했다. 코치 일을 해서일까, 아니면 그냥 오래된 친구라서일까. 어쨌든 그 말은 내 안에 조용히 머물렀다.
통화를 끊고 핸드폰을 내려놨다.
자연스럽게 다시 게임 패드를 집으려던 손을 멈췄다. 그냥 앉아 있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뭐였지.’
게임은 익숙했다. 시간을 없다고 했지만, 사실은 늘 있었다. 잠깐씩은 늘, 게임 할 시간은 있었으니까.
그날 밤, 나는 기타를 검색했다. 중고 마켓에 괜찮은 게 있어 찜해두었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줄을 한번 튕겨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가 컸다.
예전엔 좋은 취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딘가 쓸모 있고, 말하기 부끄럽지 않은 그런 것들.
그런데 그런 건 오래 가지 않았다.
반대로 딱히 멋지지 않아도 내가 좋아했던 것들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었다.
좋은 취미보다, 좋아하는 취미.
그게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나답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친구의 고마움에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