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 일상을 바꾼 수국 한 송이

일상영웅전 #21

by 원웨이브



카페에 앉아 멍하니 테이블에 놓인 컵을 굴렸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는 익숙한 웃음으로 내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나의 늘 같은 일상, 반복되는 사람들, 식상한 대화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선배는 나의 말이 끊어지자, 조용히 창밖을 가리켰다.



"저 수국, 예쁘지? 색이 다 다르네. 신기해."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니, 테라스 옆으로 수국이 막 피어나고 있었다. 녹색 잎 사이로 연분홍과 연보라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피어난 수국은 전혀 다른 색이었다. 파란빛.



"수국이 왜 색이 다른지 알아?"


내가 고개를 젓자, 선배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토양이 산성이면 파란색, 알칼리성이면 분홍색이래. 같은 꽃인데도 말이지."


그 말에 괜스레 마음이 조용해졌다.


같은 햇살 아래, 같은 공기를 마시며 자란 것처럼 보여도, 토양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색을 품는 꽃.



"지금 너는 어떤 토양에 있는 것 같아?"


그 질문이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



선배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는 건 어때? 어쩌면, 좋은 토양이 필요한 걸지도 몰라."



내가 매일 반복하는 풍경, 그 익숙함의 배경에는 분명 나 스스로의 선택도 있었다. 사람들 틈에 묻혀, 변화를 미룬 채, 익숙하다는 이유로 머물렀던 곳.


하지만 문득, 내가 어떤 색으로 피어오르고 싶은지 생각하게 됐다.



어떤 공기, 어떤 햇살, 어떤 토양이 나를 더 잘 자라게 할 수 있을까.


사람도, 수국처럼 제 색을 낼 수 있는 곳에서 자라야 한다.



그렇게 제 자리에 잘 놓였을 때, 한 송이로도 충분히 아름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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