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당첨, 그 다음 이야기

일상영웅전 #22

by 원웨이브


들고 있던 종이를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로또 번호를 다시 확인했지만, 어김없이 꽝이었다. 실망보다 익숙함이 먼저 찾아왔다.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로또 종이 모서리를 접었다가 펴기를 반복했다.



“로또 되면 뭐 하고 싶어?”


맞은편에 앉은 선배가 물었다. 조용한 목소리였다.


“음… 사고 싶은 거 사고, 일은 그만두고 여행 다니고… 그런 거요.”


입꼬리를 올려보였지만, 말 끝은 흐릿했다. 말하면서도 스스로 민망한 줄 알았다. 허공을 향해 한 번 웃고는 다시 시선을 내렸다.



선배는 컵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 대부분, 몇 년 안에 돈 다 쓰고 인생도 같이 망가지는 경우 많대.”


나는 말없이 테이블 위를 손끝으로 문질렀다.


“왜 그런지 알아?”


고개를 들자 선배는 잔을 손에 쥔 채 내 눈을 바라봤다.


“그걸 감당할 준비가 안 돼 있어서 그래. 사람들은 로또를 요행이라 하지만, 진짜 요행은 아무 준비 없이 그 돈을 맞이하는 거야. 그건 축복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어.”


나는 다시 종이를 접었다. 그러다 문득 손을 멈췄다.



“윈스턴 처칠이 이런 말을 했어.
‘사는 동안 누구에게나 특별한 순간이 어깨를 두드리며 찾아온다. 본인만이 가능한 매우 특별한 일을 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최고가 될지도 모르는 순간을 맞았는데 준비가 되지 않거나 자격이 없다면 얼마나 큰 비극인가.’”


그 말이 낯설지 않았다. 어디선가 들은 듯한 문장.

그런데 오늘은 다르게 다가왔다. 내 어깨를 두드리는 그 ‘특별한 순간’, 나는 과연 준비되어 있을까.


선배는 말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봤다. 길게 뻗은 햇살이 유리창 너머로 스며들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몇 번은, 자기만이 해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 근데 그걸 알아보고, 받아들이고, 감당하려면… 결국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는 한 박자 쉬고 덧붙였다.


“로또가 되면 뭘 할지 제대로 계획해보는 건 어때? 그리고 꼭 로또가 당첨되고 큰 돈이 있어야만 그걸 이룰 수 있을까?”


테이블 위에 펼쳐진 종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조용히 일어나 그 종이를 가방에 넣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가진 이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이 질문들,
그것들이 어쩌면 그 ‘준비’의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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