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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웨이브 Oct 09. 2022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는 가장 좋은 방법, 명상

명상이 그저 어렵기만 한 이들을 위한 글


  지금 이 글은 속초의 바닷가 앞에 있는 카페에 홀로 앉아 쓰고 있다. 쓰고자 하는 글을 생각하며 한동안 저 멀리서부터 밀려와 방파제에 부딪쳐 부서지는 파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우린 바쁜 일상에 치이고 지칠 때면 아무것도 안 하며 멍하니 있고 싶어 하곤 한다.


지금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는
파도멍이 바로 그 시간이다.




가끔 나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예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곤 깊이 공감을 한 글이 있었다. 그때는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이 도처에 널려서 나를 압박하고 있었던 시기라 더 마음에 와닿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고 더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 작자 미상



  늘 다양한 일들로 지쳐갈 때, 문득 아무것도 안 하고, 그에 더해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가 가끔 있다. 평소에 호기심도 많고 주변에 사람도, 일도 많아서 이러한 시간이 더 필요한 거 아닐까 생각이 든다.


  금주에 오랫동안 준비하던 페스티벌이 있고 그와 맞물려 중요한 시험도 동시에 있었기에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한 일들을 마무리하고 속초에 와서 잠시 시간을 내, 홀로 카페에 앉아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마음을 넘어 글을 쓰고 있긴 하지만 평소보다 여유롭고 속초 바다라는 아름다운 광경과 함께 하니 참 좋다.


글을 쓰고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할 테다



우리의 진정한 휴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우리는 바쁜 일들을 끝내고 여유가 생겼을 때 아무것도 안 할 수가 없다. 그토록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원했었지만 막상 그 시간이 되면 "어떻게 만들어진 휴식시간인데 아무것도 안 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아까워!"라며 무언가를 또다시 한다. 마치 몸이 너덜 해질 때까지 며칠 밤을 새우며 노력해서 시험을 끝내곤 편안히 휴식을 취하기보다는 어렵게 주어진 자유가 아까워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새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기도 한다.



  물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에 쉬는 것 같지만 그 시간은 정말 나에게 휴식 같은 시간이 되는 걸까?


휴식(休息)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잠시 쉬는 것을 말한다.
- 위키백과


  그렇다. 휴식은 말 그대로 '하던 것을 멈추고 쉬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도 휴식은 살아있는 존재의 노여움, 불안, 공포 등의 원천에서 올 수 있는 각성이 없는, 낮은 긴장의 정서 상태라고 한다. 또한 옥스포트 영어사전에서도 휴식은 몸과 마음이 긴장과 불안이 없는 경우이다. 하지만 우리는 휴식이라는 이름으로 잠시 멈추고 쉬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어떤 것을 하며 스스로 휴식을 방해하고 있는 것 아닐까? 이는 휴식이 아닌 스트레스 해소에 가깝다고 보는데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잠시의 도피와 일시적인 해소가 아닌 몸과 마음도 쉴 수 있는 휴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진정한 휴식은 어디에서 올까? 그 답을 명상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휴식, 명상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은 자신의 저서 <The Relaxation Response>에서 투쟁-도피 반응(Fight-or-fight response)을 무효화하는 신체의 기제를 밝혔다.


이완 반응(Relaxation response)은 몸의 대사, 심박수 및 호흡률, 혈압, 근육 긴장을 감소시키고, 두뇌 활동을 안정화한다. 이는 면역 반응을 늘리고, 주의력과 의사결정 능력을 도우며, 스트레스 관련 활동을 보이는 유전자 활동을 바꾼다. 이완 반응은 명상(Meditation)으로 달성된다.
- Herbert Benson, <The Relaxation Response> 중


  아마 여러분들은 명상에 대해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고 좋다는 것도 얼추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상을 잘 모르겠고 나와는 다르고 어울리지 않는 활동이라고 보통 생각한다. 이는 명상이라는 개념이 주는 어려움 때문 일 수 있다.


  그렇다면 명상의 개념부터 다시 살펴보자. 명상을 한마디로 쉽게 말한다면 '고요히 눈을 감고 차분한 상태로 깊게 생각하는 것'이다. 명상(瞑想)을 한자어로 풀어보면 명(冥-어두울 명, 瞑-눈을 감을 명)은 ‘어둡다·깊다·고요하다’를 의미하고, 상(想-생각상)은 ‘생각하다’라는 뜻이다. ‘눈을 감고 생각하다’를 의미한다.



  서양에서 명상(Meditation)의 어원이 라틴어 meditatio에서 온 말로 동사는 meditari(to think, contemplate, devise, ponder)에서 유래해 ‘생각하다. 심사숙고하다. 궁리하다. 등’의 뜻을 가진다. 또한 mederi는 치료한다는 의미로 meditation이나 medicine이 같은 어원을 가졌다.


  대부분 명상을 아무 생각 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명상을 한다고 잠시 가만히 있으면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에 지레 지쳐 포기한다. 그런데 개념적으로 보면 아무 생각 안 하기보다 오히려 깊고 고요하게 생각하는 것이고 어떠한 판단 없이 그저 생각들을 알아차리고 바라보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명상은 계속 떠오르는 생각들을 뿌리치고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깊고 고요하게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나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생각들에 대해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그 생각은 내 몸과 마음의 고요함에 어느 순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는 가장 좋은 방법, 명상




  앞서서 명상은 고요하고 차분한 상태로 깊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명상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휴식을 필요로 하는 우리에게는 '고요하고 차분한 상태로 깊게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누군가는 맘 편히 쉰다며 집에서 빈둥거리며 TV 보고 게임하는 것을 생각하지만 이 또한도 휴식은 아닌 것이다.


  휴식을 취하려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만 더 격렬하게 더 적극적으로 '아무것도'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우리는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다양한 일들로 쌓인 신체적, 정서적 피로를 풀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쉬운 명상법을 알려주겠다.


1. 휴대폰이나 TV,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를 멀리 놓고 홀로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에 자리한다.
2. 몸의 긴장을 풀고 가장 편한 자세로 앉는다. (꼭 힘든 가부좌가 아니어도 좋다. 의자에 앉아도 좋고 등을 기대도 좋고 심지어 누워도 좋다.)
3.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는 심호흡을 여러 번 하곤 자연스럽게 숨을 쉰다.
4. 그 순간 끝없이 다양한 생각이 몰려온다면 '그렇구나' 하고 다시 심호흡을 반복한다.


이게 전부이다.


천 마디 말보다는 한순간이라도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게 더 좋다. 단 10분, 5분, 바쁘면 3분이라도 해보면 좋겠다. 그리고 몸의 긴장을 풀고 마음도 차분하고 고요해졌다면 성공이다. 그 시간 내내 다른 생각을 했더라도 조금은 몸과 마음이 차분해진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그것도 성공이다.








완전하게 휴식을 취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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