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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웨이브 Jan 15. 2023

One Week, 일 년에 한 번 일주일의  느린여행

홀로 비우고 채워내며 느리게 스스로를 바라보는 일주일의 시간


나에게는 꼭 지키려는 스스로와의 약속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One week>
어떤 일이 있어도
일 년에 최소 일주일은 혼자 여행한다.

올해는 캄보디아를 홀로 다녀와 이 글을 쓴다.


2023 One week. 앙코르유적에서의 노을 In Cambodia


One week의 의미



  One week은 일 년에 일주일. 홀로 비우고 채워내며 천천히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간이다. 일 년의 일주일을 혼자서 여행한다는 것은 일 년 중 여행한 날들을 합산한 개념이 아니다. 여행을 시작한 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최소 일주일은 있어야 온전한 One week이 되는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여행은 목적에 따라 명확하게 구분된다. 크게는 '관광'을 위한 여행, '휴식'을 위한 여행, '나와 마주하는' 여행 세 가지이다. 물론 여행 안에는 이 세 가지가 모두 포함되기는 하지만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차이인 것이다. 그 초점에 따라 한정된 여행의 시간 안에 현명한 선택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One week> 중


  One week은 세 번째로 이야기한 '나와 마주하는 여행'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광이나 휴식보다 나와 마주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행을 할 때 일상에서 벗어난  다른 곳으로 떠나고, 그곳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일주일의 시간적 흐름으로 보면 이렇다.


첫날은 해방감과 경계심, 둘째 날은 적응과 즐거움, 셋째 날은 즐거움 그리고 외로움.
혼자만의 여행은 4일째부터 시작된다.
- 원웨이브

 

  여행의 흐름이 이렇게 흘러가기 때문에 최소한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좀 더 과감하게 말하자면 진정한 여행은 4일째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어떤 장소에 가장 온전하게 있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반드시 그곳에 있어야 한다는 부수적인 도전에 직면하지 않을 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p38


  여행은 누구나 꿈꾸고 기대하며 설레게 만들고, 그곳에서의 시간들은 다양한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알랭 드 보통이 이야기한 것처럼 여행하며 어떤 장소에 온전히 있을 수 있는 것은 그 설렘과 기대, 즐거움이 지나가고 엄습하는 외로움에 기인한다.




빌게이츠의 생각주간(Think week)



  One week의 시작은 2010년 첫 해외여행을 40일간 홀로 인도로 떠난 것이었다. 일주일이 훨씬 넘는 시간이었지만 그 여행은 대학졸업을 앞두고 나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기에 정말 적극적으로 나와 마주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일주일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했다.


  One week의 개념이 나의 삶에 중요한 일로 자리 잡는데 도움을 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빌게이츠의 '생각주간(Think week)'과 영화 <One week>이다.


  빌게이츠 Bill gates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이자 기업가이다. 그는 일 년에 두 번, 일주일씩 책 한 보따리를 들고 자신의 오두막으로 들어간다. 가족을 포함해 그 누구도 함께 하지 않고 온전히 혼자 책을 읽고 메모를 하며 생각을 정리한다. 이것이 1980년대부터 시작해 40년이 넘게 이어오고 있는 생각주간(Think week)이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식적인 시스템으로 제도화되었으며 엄정하게 선정된 40여 명의 엘리트 임직원에게 생각주간이 주어진다.  


“우리 회사의 생각 주간은 빌 게이츠의 비위를 맞추기 위함도 아니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함도 아니다. 기초적인 아이디어가 올바른 장소와 만나 핵심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 그것이 바로 우리의 생각 주간이다.”
- 마이크로소프트 테크니컬 전략그룹의 타라 프라크라야 사장   



  빌게이츠처럼 오두막에 책을 싸들고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One week은 같은 개념이다. One week의 중요한 방식 중 하나는 '혼자'라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늘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낸다. 어쩌면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단 한 시간도 조용히 지내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일 년에 일주일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 지내고 책을 보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영화 <One week>



  내 삶에 One week를 만들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영화 <One week>를 보고 난 뒤였다. 영화 <One week>는 벤이라는 젊은 교사가 갑작스레 말기암 선고로 남은 날이 두 달 정도 남았다는 사실을 알고 홀로 떠난 일주일간의 여행이야기이다.


  그는 교사로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었고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평범한 일상에서의 시한부 선고는 해야 할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로 시선을 돌리게 만들었다.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갖고 싶었던 오토바이와 함께 연인, 가족을 뒤로하고 캐나다를 홀로 누빈다.


What would you do if you knew you only have one day or one week or one month to live?
만약 당신이 살 수 있는 날이 하루 또는 일주일 또는 한 달이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 Michael McGowan, <One Week>, 2008



  영화는 위의 질문으로 시작된다. 어찌 보면 서점에서 보이는 흔한 자기 계발서의 질문과도 같다. 그 질문이 현실이 된 젊은이의 소중한 시간이 영화 내내 잔잔하게 그려진다. 영화는 조용하지만 우울하기보다는 유쾌하다. 주인공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본다.


One Week - Official Trailer

https://www.youtube.com/watch?v=SL-PbsZKGfw



  나의 One week는 온전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찾고 고민하는 시간이다. 빌게이츠처럼 40년 이상된 루틴까지는 아니지만 2010년 인도를 시작으로 벌써 10년이 넘게 해오고 있다. 누군가는 이 시간을 부럽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잃을 것 없는 홀로 인생이니 가능하다고도 하지만. 정말 다양한 일도 하고 있고 아이는 아직 없지만 사랑하는 와이프와 가족이 있기에 이 시간은 나에게도 엄청난 투자이며, 가족의 배려가 있기에 가능한 소중한 시간이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나간다.
-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p83


  나에게 One week은 꼭 몇 권의 책을 읽거나 몇 편의 글을 써야 하는 숙제와도 같은 시간은 아니다. 그저 길 위를 걸으며, 버스나 기차 비행기에서도 메모하고 글도 읽고 멍하니 있으며 생각하는 시간들이다. 그 시간이 있기에 나의 일 년이 더 소중해지고 활력을 갖는 것 같다.





  One week은
일 년의 삶을 생경하게 만드는 일주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서울'도 누군가는 여행오기 위해 열렬히 동경하며, 한 시도 낭비하지 않을 만큼 열정적으로 여행하는 곳이다. 일상의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여행지인 것이다. 그러니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이곳도 멋진 여행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여행을 다녀오면 일상도 여행처럼 설렐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행은 일상을 생경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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