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것'도 '명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가장 힘든 시기에 하는 것은
'그저 걷는 것'이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산티아고 순례자 길', '제주 올레길', 그리고 다양한 '둘레길'들을 천천히 거니는 것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슬몃슬몃 하늘이 핑크빛으로 물들 때 노을을 향해 걷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우리는 늘 걷는다. 세상의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고 편리해진다고 해도 우리는 자동차를 향해, 지하철을 향해, 비행기를 향해 단 한 발이라도 내딛어야 한다.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위해 하루에 몇 만보를 걷기도 하고, 올림픽에는 '경보'라는 종목이 정식으로 있기도 하다. 다양한 걷기가 있지만 나에게 '걷기'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당신은
삶에서 큰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무엇을 하나요?
나의 대답은 '걷기'이다. 일을 하면서 감당하기 힘든 일을 마주하거나, 대인관계에서 큰 상처를 받아서 힘들 때면 나는 하던 것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 걷는다. 크게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그저 걷는다. 30분, 60분, 길게는 두어 시간을 걸으며,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어려움에 따라오는 감정과 망상들이 가라앉는다.
그렇게 한참을 걸으며 몸과 마음이 가라앉으면 잠시 멈추고 주변 벤치에 걸터앉는다. 그리고는 내가 처한 상황과 내가 할 수 있는 해결책들을 천천히 메모한다. 내가 겪은 어려움이 클수록 나는 더 오래 걷고, 더 오래 멈추며 글들을 메모한다. 이게 '삶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나만의 노하우'이다.
'걷기'는 나에게 운동이나 활동이라기보다 바로 '지금의 나와 찐하게 마주하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힘든 일을 겪으면 '해결'이 아닌 '해소'를 하려고 다른 일들을 한다. 술을 마시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는 한다. 가끔은 힘겨워 주저앉기도 한다. 그 모든 행동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해소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가만히 있기보다는 밖으로 나가 걸으며 '스스로를 마주하고 대화하는 걷기'는 분명 도움을 줄 것이다.
한 가지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큰 어려움이 있을 때 밖으로 나가 걸을 때, 빠르고 열심히 운동하듯 걷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내가 말하는 걷기'는 목표와 목적지를 정하고 경쟁하듯 빠르게 걷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천천히 느리게 걷는 것을 말한다.
느림과 기억 사이, 빠름과 망각 사이에는 어떤 내밀한 관계가 있다.
지극히 평범한 상황 하나를 상기해 보자. 웬 사내가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문득 그가 뭔가를 회상하고자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순간 기계적으로, 그는 자신의 발걸음을 늦춘다. 반면 자신이 방금 겪은 어떤 끔찍한 사고를 잊어버리고자 하는 자는, 시간상 아직도 자기와 너무나 가까운, 자신의 현재 위치로부터 어서 빨리 멀어지고 싶다는 듯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빨리한다.
실존 수학에서 이 체험은 두 기본 방정식 형태로 나타난다.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비례하고, 빠름의 정도는 망각의 정도에 비례한다.
- 밀란쿤데라, <느림>, 민음사, p48
체코·프랑스의 소설가 밀란쿤데라는 <느림>이라는 책에서 무언가를 하는 데 있어서 속도와 생각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같은 걷기라도 빠르게 걷는 것은 현재 위치로부터 빨리 벗어나려는 망각의 걸음이라고 했다. 그리고 느리게 걷는 것은 좀 더 나와 마주하며 중요하고 소중한 것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갈수록 세상의 빠름에 적응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럴수록 무언가를 망각하고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일 때가 생긴다. 어른의 시간이 어릴 때보다 더 빠르게 가는 것은 빠른 세상에 발맞추려 노력하면서 하루하루를 기억하기보다는 망각하기 때문 아닐까?
누군가는 어른의 시간은 어릴 때의 몇 배는 빠르고 나이가 들 수록 그 속도는 더 빨라진다고 한다. 하지만 하루하루에 더 제대로 머물고 나를 느끼기 위해서 우리에게 느린 걸음이 필요한 것 아닐까?
우리의 일상은 이미 너무 많은 것들로 채워져 있다. 그게 생각이건 물건이건, 일이건 정말 가득 채워져 있다. 단순한 예로 소중한 사람이 특정일에 만나자고 하는데 그날 일정이 있다면 고민을 하게 된다. 그 일정을 조절할 수 있을지, 어떤 것이 나에게 중요하고 필요할지 고민을 하고 겹쳐진 일정들을 재조정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날들에 일정이 있다면 그건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이미 너무 많은 것들로 채워진 일정처럼 삶에는 이미 채워진 것들로 나에게 중요한 것들을 채우지 못하거나 그것들을 조율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쓰다가 지치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삶을 좀 더 미리 비우고 소중한 것들을 채울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놔야 한다. 중요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삶에 채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비우는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명상에 관심을 가지고 매일 아침이면 명상을 해왔는데 작년에 <비움과채움>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명상도 즐거울 수 있고, 쉽고 편하게 시작하고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아직 작은 회사지만 천천히 만들어가고 있다.
걷기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좋고 느리게 걷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걸으면 될까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방식을 모르면 그 효과도 얻기 쉽지 않다. 천천히 느리게 걷는 것도 방법이 있고 그 과정으로 명상을 하며 나와 마주할 수 있다.
처음으로 글과 현실을 연결시키는 것이라 어색하고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나의 글을 보는 사람들은 이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용기 내서 소개해본다. <비움과채움>이라는 회사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전'에는 우리의 프로그램들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 정기적으로 오픈클래스를 열고자 한다.
비움채움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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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
- 밀란쿤데라, <느림>, 민음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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