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시작
이렇게 첫 해외여행으로 인도가 나에게로 왔다.
느림이란 단어를
내 삶에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마드라스를 떠나는 날 아침, 마지막으로 차루를 만났다. 작별 인사도 할 겸, 그동안 타고 다닌 릭샤 값을 지불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차루는 또 손을 흔들며 허풍을 떨었다.
' 돈은 주고 싶은 대로 주세요. 전 아무 문제없습니다.'
내가 일부러 정색을 하면서, 그럼 1루피(30원)만 줘도 되겠느냐고 묻자 차루는 외쳤다.
'노 프라블럼!'
그러면서 차루는 당당하게 덧붙였다. 1루피만 줘서 내가 행복하다면 그렇게 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자기의 친구이니까, 자기한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내 행복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나의 행복이 아니라 돈을 준 나 자신이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달라고 했다. 영리한 차루, 얄미운 차루, 못난 차루...... 마드라스를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차루의 인상이 지워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생일 살면서도 '노 프라플럼!' 을 외치며, 푸웅푸웅 고무 나팔을 울리며 세상 속으로 달려가는 차루! 많은 걸 갖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집착과 소유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내게 그는 잊지 못할 훌륭한 스승이었다.
- 류시화,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중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내가 마주한 인도는 책과는 달랐다.
그것도 아주 많이
새벽 4시에 일어나 단체로 명상을 하고, 아침을 먹는다.
그리곤 단체로 명상을 하고 점심을 먹는다.
또다시 명상을 하고 저녁을 먹는다.
테이프로 법문을 듣고 명상을 한다.
그리고 잔다.
- 명상센터에서의 일정
앞으로 느림에 대해
좀 더 생각하고 읽고 써볼 생각이다.
그리고 글만이 아니라
작은 실천들로
세상을 좀 더 의미 있게, 느리게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