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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웨이브 Jul 30. 2023

어른이 되면 무조건 느끼는 감정

어른이 더 흔들리는 이유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 흔들림 없고 여유로운 어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청춘을 넘어가며 마흔 언저리에 있는 내가 막상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야 할 나이가 된 나에게 자문해 본다. 뭐가 문제인거지??


지금 우리는 어른인 걸까?



아직 덜 자란 어른아이



    영화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에서 주인공 사토는 46세의 스스로에게 말했다. "원했던 건 아닌데 시시한 어른이 되고 말았다"라고. 영화는 잔잔하게 주인공의 시간을 거슬러가며 왜 '시시한 어른'이 되었는지에 대해 일, 사랑, 친구 등이 얽힌 사건들로 펼쳐낸다.




"근데 그 영화 진짜 좋지 않아요?"

"학교 축제 전 날이 계속 반복되잖아요. 그렇게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요? 제게도 그렇게 좋은 하루가 있다면 그날 속에 파묻혀 있고 싶어요."


- 영화,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中



  영화에서 사토와 카오리의 첫 만남에서 이러한 대화를 한다. 학교 축제 전날처럼 기대되고 신나는 날이 반복된다면 수없이 반복하면서 그날에 파묻혀 있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인 사토의 인생은 카오리가 이야기한 신나는 일과는 다른 시시한 하루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더 멋진 어른을  기대했던 그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는 '네버랜드 신드롬'이라는 트렌드를 언급했다. 네버랜드는 피터팬과 친구들이 늙지 않고 영원히 아이의 모습으로 사는 곳이다. 몸은 자라 사회에서는 다양한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삶에 네버랜드를 꿈꾸는 어른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이 네버랜드를 생각하는 것은 늙지 않는다는 것보다는 신나고 좋은 하루들이 계속되는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의 어른들은 다시 아이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요즘 이야기만은 아니다. 1983년 심리학자인 댄 카일리 박사가 저술한 책 <피터팬 증후군: 어른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서는 피터팬 증후군에 대해서 처음으로 언급했다.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 또는 콤플렉스라고도 불리며, 신체적으로는 어른이 되었지만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 스스로의 의지로 무언가를 결정하지 않으려는 심리 상태를 설명했다. 실제로 1970년대 미국의 20대 청년들과 1980년대 경제 위기를 겪었던 일본의 청년들이 현실 세계에 적응하기를 거부하고, 어린 소년으로 남아 있고자 하는 현상이었다.


  결국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는 다시 아이가 되고 싶어 한다. 특별할 줄 알았던 어른의 시기는 평범해지고, 평범한 줄 알았던 아이의 시기는 특별했던 것이다.





어른아이, 논어에서 그 이유를 찾다




子曰:
자왈
吾十有五而志于學,
오십유오이지우학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삼십이립 사십이불혹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오십이지천명 육십이이순
七十而從心所 欲不踰矩.
칠십이종심소 욕불유구

공자가 말했다.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學問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자립自立하였으며,
마흔 살에는 미혹迷惑되지 않았고,
쉰 살에는 천명天命을 알았으며,
예순 살에는 어떤 말이든 그대로 이해되었다.
그리고 일흔 살에는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도 법도法度를 넘지 않았다.”

- 공자, 소준섭 역, <논어>, 현대지성, 위정 2-4


  위 구절 중에 하나쯤은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특히 '불혹'이라는 말은 많이 접해봤을 것이다. 서른이 되어 우리는 자립을 하고 다양한 역할에서의 책임을 다한다. 그렇게 10년이 흐르면 사십이 되어 '불혹' 세상에 유혹에 현혹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시기가 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나는? 정말 흔들리지 않는가? 불혹의 나이라는 말이 널리 알려지고 언급하는 이유는 어쩌면 사십이 되어 '결코' 불혹이 되지 않고 계속 흔들리기 때문이다. 한순간도 흔들리지 않는 사십이 있을까? 감히 단언하자면 없다.   


  그럼 공자를 거짓과 허황된 말을 한 것인가? 다시 한번 원문을 생각해 보자. 사십은 불혹이지만 공자는 15세의 나이부터 언급을 했다. 15세에는 학문에 뜻을 두고, 서른 살에는 자립을 한다고 했다. 사실 공자가 <논어>를 통해서 시종일관 제시하는 길은 자기 인격의 완성을 지향하는 '군자의 길'이다. 그래서 논어의 위정 편 2-4에서 말하는 상태는 나이가 들며 자연스레 다다르는 것이 아니라, 15세부터 학문의 뜻을 두고, 하루하루를 닦아나가며 이루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렇게 15년을 배워야 자립을 하고, 그 이후 10년을 더 배워야 불혹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마흔이면 불혹이라지만 더 흔들리는 이유는 공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어려서부터 스스로를 갈고닦아 마흔에 이른 것이 아니라, 단순히 시간만 지나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신기한 것은 어른이 되기 이전에는 공부를 누구나 많이 한다. 삶의 자양분이 될만한 다양한 분야를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한다. 하지만 시험과 자격, 취업이라는 허들을 넘으면 삶에서 공부는 서서히 사라져 간다. 공부를 할지라도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또 다음 단계의 시험과 자격을 위한 것이다. 시험을 위해서만이 아닌 인생의 지혜를 위해 옛 선인들의 글을 읽어나가며 벗과 나누는 시간이 없기에 우리는 흔들리는 어른이 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마흔에 흔들린다면 어쩔 수 없다. 아니 그 흔들림은 당연한 것이다. 다만 그 흔들림을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나의 감정은 어떻고 왜 흔들리는가, 질문과 함께 자신과 가만히 대화를 한다면 그 흔들림으로 인한 불안감보다는 좀 더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막연함 불안감과 기분 나쁜 느낌이 아니라 스스로의 흔들림은 인지하고 개선하고 싶다는 의욕이 있다면 조금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이 어른이라면
지금 흔들리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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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마흔 #마흔의책장 #논어 #공자 #피터팬증후군 #우리는모두어른이될수없었다





출처


사진. Pixabay


- 공자. <논어>, 현대지성, 2018

- 영화,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넷플릭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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