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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웨이브 May 29. 2022

불멍을 좋아하시나요?

2022 춘천마임축제 ㅣ 불의도시_낙화놀이


  불멍을 하다보면 불현듯이 나의 시간이 뜨거운 치즈처럼 쭉 늘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무생각없이 멍때리며 가만히 있으면 시간이 늘어지며 느리게 느껴지는 것 같다. 나는 가끔 이러한 시간이 소중하며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다.   


느림의 시간은
내 앞에 있는 것을
온전히 마주하는 것이다.



춘천마임축제<불의 도시;도깨비난장>  


  2022년 춘천마임축제<불의도시 ; 도깨비난장>에 다녀왔다. 축제를 좋아하는지라 다양한 축제에 가는 편이다. 뮤직페스티벌은 물론 각종 지역축제 그리고 거리예술축제 등 축제는 나를 움직이게하고 생각하게 한다. 코로나로 인해 잠자고 있던 다양한 축제들이 기지개를 펴며 슬슬 시동을 걸고 있다. 단연 춘천마임축제는 가장 좋아하는 축제 중 하나이다. 단순히 관람하는 축제를 넘어 공연자, 무대 그리고 관람객이 하나가 되어 함께 즐기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축제 안에서도 춘천마임축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축제이고, 물의도시;아!水라장과 불의도시;도깨비난장은 축제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2022 춘천마임축제 ㅣ 우주자동차 트렁크극장


  자유로운 공간, 다채로운 공연, 쉽게 즐길 수 있는 놀거리, 먹거리로 춘천마임축제에서는 한가할 틈이 없다. 하지만 올해 불의 도시의 분주한 축제장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가장 느린 불'이었다. 바로 그것은 무주두문마을 낙화보존회와 함께 만든 '낙화놀이'였다. 축제장 한켠에 크게 이어진 줄에서 떨어지는 불꽃을 가만히 바라보며 멍때리는 시간이 나에게는 영원처럼 느껴졌다. 처음보는 아름다운 광경으로 느리지만 나의 가슴도 불꽃으로 일렁였다.


2022 춘천마임축제 ㅣ 낙화놀이



느림의 전통놀이, 낙화놀이


  처음 접한 낙화놀이는 정말 경이로웠다. 알고보니 낙화놀이는 오래된 우리의 전통놀이였다. 낙화놀이 17세기 초 정도부터 시작되었으며 ‘낙화유(落火遊)’·‘줄불놀이’라고도 한다. 이 놀이는 '밤하늘에 흩어지는 불꽃을 관상하던 운치 있는 놀이로, 주로 뱃놀이나 시회·관등놀이 등에서 놀이의 흥을 돋우기 위해 행하였다'라고 한다.  


낙화놀이는 뽕나무나 소나무 또는 상수리나무 껍질을 태워 만든 숯가루를 한지주머니에 채우고 그것을 나뭇가지나 긴 장대 또는 추녀 끝이나 강가 절벽 위에 줄을 매고 매달아 불을 붙인다. 그러면 불씨주머니에 든 숯가루가 타면서 불꽃이 사방으로 흩어지는데, 이러한 모습이 마치 ‘불꽃’이 떨어져 날아가는 것 같아 ‘낙화놀이’라고 불리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낙화놀이(落火─))]


함안 낙화놀이 ㅣ 함안군


  오랫동안 이어져오던 놀이는 캠핑장에서 모닥불로 불멍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촛불의 미학>에서 가스통 바슐라르는 “불꽃은 우리들에게 상상할 것 을 강요한다. 불꽃 앞에서 꿈을 꿀 때, 사람이 상상한 것에 견주어 본다면 사람이 인지한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불꽃은 우리에게 멍때리게 하면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게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에게 상상하게 만든다. 화려하고 빠른 불보다는 이러한 느린 불이 스스로를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



축제 안에서 느리게 나를 돌아보기


  축제는 다양한 놀거리들이 나를 더 활동적이며 즐겁게 만든다. 하지만 그러한 역동적인 축제 안에서도 느림이 존재한다. 축제를 참여하는 우리는 활발함에 휘발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무언가를 확인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피에르 쌍소는 느림에 대해 이야기 한다.

 

느림은 시간이 한 사람, 하나의 풍경, 하나의 사건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볼 수 있게 한 다. 느릿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러한 것들이 변모하는 과정과 추이를 관조하는 기쁨을 우리는 누릴 수 있다.
피에르 쌍소, <느리게 산다는 것> 중


  다시 시작되는 축제의 전성기에 우리는 어떤 축제를 원하는가에 대해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하는 가수들의 열정적인 무대로 땀흘리며 뛰어노는 축제를 떠올리지만 축제의 모습의 다양하다. 그러한 축제는 그러한 역할을 하고 또 다른 시선에서 새로운 경험을 줄 축제들이 필요하다. 출근시간 지하철 처럼 붐비는 인파 안에서 흥이 넘치게 돌아다니는 축제도 필요하지만 여유로운 공간에서 느리게 나의 마음 속 깊게 천천히 들어오는 축제도 우리에게는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가만히 일렁이는 불을 느리게 바라본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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