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할아버지의 인생책을 알게 됐다

일상영웅전 #16

by 원웨이브


손녀는 할아버지의 서재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나무 냄새와 책 냄새가 섞인 따뜻한 공기가 가득했다.


책장 앞에 앉은 할아버지는 익숙한 자세로 책을 읽고 있었다. 손녀는 살짝 웃으며 그 옆에 조용히 앉았다.



그날 학교에서 선생님이 '인생책'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주셨다.


손녀는 궁금한 게 가득한 얼굴로 곧장 물었다.



“할아버지의 인생책은 뭐예요?”


할아버지는 책을 덮고 손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고 익숙한 손길로 한 권의 책을 꺼냈다.

표지가 닳고 군데군데 접힌 자국이 있는 얇은 책이었다.



그 책을 건네받은 손녀는 말했다.


“어린왕자가 할아버지 '인생책'이에요? 저도 본 적 있어요.”


할아버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손녀의 눈높이에 맞춘 어조로 천천히 말했다.


“그렇지. 많은 사람들이 읽었지. 나도 이 책을 정말 여러 번 읽었단다. 그런데도 볼 때마다 새로워. 기분이 좋을 때 읽으면 마음이 더 따뜻해지고, 힘들 때 읽으면 위로가 되거든”


“똑같은 글인데도요?”


“그래서 인생책이지. 언제 어디서든 꺼내 읽고 싶은 책, 읽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책. 나에게는 이 책이 그런 친구 같단다.”



손녀는 책을 받아 들고 두 손으로 꼭 감싸 안더니, 표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속삭이듯 물었다.


“저도 저만의 인생책을 찾을 수 있을까요?”



할아버지는 잠시 창밖을 보며 미소 지었다.


“책은 세상에 정말 많단다. 그래서 인생책을 찾으려면 여러 책을 만나봐야 해. 처음엔 잘 모르겠지만, 마음을 담아 천천히 읽다 보면 어느 날, 해변에서 꼭 마음에 드는 조그만 돌멩이를 발견하듯 너에게 꼭 맞는 책을 만나게 될 거야. 그 책은 네 곁에 오래 머물면서, 네가 어떤 길을 걷든 조용히 함께 있어줄 거야.

그게 바로 너만의 인생책이란다.”



서재 안으로 햇살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손녀는 인생책이라는 말이 마음속에 오래 남아, 조용히 그 책 옆에 앉아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그 순간, 책장 가득한 책 냄새가 한결 더 포근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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